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생이 자살하는 이유

2007/06/14 00:24
오늘 자살 관련해서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랑 제목 같이 올리려고 갔더니, 글이 지워졌는지 찾을 수가 없네..

상당 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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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로가 더 불확실하다. 단순히 취직 안 되는 문제가 아니다.

법대를 보자. 여기는 너무 확실하다. 다들 사시 하고, 떨어지면 그냥 막장 받아들이는 거다, 자기 자신이 판검사가 되든 변호사가 되든 아니면 고시 떨어져서 평범한 인생을 살든, 사시를 하기 전에 이미 자신이 생각한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는 맞아들어간다. 심지어 소위 말하는 '막장' 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경영대 - 법대랑 비슷하다. 최소한 취직을 한 이상, 자기가 원래 생각했던 여러 시나리오 중 최소한 하나는 실현되는 셈이다. 그 만큼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사회대 - 경제학부 빼고는 인문대와 마찬가지로 진로가 불확실하다. 그런데 사회대가 다른 점은 적어도 1학년 신입생 때는 선후배간 관계가 다른 인문계열 단대보다 돈독하기 때문에, 나중에 고학번이 된다고 해도, 최소한 '나는 사회대생' 이라는 유대감을 지닐 수 있다.

그런데 인문대는?

(1) 일단 과반 내에서의 유대 관계 - 인문대생 학생들이 더 잘 알 것이다.

(2) 무엇을 할 것인가? - 사회대도 경제학부, 심리학과 빼면 보통 학생들이 전공 살려서 진로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적어도 1학년 때까지는 그래도 전공을 살릴 생각을 약간이나마 한다. 가령 외교학과 갈 생각하고 사회대 온 사람은, 실제로 외교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을 꽤 많이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문대 신입생들은.. 내가 직접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내 생각에는 자기 전공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처음부터 아무런 환상도 이상도 없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령, 외교학과 간다고 외교관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철학과 간다고 철학자 된다는 말보다는 외교학과 가면 외교관 될 수 있다는 말이, 적어도 입학하기 전 고딩들에게는 훨씬 더 그럴 듯 하게 들린다. 특히 요즘 10대 후반 아이들은 현실을 '어느 정도만' 알기 때문에, 경영학과 가면 CEO된다는 착각을 할 수는 있어도 언어학과 간다고 해서 비트겐슈타인같이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암울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을 떠나 인문대에 들어올 때 새내기들의 생각 자체가 다른 새내기들에 비해 비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3학년 정도 되면, 자기 전공을 살리는 게 어렵다는 걸, 인문대생 뿐만 아니라 다른 단대생들도 깨닫는다(법대 제외). 하지만 1학년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오는 것과 조금 더 성숙한 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될 때의 임팩트는 크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그 새내기들 부모는 자식을 서울대에 보낸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할 것이지만, 이것만큼 부모와 자식을 괴리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다.

(3) 물론 진로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취직으로 따지면, 사회대 내에 비인기학과, 그리고 다른 단대들도 인문대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그런데 적어도 사회대에서는 지금까지 자살자가 한 명도 나온 적이 없다.

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인문학 자체가, 특히 철학과 미학 등은, 사회과학 등에 비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된 독자적인 세계를 요구하지 않나 생각된다. 난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말이 틀렸다면 인문대 학우들이 맘껏 악플을 달아줘도 좋다. 그런데..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인간 개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학문이고, 또 기계적인 측정에 의한 연구보다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문학도는 기본적으로 자아, 자신만의 사고 체계가 발달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문학도 중 상대적으로 자아,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자살 성향이 높다는 건 이미 입증된 지 오래이다. 과거에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에서 자살율이 높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정말 인생살이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이유를 끝내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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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물론 이 말도 덧붙여야겠지요..

하지만 '왜 그들은 자살했을까?' 에 대해 같이 생각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왜 자살하는가?' 제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만일 제 생각이 맞다면, 일단 지금 거의 고사 직전에 있는 과반 내부에서의 선후배 간 유대 문제만 해결해도 잠재적인 자살율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사실 인문대 과반 문제는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지만, 이것과 자살을 연관시켜서 얘기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압니다. 저는 그게 서로 간의 유대감 결핍을 불러오고 일부에게는 그것이 자살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제가 말한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대에서 자신들을 드러낼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고, 그 중 적지 않은 수는 결국 끝없이 자기 자신 마음 속의 심연으로 빠지면서 학교 및 사회와 격리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개인적으로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주고 더 많은 관심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셔틀 버스에서 웃옷 벗고 다녔다는.. 그리고 몇 달 후에 자살했던 한 불문과 학우가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불행히도..

최근 1년.. 동안.. 인문대에서 3명이 자살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3명을 가지고 일반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서울대 내부적으로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매우 많고, 그 중에서 인문대에 더 많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문대 학우들이 제 글을 인문대 비하하는 글로 오해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또 중요한 건, 제가 인문대에 대해 지적했던 일들이, 약간 정도가 덜할 뿐 서울대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학우 여러분들도 '왜 죽는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또 나누었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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