용산참사 수사결과 발표가 9일경 이뤄질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아마 대부분은 그 내용대로 발표되겠지..) 기사들을 살펴보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법과 정의이며,
국가의 공권력이 이렇게 무참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민을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막말로 발포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공권력이 도심 한복판에서 국민을 죽인 것은 광주 민주화 운동과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이더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안위와 권력욕에 사로잡혀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만 계속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정말로 역겹다는 것..그것 하나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야 할 때는 지금인데..
사람들은 이미 너무 지쳐버린 듯하다..
입만 열만 나오는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라는 말..
그 말도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못 먹고, 못 입고 살면 어떠냐..
그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조금은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 희생을 통해 사회가 변화된다면, 그 이후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진대,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법이니..
나 역시도 그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왜 모르겠는가..나도 정말 TV에 나올만큼 찢어지게 가난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버지 회사 부도나고 나서, 혼자 친척집에서 얹혀 살기도 했고,
단칸방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돈 때문에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 많이 들으면서 다녔고,
학교에서도 돈 때문에 눈치보면서 생활했었고, 돈 때문에 수학여행마저 안 가겠다고 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알지 않겠나..
정말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전쟁이며, 생존을 위해 버텨나가는 것 자체가 지상과제인 그들에게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그렇게만도 보지 못하겠는게, 나가보면 먹고 노는 곳에 사람들은 엄청 몰린다..-_-;;
아무리 힘들어도 계를 타거나, 적금을 들어서라도 소위 말하는 명품을 사는 젊은이들과,
유명한 곳에 놀러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애쓰며 그걸로 자랑하는 나이드신 분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내 자신의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굳이 저렇게 말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보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도 몇번은 일어나야 했다..-_-;;
굳이 유럽이 아니더라도 지난 8-90년대를 지나오면서 우리 국민이 보여주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의 우리학교 학생회가 취하는 정치적 스탠스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학생과 노동자가 먼저 일치단결해서 들고 일어나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 아닐까..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기존 사회의 시스템에 그저 순응하려고만 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며, 우리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수밖에 없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없는 대학생은 더 이상 지성인이 아니며, 영혼이 죽어버린 식물대학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잘해주시겠지.."라며 기대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의 방문과 생색내기용 목도리 선물에도 그걸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그저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나라에서 앞으로 당분간은, 헌법 제1조가 준수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로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그래서 아무런 힘도 없이 세상 속으로 뛰어 들어가 새로운 곳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에 꿈꾸었던 이상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고민했던 치열한 순간들을 절대 잊지 말 것이며,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비판의식은 오히려 더욱더 시간이 갈수록 날카로워져야 할 것이다.
원래의 꿈을 이뤘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또 지금 새로 시작하는 이 길에서 앞으로 성공을 한다 할지라도,
뚜렷한 이상과 목표 없이,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눈앞에 닥친 문제만 바라보며 현실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권력의 개가 되든, 자본의 개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떠한 차이가 있겠는가..
끝까지 내가 공부를 시작하는 첫발을 내디딜때 다짐했던, 그때의 초심을 잊지말자..
마지막으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선언문을 첨부한다..
원문주소 :
http://www.sajedan.org/board/view.htm?sid=148&b_id=1
[2월2일 시국선언문]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글쓴이 : 사무국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헤로데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렸다. 이리하여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마태 2,16-18)
세상과 동고동락해야 할 교회의 운명
1.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일들을 괴로운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나눠서 그야말로 동고동락해야 하는(사목헌장1항) 교회의 운명을 새삼 무겁고 절박하게 깨닫습니다.
