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편의주의?’ 판결문 간이화 작업 법조계 논란

[2007.10.03 17:37]


[쿠키 사회]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심리 강화를 목적으로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판결문 간이화 작업을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사들과 법학자들은 ‘판사 편의주의’라며 비판하고 있고,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도 판결문 간이화가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판결문 간이화는 판결문을 쓸 때 기초사실과 당사자 주장 등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쟁점을 요약 정리하는 방식으로 판결문 내용을 간략하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법정에서 구술심리에 충실하라는 취지로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쟁점만 간단히 적힌 판결문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면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거나 당사자들조차 납득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한 판결문에는 쟁점 두 가지가 간략하게 적혀있고,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한 이유를 “원고측 증언을 믿기 어렵거나 판단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는 간략한 설명만 적혀있다. 법정에서 핵심 증언이 나왔더라도 판결문에는 “믿기 어렵다”고 일축해 판결문을 보는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법정에서 구술심리가 충분히 이뤄졌더라도 시간이 지난 뒤 남는 것은 결국 판결문 뿐”이라며 “판결문을 통해 소송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게 되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판사들도 판결문을 간략하게 쓰는 게 쉽지 않아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법원의 판결문 간이화 추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판결문에 쟁점만 간단하게 적으려면 법정에서 구술심리 가운데 오고 간 내용을 문서로 바꾼 뒤 핵심만 뽑아 다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난 셈이다.

판결문 간이화 사례를 법원 내부통신망에 등록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부터 일부 판사들은 통신망에 등록하기 위한 판결문을 만들기 위해 판결문 작성을 두 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술 심리에 충실하기 위한 시간 확보는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판결문 간이화가 옳은 방향이고 이 추세가 정착될 것이라고 보는 판사들도 있다. 사법연수원의 한 부장판사는 “소송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법정에서 구술심리를 통해 이뤄지는 게 맞다”며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법정에서 충분히 이뤄진다면 판결문을 상세하게 적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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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한글날… ‘어려운 판결문’ 낯뜨겁다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10-08 14:02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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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들은 각자 100만원을 배상하라’

손해배상 판결문 주문(主文)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판결문을 받아든 당사자들은 ‘각자’가 피고들 ‘각각’을 뜻하는지 ‘연대채무 관계’를 뜻하는지 알 길이 없다. ‘각자’는 채무자가 각각 얼마씩을 갚아야 된다는 뜻이 아니라 채무를 ‘서로 연대해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날을 앞두고 법원의 판결문에 여전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사용되고 있고 일본식 표현도 남아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말’로 진행하는 구술변론이 민사재판의 원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 역시 국민과의 소통 차원에서 알기쉬운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여전히 어려운 표현 난무 =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지식검색 사이트에는 ‘판결문 해석을 부탁한다’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기왕증(과거 병력)’, ‘소외(소송당사자가 아닌 경우)’, ‘최고(독촉)’의 뜻이나 ‘주문(판결 결과)’과 ‘청구취지(원고가 바라는 결론)’의 차이를 묻는 것도 단골 질문이다.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인용한다’와 상대방의 이익을 해친다는 뜻인 ‘사해행위’ 등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또 ‘…라고 할 것이다’, ‘…함에 있어서’ 등 일본식 표현도 남아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살피건대(보건대)’등의 불필요한 관용어구도 아직 없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판결문에는 ‘있으나 마나 한’이라는 뜻의 ‘형해화하고’나 ‘마쳤다’는 의미의 ‘경료’라는 법률용어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쉬운 판결문’ 갈 길 멀어 = 법원은 지난 91년 ‘판결서 방식을 위한 참고사항’과 98년 ‘판결서 작성방식에 관한 권장사항’을 만들고 법관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민사사법제도 개선 연구반도 설치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판결문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선 법관들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지금처럼 사건부담이 많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매주 10~20쪽 짜리 판결문 10여건을 선고하면서 법적 의미가 명확한 단어를 찾아 쓰는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판결문을 쓰면서 ‘일반인이 보면 어렵겠다’고 생각해도 시간에 쫓겨 선배 법관들이 쓰던 관용 표현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복잡한 법률 용어도 걸림돌이다. 최기영 서울중앙지법 기획법관은 “법률이 쉬워져야 판결문도 그만큼 쉽게 쓸 수 있다”며 “판결문은 정확한 표현이 생명인 만큼 어려운 법조문하에서는 판결문 쉽게 쓰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판결문 간이화’작업도 판결문을 쉽게 쓰는 데는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판결문 간이화는 판결문 쓰는 시간을 줄여 법정에서의 구술재판에 충실하라는 취지로 올 상반기부터 본격 추진돼 왔다.

박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설명이 빠지게 될 수밖에 없는 ‘판결문 간이화’는 판결문 쉽게 쓰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구술재판의 취지와 국민과의 소통을 넓힌다는 차원에서도 판결문 쉽게 쓰는 노력을 계속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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