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귀화 선수 영입 논쟁 중

2007/10/08 16:34
한국축구, 귀화 선수 영입 논쟁 중
축구전문가 박문성 | 기사입력 2007-10-08 12:24 | 최종수정 2007-10-08 12:38

마토(수원삼성)의 귀화 발언이 ‘오랜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있다. 능력우선주의와 순혈주의의 갑론을박이다. 출생국가와 인종을 떠나 능력이 있다면 귀화해 팀 전력에 보탬을 줄 수 있다는 논리가 전자라면 국가대항전 의미의 퇴색과 자국출신 선수의 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이 후자다.
수원삼성의 크로아티아 출신 장신 수비수 마토의 귀화 희망 발언으로 한국대표팀의 용병 수혈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마토의 경기 장면. ⓒ베스트일레븐

물론 마토의 경우 귀화하더라도 한국대표로는 뛸 수 없다. 모국인 크로아티아 대표로 이미 활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해당 선수가 귀화하더라도 기존 소속 축구협회 A팀 대표로 출전했거나 만21세 이후 연령별 대표로 활약한 경우라면 새로 국적을 취득한 나라의 A팀 대표로 뛸 수 없다. 무분별한 국적 이동과 취득, 대표팀 갈아타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 능력우선주의와 순혈주의 갈등

2003년을 기점으로 다소 완화된 규정이기도 하다. 그해 10월 FIFA는 카타르 도하에서 총회를 갖고 연령별대표(국대 제외) 출신의 경우에 한 해 새로 취득한 국적의 대표로 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전까지는 16세 이상 청소년대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귀화하더라도 대표팀 갈아타기를 할 수 없었으나 만21세 이전 신청자에 한 해 새로 취득한 국가의 대표로 뛸 수 있게 한 것이다. 만21세 전이라도 국가대표로 뛴 선수는 예외다. A팀 변경 신청은 1회로 제한했다.

FIFA가 규정을 완화한 직접적인 배경은 유럽의 아프리카 이민자 급증이다. 아프리카 이민자 부모의 2세들은 거개 모국이 아닌 출생국가에서 공을 차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그 나라 청소년대표로 발탁된다. 그러다 국가대표팀을 선택해야 하는 20세를 전후, 모국과 출생국 사이에서 여러 갈등을 겪는다. 뿌리를 찾으려는 애국심의 발로 혹은 대표팀 선발에 보다 용이한 곳으로의 ‘이동’이라는 전략적 판단 등이다. 이어진 논란과 요구 끝에 FIFA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2003년 10월 총회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편법사례가 증가하자 FIFA는 2004년 3월 비상회의를 소집해 해당 국내법과는 별도로 ▲귀화 국가에 2년 이상 거주하거나 ▲본인, 부모 또는 조부모 중 1명 이상이 해당국가에서 태어난 경우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했다.

>>> 한국축구 역사상 대표팀 귀화는 전무

한국축구 역사를 통틀어 귀화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전무하다. FIFA가 잇따라 관련 규정을 내놓을 만큼 확대되고 있는 귀화와 국적 이동 등의 세계적 추세와는 거리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그 만큼 기량이 출중한 외국인 선수가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지 못한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외국인 용병제도를 도입했고 현 K리그에도 판도를 좌우할 만큼 빼어난 용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K리그 첫 용병은 1983년 포철의 브라질 용병 세르지오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1993년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주장 폴 인스를 임명했다. 90년대 잉글랜드 A팀을 이끈 폴 인스(왼쪽)와 폴 개스코인.

K리그 첫 귀화 선수는 타지키스탄 출신의 신의손이다. 샤리체프란 이름으로 일화의 제1 전성기를 이끈 이 골키퍼는 2000년 한국으로 귀화하며 신의손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이후 러시아의 데니스(이성남) 크로아티아의 싸빅(이싸빅) 세르비아의 마니치(마니산) 등이 귀화대열에 합류했다. 이 중 마니치는 개인 사정으로 2005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모국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세르비아의 샤샤, 브라질의 마시엘과 모따 등의 귀화가 자의, 타의로 추진됐다.