2. 용산 참사는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파국의 종점은 어디인지 국가구성원 모두에게 질문과 충격을 던진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제들은 대한민국에 덮친 재앙과 불행의 현실에 대해서 경고와 호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공권력에 대한 근본 질문
3. 먼저 국가와 공권력의 존재이유를 따져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공적인 것(Res publica)은 바로 국민의 것(Res populi)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하는 바른 정치가 공화국 탄생의 근본 동기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몇몇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용산 참극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국민으로 대하지 않고 서슴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은 정당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경찰과 진실을 감추는 검찰을 두둔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우리를 슬프고 울분에 떨게 만듭니다. 유감스럽지만 1987년 어느 대학생의 죽음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했던 일 하나로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려야겠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과 염려
4.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입니까? 사방에서 들려오는 통곡과 비탄 그리고 한숨소리에 우리 사제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국민 분열의 죄
4-1.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함께 가난해지고 함께 넉넉해지는 ‘환난상휼’과 ‘공생공락’의 믿음을 깨뜨린 죄는 더욱 무겁습니다. 하필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부자들의 세금을 우선 걱정하고, 의혹과 우려를 윽박질러가며 극구 미국축산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편드는 등 국민의 마음에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낸 일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잦은 거짓말이 불신의 병을 키웠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대담하고 뻔뻔하게 말을 바꿀 때마다 국민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고, 대한민국은 양심과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 배려와 연대, 참여와 책임, 정의와 중용처럼 금세기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고, 반대로 반칙과 불공정, 편법과 탈법 등 강도의 윤리가 득세하는 도덕 파탄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사왜곡과 폄하의 죄
4-2. 가장 뻔뻔스런 거짓말은 역사 왜곡입니다. 건국 60년을 운운하고 4.19 혁명을 데모라고 깎아내리며 동영상 교과자료에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한국사회가 희생과 투쟁으로 일궈낸 귀중한 역사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기세라면 헌법이 명시하는 3.1 운동과 4.19 혁명의 민주이념마저 부정하여 국기를 흔들 것이며 사찰과 도청, 감시, 연행과 고문 등 민주 양심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민족분열의 죄
4-3. 화해와 상생의 남북관계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은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숱한 실정 가운데 가장 절망스런 일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며 민족공동체 앞에 중대한 범죄입니다. 급기야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모든 합의사항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까지 폐기될 지경입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이르렀는데, 경제위기에다 전쟁위기까지 불러일으키면서도 남북 관계쯤 망해도 좋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민주주의 파탄의 죄
5.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궁극적 목표는 민주주의의 근본토대를 완벽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부당한 권력을 영구히 사유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의 도구인 방송과 인터넷 장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공영방송과 은행 등 각종 공적인 가치들을 재벌이나 족벌신문에게 나눠주려는 무수한 음모를 보고 있으면 불과 십년 전까지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던 독재 권력들의 뿌리 깊은 악행들이 되살아난 듯 섬뜩할 따름입니다.
선언과 호소
6.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느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입니다.
7. 신앙의 소명과 역사의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제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권력과 나라의 장래를 언제까지 맡기고 인정할 것인지 함께 고뇌를 나누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8.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하지만 현재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아마 대부분은 그 내용대로 발표되겠지..) 기사들을 살펴보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법과 정의이며,
국가의 공권력이 이렇게 무참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민을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안위와 권력욕에 사로잡혀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만 계속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정말로 역겹다는 것..그것 하나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야 할 때는 지금인데..
사람들은 이미 너무 지쳐버린 듯하다..
입만 열만 나오는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라는 말..
그 말도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못 먹고, 못 입고 살면 어떠냐..
그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조금은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 희생을 통해 사회가 변화된다면, 그 이후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진대,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법이니..
나 역시도 그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왜 모르겠는가..나도 정말 TV에 나올만큼 찢어지게 가난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버지 회사 부도나고 나서, 혼자 친척집에서 얹혀 살기도 했고,
단칸방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돈 때문에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 많이 들으면서 다녔고,
학교에서도 돈 때문에 눈치보면서 생활했었고, 돈 때문에 수학여행마저 안 가겠다고 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알지 않겠나..
정말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전쟁이며, 생존을 위해 버텨나가는 것 자체가 지상과제인 그들에게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그렇게만도 보지 못하겠는게, 나가보면 먹고 노는 곳에 사람들은 엄청 몰린다..-_-;;
아무리 힘들어도 계를 타거나, 적금을 들어서라도 소위 말하는 명품을 사는 젊은이들과,
유명한 곳에 놀러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애쓰며 그걸로 자랑하는 나이드신 분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내 자신의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굳이 저렇게 말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보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도 몇번은 일어나야 했다..-_-;;
굳이 유럽이 아니더라도 지난 8-90년대를 지나오면서 우리 국민이 보여주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의 우리학교 학생회가 취하는 정치적 스탠스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학생과 노동자가 먼저 일치단결해서 들고 일어나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 아닐까..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기존 사회의 시스템에 그저 순응하려고만 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며, 우리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수밖에 없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없는 대학생은 더 이상 지성인이 아니며, 영혼이 죽어버린 식물대학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잘해주시겠지.."라며 기대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의 방문과 생색내기용 목도리 선물에도 그걸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그저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나라에서 앞으로 당분간은, 헌법 제1조가 준수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로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 1 조p.s 비록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세상을 이끌어나가고자 하던 꿈의 날개가 꺾인 상태이지만,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아무런 힘도 없이 세상 속으로 뛰어 들어가 새로운 곳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에 꿈꾸었던 이상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고민했던 치열한 순간들을 절대 잊지 말 것이며,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비판의식은 오히려 더욱더 시간이 갈수록 날카로워져야 할 것이다.
