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는 오늘 하루의 시작이 어제와 별반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힘겹기만한 또 하루였나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다가, 철거민 포함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식사를 하고서는 좀 더 자세한 뉴스를 찾아보다, 그저 "끔찍한 일이 일어났군..."하는 피상적인 생각만 가진채,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려고 여의도를 향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나서 동생 친구가 올라온 터라, 저녁을 사주고 명동과 종로 일대를 구경시켜 준 다음,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20분이 넘도록 버스가 오질 않아서,
2번을 갈아타서 서울역을 지나 숙대입구로 향할 때,
반대편 차선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건널목 앞에서 버스가 정차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빨리 가려고 횡단보도를 넘어서 도로쪽으로 질러 가나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느낌이 왔습니다..
'용산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저 정도의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오늘 진압현장의 사망자들 때문이구나..시위가 일어났구나..'
그제서야 왜 버스가 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학생은 다른 한 학생과 함께 한 현수막을 들고 있었습니다.
"謹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弔
- 21세기대학생연합 - " (내용과 단체명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대략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학생은 버스 안의 시민들에게,
오늘 사건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 한명이라도 더 알게 하기 위해서,
손수 준비한 종이에 써 온 내용을 창 안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 올리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은듯, 순간 멍해졌습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에 더해 스쳐 지나가는 시위대의 깃발을 보며 우리 학교의 깃발을 찾아봤지만, 단대 깃발만 있을 뿐,
총학의 깃발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더더욱 부끄러워졌습니다.
2.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찾아보니, 역시나 정부와 언론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불법시위, 과격시위 근절해야.." "철저한 진상규명..불법폭력행위 엄단.." "불법행위 드러나면 엄정조치"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내일의 신문과 뉴스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서는 그렇게 믿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그들의 죽음이 묻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그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나라 대통령과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두명이 죽은 것도 아니고, (방금 들어온 소식을 보니) 8명이 죽었고, 그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 먼저인가를 가리기에 앞서,
사람이 죽었는데, 일단 그에 대해서 유감표명을 하는것이 도리 아닙니까?
자기나라 국민이 8명이 죽었는데, 저따위 말이나 지껄이고 있으니,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500-600만원의 보증금과 1400만원의 보상금, 그리고 100여만원 남짓의 이사비.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금과 3개월 매출액을 합한 보상.
2000만원으로는 서울시내 어디에서 방한칸 마련하기 어려운 건 다들 아는 사실 아닙니까?
건물 점거 농성을 푸는 조건으로 내건 것이,
1. 용산구청과 시행사, 용산경찰서가 함께하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
2. 주택 거주자들에게는 임시 주거지를 마련해 줄 것
3. 상가 세입자들에게는 재개발을 하는 동안 장사를 할 수 있는 대체 임대상가나 재래시장알선
(청계천 공사시에 동대문 풍물시장이 예가 되겠지요)
이 세가지였습니다.
과연 이 세 가지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8명의 생명과 바꿀 수 없는 그런 신성불가침의 조건이었을까요?
2번과 3번 조건은 공공사업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어, 들어주기 힘들다고 해도,
그야말로 절박한 생존권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협상 테이블 마련 요구조차 묵살하고, 무조건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는 것은, 그분께서 강조하시는 '법치주의'에 따라 어느 '법'에 나와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화염병 사용하는 시위대를 옹호하는 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경찰의 진압 작전이 정당화되느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설령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그들이 철거민과 관계도 없는 전문 데모꾼들이라고 할지라도,
더 심하게 말해서 돈에 걸신들린 악마라고 할지라도,
국가는 함부로 그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생존권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어 악에 받쳐 있는 상태인 사람들이 화염병으로 저항한다면,
그들의 요구조건을 듣고,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한 시위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인데,
건물점거 하루만에, 최루액 섞어놓은 살수차로 물 뿌려대고,
밑층에서는 용역 깡패들이 폐타이어 불붙여서 던져대고,
위로는 컨테이너로 경찰 특공대를 투입시키고..
이건 나가 죽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어느 정도 희생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다름아닌 표현이겠죠,
"니네는 지금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그러니까 피해가 있더라도 어쩔 수 없고 니네가 감수해야 할 문제지.." 라고 생각하고 작전명령 승인 내린 겁니다.
국가의 공권력은 이렇게 쓰라고 국민들이 준 것이 아닙니다.
치자와 피치자는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는 국민에게서 그 권력과 정당성을 위임받았을 뿐입니다.
이렇게 자의적로 행사하라고 위임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해서, 사람을, 자기나라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좋다고 한 적은 더더욱 없으며, 그러한 권력과 정당성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불법 시위와 과잉 진압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불법 시위를 저질렀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불법 시위를 이유로 국가의 공권력이 마구잡이로 집행되는 것은,
국가 권력의 행사라는 측면에서 시위에 의한 저항권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동일선상에 놓여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3.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말도 많지만,
계속 돌고 도는 이야기가 될 것 같고, 이 정도면 제 생각을 어느 정도는 표현한 것 같고,
또한 각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에 이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이야기 두 개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1) 작년 봄, 진중권씨가 강연회를 하러 학교를 방문했었습니다. 저는 강연 부분만 듣고, 나머지 질의응답 시간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었습니다.
그 때 누가 진중권씨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는군요..
"요즘 20대의 침묵과 무능력에 대한 걱정과 원망들이 많고, 본인도 생각이 많은데, 조언해주실 꺼 없냐"는 요지로 말입니다.
진중권씨는 이런 요지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2)여러분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결정하는 일을 왜 저한테 물어보시죠?
우리들이 80년대에 그렇게 싸웠던 건, 대의를 위해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바로 저를 비롯한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어쩌면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싸웠던 거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과연 누가 와서 그걸 바꿔줄까요?"
가난한 사람은 절망하게되고 절망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그건 민주혁명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을 계속 절망하고 회의적이게 만드는 것이다.
- 영국 전 국회의원 Tony Benn -
덧. 내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용산에서 저녁 7시에 열린다는 추모집회에 잠깐이라도 참여할까 합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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