이들의 귀화 목적이 한국대표팀 발탁에만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FIFA 규정에 따라 한국대표 자격 취득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K리그 용병 보유 한도(현 규정은 팀당 3명) 규정을 피하려는 뜻이 내포돼 있었다. 2002월드컵 당시 샤샤의 경우처럼 히딩크 감독이 고사한 케이스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단 한 차례도 대표팀에 귀화 선수가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는 우리의 배타적인 문화에 기인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 제국주의, EU출범 그리고 이중국적

귀화한 선수가 제2 조국의 대표로 활약한 예는 어렵지 않게 살필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귀화한 라이몬도 오르시, 루이시토 몬티, 엔리코 구아이타 등을 앞세워 1934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페렌크 푸스카스, 아르헨티나의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를 ‘영입’한 1950년대 스페인 등 옛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0년을 전후해 귀화와 이중국적 등을 통해 순혈주의가 깨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1993년 잉글랜드 대표팀 사상 첫 흑인 주장 폴 인스가 임명됐다. 흑인 선수에게는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던 이탈리아와 독일도 근래 파비오 리베라니와 제랄드 아사모아에게 금기의 문을 열었다.

귀화는 표현 그대로 러시다. 브라질 태생의 데코와 마리오 자르델(이상 포르투갈) 나이지리아의 에마뉘엘 올리사데베(폴란드) 아르헨티나의 마우로 카모라네시(이탈리아) 폴란드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등이 귀화해 대표팀 저지를 입었다. 최근 U-17월드컵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스페인의 보얀 크르키치는 세르비아 출신이고 우리의 2008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상대인 바레인의 공격수 존 제이시 아크와니는 나이지리아 태생이다. 이 밖에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선수들이 귀화를 통해 새로운 축구인생을 엮어나가고 있다.

유럽의 경우 선수들의 국적 이동이 빈번한 데는 제국주의 역사의 영향(옛 식민지배 국가의 이민자 유입 확대) EU의 출범에 따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 이중국적의 허용 등의 배경에 따른 것이다. 근래 중동국가들의 귀화 증가 이유는 오일달러의 파워 영향이 크다.

2000년을 전후해 세계축구의 귀화 바람과 국적 이동 현상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2007 U-17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준우승을 이끈 바르셀로나 소속의 공격수 보얀 크르키치는 세르비아 출신이다.

>>> 다름 극복 못하는 편견의 간극

우리의 사정은 왜 다를까. 제도와 의식의 보수적 측면의 영향이 강하다. 제도적으로 이민과 취업비자의 엄격한 제한, 이중국적의 불허 등이 우선 지적된다. 보다 본질적인 갈등 요인은 의식과 관점의 문제다. 단일민족으로 표현되는 순혈주의적 내셔널리즘이 강하다. 타 민족과 인종에 배타적인 뿌리 깊은 인식이 존재한다. 최소 5년간 한국 체류, 한국인 2명의 추천, 소정의 시험 합격이라는 제도적 벽을 뛰어 넘더라도 사회적 편견에 막혀 귀화의 뜻이 꺾이는 모습을 접하는 배경이다.

세계는 피부색, 출신, 혈통 등의 차별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긍정적이고 마땅히 가야할 방향이다. FIFA도 인종차별 금지(Say no to racism)를 우선 정책으로 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는 편견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귀화는 국적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세라고 해서 따라갈 이유는 없다. 추세라고는 하지만 가치관적으로 문제는 없는 지, 해당 사회 문화에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끌어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사전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 갈등 요인 사전에 면밀 검토해야

축구에 있어서도 귀화 등 외부 전력 영입이 꼭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는 한 때 프랑크 데 보어를 중심으로 한 백인 그룹과 에드가 다비즈를 축으로 한 흑인 그룹의 갈등이 심각하게 노출된 사례가 있다. 요시무라 넬슨, 요나시로 조지, 라모스 루이, 로페스 와그너, 알렉스, 다나카 툴리오 등 일찍이 귀화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일본축구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단정하기는 무리다.

귀화를 축구라는 틀에서만 바라본다면 여러 논란이 존재하나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분야보다 교류와 이동이 활발한 측면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런 흐름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귀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뛸 날이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하여야 할까. 해당 선수만의 몫일까. 중요한 것은 귀화 자체가 아닌 과정의 논의와 준비, 그리고 책임 있는 공동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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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의 아이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전문가 서형욱 | 기사입력 2007-08-10 15:4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1. 키 플레이어 : 카를로스 테베즈

올 시즌 맨유가 어떤 포메이션으로 나설 것인지 예측하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왼쪽 라인이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테베즈 영입과 에인세 이적 여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번 참조) 현재 퍼거슨 감독은 테베즈를 영입하고 에인세를 잔류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시즌 에브라의 왼쪽 MF 기용에 의욕을 보이는 퍼거슨 감독에브라가 올라갈 경우 그 자리에 에인세를 기용하길 원한다. 실베스트레-오셰이 같은 ‘충성파’들의 ‘대체 가능성’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인상이다.