원래의 꿈을 이뤘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또 지금 새로 시작하는 이 길에서 앞으로 성공을 한다 할지라도,
뚜렷한 이상과 목표 없이,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눈앞에 닥친 문제만 바라보며 현실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권력의 개가 되든, 자본의 개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떠한 차이가 있겠는가..
끝까지 내가 공부를 시작하는 첫발을 내디딜때 다짐했던, 그때의 초심을 잊지말자..
마지막으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선언문을 첨부한다..
원문주소 :
http://www.sajedan.org/board/view.htm?sid=148&b_id=1
[2월2일 시국선언문]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글쓴이 : 사무국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헤로데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렸다. 이리하여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마태 2,16-18)
세상과 동고동락해야 할 교회의 운명
1.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일들을 괴로운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나눠서 그야말로 동고동락해야 하는(사목헌장1항) 교회의 운명을 새삼 무겁고 절박하게 깨닫습니다.
2. 용산 참사는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파국의 종점은 어디인지 국가구성원 모두에게 질문과 충격을 던진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제들은 대한민국에 덮친 재앙과 불행의 현실에 대해서 경고와 호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공권력에 대한 근본 질문
3. 먼저 국가와 공권력의 존재이유를 따져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공적인 것(Res publica)은 바로 국민의 것(Res populi)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하는 바른 정치가 공화국 탄생의 근본 동기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몇몇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용산 참극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국민으로 대하지 않고 서슴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은 정당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경찰과 진실을 감추는 검찰을 두둔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우리를 슬프고 울분에 떨게 만듭니다. 유감스럽지만 1987년 어느 대학생의 죽음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했던 일 하나로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려야겠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과 염려
4.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입니까? 사방에서 들려오는 통곡과 비탄 그리고 한숨소리에 우리 사제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국민 분열의 죄
4-1.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함께 가난해지고 함께 넉넉해지는 ‘환난상휼’과 ‘공생공락’의 믿음을 깨뜨린 죄는 더욱 무겁습니다. 하필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부자들의 세금을 우선 걱정하고, 의혹과 우려를 윽박질러가며 극구 미국축산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편드는 등 국민의 마음에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낸 일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잦은 거짓말이 불신의 병을 키웠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대담하고 뻔뻔하게 말을 바꿀 때마다 국민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고, 대한민국은 양심과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 배려와 연대, 참여와 책임, 정의와 중용처럼 금세기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고, 반대로 반칙과 불공정, 편법과 탈법 등 강도의 윤리가 득세하는 도덕 파탄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사왜곡과 폄하의 죄
4-2. 가장 뻔뻔스런 거짓말은 역사 왜곡입니다. 건국 60년을 운운하고 4.19 혁명을 데모라고 깎아내리며 동영상 교과자료에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한국사회가 희생과 투쟁으로 일궈낸 귀중한 역사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기세라면 헌법이 명시하는 3.1 운동과 4.19 혁명의 민주이념마저 부정하여 국기를 흔들 것이며 사찰과 도청, 감시, 연행과 고문 등 민주 양심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민족분열의 죄
4-3. 화해와 상생의 남북관계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은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숱한 실정 가운데 가장 절망스런 일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며 민족공동체 앞에 중대한 범죄입니다. 급기야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모든 합의사항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까지 폐기될 지경입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이르렀는데, 경제위기에다 전쟁위기까지 불러일으키면서도 남북 관계쯤 망해도 좋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민주주의 파탄의 죄
5.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궁극적 목표는 민주주의의 근본토대를 완벽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부당한 권력을 영구히 사유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의 도구인 방송과 인터넷 장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공영방송과 은행 등 각종 공적인 가치들을 재벌이나 족벌신문에게 나눠주려는 무수한 음모를 보고 있으면 불과 십년 전까지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던 독재 권력들의 뿌리 깊은 악행들이 되살아난 듯 섬뜩할 따름입니다.
선언과 호소
6.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느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입니다.
7. 신앙의 소명과 역사의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제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권력과 나라의 장래를 언제까지 맡기고 인정할 것인지 함께 고뇌를 나누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8.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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