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에도 불구하고 총 관중 304만254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인 LG와 롯데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며 일찌감치 순위경쟁에서 탈락한 여파였다.
지난해 LG는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라는 수모를 겪었고, 롯데는 전 시즌보다 두 계단 떨어진 7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란히 실패한 두 팀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조를 보였고 이것이 올 시즌 성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 대대적 변화와 無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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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제2의 창단'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했다. 2000년대 이후 매년 사령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LG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에 빛나는 김재박 감독을 사령탑 최고대우(총액 15억 5000만 원)에 영입하며 팀 개편의 신호탄을 알렸다.
김재박 감독은 정진호 수석코치-김용달 타격코치-양상문 투수코치를 데려와 환상의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각 분야에서 그들만의 노하우가 투철한 김재박 사단에 대한 기대는 최하위라는 LG의 짙은 그림자를 일순간 지워버렸다.
게다가 LG는 FA 시장에서 4년간 최대 40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최대어 투수' 박명환을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으며 외국인선수로도 팀 하리칼라와 페드로 발데스를 차례로 데려왔다. 여기에 지난해 총액 13억 5000만 원을 주고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봉중근도 있었다.
'적토마' 이병규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코칭스태프의 전면 교체와 선수 구성의 변화는 LG의 오래된 숙제였던 체질개선의 닻을 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FA 박명환의 보상금까지 감안한 LG의 스토브리그 총 투자금액만 해도 무려 100억 원에 육박했다.
반면 롯데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강병철 감독이 재신임을 받은 가운데 군복무를 마친 임경완을 제외하면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고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전무했다. 무엇보다 전력 보강에 대한 투자와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SK에서 재계약을 포기한 호세 카브레라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선수였고 '해외파' 최향남과 송승준도 롯데의 의지보다는 시장 상황과 제도 변화의 덕을 많이 본 케이스였다. 만약 이들마저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성적이 더욱 암울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롯데의 무변화가 주는 무감각이 얼마나 짙은지 잘 보여준다.
▲ 투자는 번영을 부른다
지난해 LG와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순위가 낮은 팀이었고 투자에 따른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LG는 당연히 팀 개편을 단행했지만, 롯데는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 성적에서 두 팀의 희비는 엇갈리기 시작하고 있다. LG가 역대 7번째로 전년도 최하위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반면 롯데는 7년 연속 가을잔치 좌절이 유력해졌다.
LG는 팀 개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LG의 해묵은 숙제인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전지훈련 때부터 선수들에게 귀걸이와 복장 등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며 팀 개조 작업에 착수한 김 감독은 덕아웃과 그라운드 안에서 자율적이지만 전투적인 팀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주력했다. 올 시즌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뒷심이 좋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이름값이나 몸값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실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했다. '고액연봉자' 마해영 진필중이 2군에서 허송세월하고 있지만 고참 최동수 이종렬이 뒤늦게 전성기를 열어젖힌 것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역대 FA 투수 최고액을 안긴 박명환도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으로 투자 대비 효율에서 정점을 달리고 있다. 박명환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10승4패 방어율 3.11을 기록하고 있다. LG의 4연패를 3차례나 직접 끊어내며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하는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세심한 배려와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LG로서는 홍현우-진필중 등 FA 영입 실패 사례를 딛고 삼세 번 만에 거둔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비록 봉중근(6승6패 방어율 5.51)이 기대를 밑돌고 있으나 아직 만회할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어차피 잃은 것이 없었던 LG였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행한 과감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번영을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대조적으로 롯데는 또 다시 지긋지긋한 그들만의 법칙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현대와의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하며 올해는 뭔가를 일을 낼 것 같은 조짐을 보였으나 이내 익숙한 자리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문제는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점. 차라리 투자를 하고도 실패한 2004년이 롯데 팬들에게는 낫다. 그러나 2004년의 실패는 다시 롯데의 지갑을 닫아버렸고 올해 7년 연속 가을잔치 참가 좌절이라는 서슬 퍼런 결과가 다가오고 있다. 집중적인 훈련과 내부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셈. 뼈대가 없는데 살을 붙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올 시즌 롯데가 딱 그 모양이다.
< 사진 > 지난 29일 잠실 LG-롯데전.
<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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