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4년 연속 '진화' 했다 | ||
| OSEN | 기사입력 2007-10-08 15:50 | ||
[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해 롯데는 가을에도 야구했다. 그러나 잔칫집 분위기의 포스트시즌이 아닌 초상집 분위기의 잔여 페넌트레이스 경기에서 야구를 해야 했다. 7년 연속으로 가을잔치행이 좌절된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계절은 롯데가 팬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계절이 된 모습이다.
하지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가을잔치에 나가고 싶은 마음과 욕구를 억제해야만 하는 이대호(25)만큼 답답한 선수도 없을 것이다. 데뷔 연도인 2001년부터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잇달아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는 발전했다. 그것도 4년 연속으로 발전했다.
▲ 기록의 발전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맹신해서는 안 되지만 선수의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객관적 잣대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기록은 이대호의 발전을 잘 설명해준다. 이대호의 본격적인 발전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2004년은 이대호가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풀타임을 소화한 첫 시즌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것도 처음이었다. 2001년 투수로 입단, 그 해 곧바로 타자로 전향한 이대호였지만 2002년부터 6월부터 2003년 8월까지 롯데 사령탑이었던 백인천 감독과의 코드 불일치는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이 부임한 2004년부터 이대호는 비로소 발전했다. 2004년 13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8리·20홈런·68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의 시작을 20홈런으로 장식했다. 장타율(0.441)·출루율(0.331) 그리고 둘을 합한 OPS(0.772)는 중심타자 치곤 크게 뛰어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2005년의 이대호는 126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21홈런·80타점으로 진일보했다. 장타율(0.452)·출루율(0.354)·OPS(0.806) 모두 전년도보다 상승했다.
이대호의 잠재력이 완전하게 폭발한 것은 바로 지난해였다. 수준급 타자였지만 정상급 타자로는 모자란 인상을 주었던 이대호였지만 지난해부터 그 평가가 역전됐다. 지난해 122경기에서 타율 3할3푼6리·26홈런·88타점으로 이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며 22년 만의 타격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 됐고, 장타율(0.571)·출루율(0.409)·OPS(0.980)까지 모든 기록이 급상승했다.
기세는 올 시즌에도 계속됐다. 121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29홈런·87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은 1리·1개씩 떨어졌지만 대신 홈런이 3개 늘어났고, 장타율(0.600)·출루율(0.453)에 OPS(1.053)까지 비율기록은 더 올라갔다. 4년 만에 더이상 오를 데가 별로 없는 정상급 타자가 된 것이다.
▲ 발전의 힘
발전의 힘은 역시 기술의 향상에서 비롯된다. 이대호가 잠재력을 완전하게 펼치지 못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의 과체중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지만 이제 그 누구도 이대호의 체중을 문제 삼지 않는다.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유연성과 타격 기술이 정상급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타고난 부드러움은 바깥쪽 코스의 공을 자유자재로 공략할 수 있는 원천이며 예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몸쪽 코스도 이제는 노림수로 극복할 수준이다. 스윙의 궤적이나 배팅 타이밍은 상대팀 사령탑들마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가 됐다.
기술적인 부분만큼이나 돋보이는 건 선구안이다. 지난해 타격왕과 홈런왕을 거머쥔 것에서 나타나듯 이대호는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춘 타자다. 특히 지난해 이대호는 역대 가장 낮은 비율로 삼진을 기록한 홈런왕이었다. 홈런의 숫자를 떠나 높이 평가받아야 할 대목. 또한, 올 시즌 볼넷은 데뷔 후 가장 많은 81개에 달한다. 물론 프로야구 역대 통산 5위에 해당하는 25개의 고의4구가 포함돼 있지만 삼진도 55개밖에 되지 않는다. 신체 나이가 절정기를 지나더라도 이대호가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끔 만드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4년 연속 발전을 거듭한 이대호지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못한 현실은 분명 서글프다. 그러나 이대호의 잘못은 많지 않다. 어쩌면 이대호 같은 약팀의 4번 타자는 어쩌면 가장 외롭고 불행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는 점은 눈앞에 보이는 기록만큼이나 높이 평가받아야 되어야 한다. 이대호의 앞뒤로 보다 강한 타자들이 자리한다면 향후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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