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이번엔 다니엘 헤니다.
연예인들의 학력 위조 논란이 끝이 없다. 고의든 실수든 위조 사실이 계속 발각 또는 자백되는 상황을 지켜 보다가 한국인 보다는 아직도 미국인에 가깝게 개인적으로는 느껴지는 다니엘 헤니까지 이에 합류하는 것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위조를 저지른-혹은 방조한- 연예인 중 일부가 내세우는 변명에 가까운 항변을 과연 받아들여야 하는가.’
‘가짜 학력을 숨기게 된 것은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의 상황 때문’이라는 항변 말이다. 학력 중시 풍조라는 한국병 때문에, 자신은 실력이 있는 데도 학력을 속이게 됐다는 말인데 그럼 학력은 한국만 중시하는 것일까.
학력보다 실력을 중시한다는 선진국을 한 번 보자. 미국의 경우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든, 혹은 일반인들의 연예인 관련 대화에서든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천재(genious)’라는 수식어인데 이 단어는 눈에 안 띄는 학력이지만 천재적인 연기자에게 쓰이는 경우 보다는 미국의 일류대 출신 연예인들에게 주로 따라 붙는다.
그리고 이 단어와 함께 하버드나 예일 같은 단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맷 데이먼, 나탈리 포트먼, 토미 리 존스(이상 하버드대), 쥬디 포스터, 에드워드 노튼(이상 예일대), 리즈 위더스푼(스탠포드대), 제이크 질렌할(콜럼비아대), 홀리 헌터(카네기 멜론대) 등이 그렇다.
유럽인 영국도 비슷하다. ‘미스터빈’ 로완 앳킨슨은 휴 그랜트와 함께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학력에 대한 얘기는 방송은 물론 인터넷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의 배우 프로필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와 있다.
이들 중에는 입학만 하고 졸업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 관한 설명에서 학교 이름은 자주 언급된다. 심지어 윌 스미스는 이공계 영재들만 간다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장학금과 함께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결국 입학하지 않았어도 이 내용은 프로필에도 올라 있고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내용을 보면 한국만 학력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학력을 위조한 한국의 연예인들이 ‘나는 연예 활동만 했기 때문에 허위 학력으로 크게 덕 본 것은 없다’고 변명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중들이 생각할 때 ‘좋은 학력’이라는 것은 그 연예인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위 선진국 연예인도 학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에게 있어 이미지와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주는 학력이라는 요소는 어쩌면 금전적 이익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학력을 위조하거나 (본인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면) 잘못 기재된 학력을 방조한 것은 모두 죄다. 법률적 죄(crime)는 아닐 지 몰라도 도덕적 죄(sin)는 충분히 된다. 이 연예인들은 변명 없이 반성만 해야 대중들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한국병인 학력 중시 풍조’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학력은 어디나 중요하다. 그러니 이를 속이거나 잘못 기재된 것을 방조한 연예인 개인의 양심이 문제이다. 나아가 사회적인 거짓말이 쉽게 통용되고 거짓이 밝혀져도 쉽게 잊혀지는 한국 사회의 거짓말에 대한 불감증이 더 큰 한국병이다.
끝으로 연예인들의 학력 위조나 기재 오류의 방조에 있어 해당 학교들이 ‘몰랐다’는 말로 모든 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는 지 그 학교들에 묻고 싶다. 그리고 허위 학력의 문제가 연예인들만의 문제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연예인처럼 ‘공인’들이 종사하는 정계 재계 학계 등에는 ‘한 점 부끄럼 없는’ 학력을 기재한 인물들만 있을까. 어떤 처벌이나 비난에 직면해 ‘나(우리)만 재수 없이 걸렸다’라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 또한 심각한 한국병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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