공격진에서는 테베즈를 영입한다는 전제로 포맷을 짜두었다. 루니-테베즈 투톱을 주전으로 상정한 뒤 사하와 긱스(여름 내내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솔샤르를 백업 공격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루니와 테베즈가 비슷한 스타일의 스트라이커라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하지만 정작 퍼거슨 감독 본인은 태연자약하다. 모두가 닮은 꼴 투톱이라 했던 ‘앤디 콜-드와이트 요크’ 짝을 앞세워 99년 ‘3관왕(Triple Crown)’의 영예를 누렸던 퍼거슨 감독에게 루니-테베즈는 또 다른 신화 창조의 단초로 여겨지는 것 같다.

따라서, 올 시즌 맨유 성적의 키워드는 테베즈다. 그가 루니와 어떤 컴비네이션을 이루느냐에 따라 2년 연속 우승 달성 여부가 판가름난다. 이른바 ‘타겟형 스트라이커’ 없이 또 한번의 리그 제패에 도전하는 퍼거슨 감독의 구상이 성공할 수 있을까. 테베즈의 이적 성사 여부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첫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2. 감독 평가 : 알렉스 퍼거슨

긴 설명이 필요할까. 영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 세계 각국의 명장들과 구분되는 퍼거슨 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가 한 팀에서 무려 20년 이상 재직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여러 팀과 리그를 전전하며 우승 트로피를 휩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퍼거슨처럼 단순히 '한 팀'을 직조해 우승컵을 따내는 게 아니라 ‘한 세대’를 창조한 경우는 흔치 않다. 팀과 자신의 정체성을 통합시킨 몇 안되는 케이스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 어느새 자신의 ‘분신’이 된 팀이 자기가 떠난 뒤에도 강하게 존속될 수 있도록 젊은 선수 영입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맨유가 2위권 바깥으로 내려갈 리 없다는 ‘안정감’에 대한 믿음도 결국 그의 존재에서 기인한다. 현재 맨유에게 가장 큰 위협 요소는 퍼거슨의 건강 악화 뿐이다.

3. 올 시즌 예상 성적 : 1~2위

명백한 우승 후보다. 첼시와 양강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3위권 팀과의 격차는 줄어들 전망이다. 리버풀을 필두로 여러 팀들이 튼실하게 전력 보강을 했기 때문이다.

1위냐 2위냐의 문제는 첼시와 맨유 양 팀 주전 선수들의 부상 여부, 유럽 대회 성적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맨유의 성적을 좌우할 또다른 요소는 테베즈의 (입단과) 활약 여부, 호날두의 '괴물같던' 지난 시즌 활약이 이어질 지 여부, 그리고 긱스의 페이스다.

테베즈가 (입단에 성공해) 루니와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첼시를 상대로 승점을 올릴 수 있을 지 여부가 갈릴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라이언 긱스다. 선수 본인의 말처럼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 하락세가 완연한 긱스는 올 시즌 터치라인에서 좀 더 멀어진 곳에서 움직일 것이다. 측면보다 중앙을 지향하는 플레이어로의 전환은 오래 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올 시즌에는 그 경향성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또, 옆에서 건재를 과시할 스콜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나니와 안데르송의 영입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올 시즌 성적은 노장 선수들의 활약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키워드’ 테베즈와 더해 노장 선수들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올 시즌 예상 베스트11 : 4-4-2



-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 <포포투> 수석에디터)-

* 오는 8월 11일 2007/08 프리미어리그가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문성·서형욱 해설위원이 매일 한팀씩 총 20개 팀을 완벽하게 해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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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 중에 아무나 한 명만 데리고 와라..
과연 그럴만한 자금과 능력이 될 지 의문이다만..-_-;;;

그나저나 우리 나라 국민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텐데,
월드컵 4강 이후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경기 보면서,
눈들이 너무 높아져서 왠만해서는 만족 못할듯..-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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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길 명장 즐비, "외국인 감독 영입, 지금이 적기다"
스포탈코리아 | 기사입력 2007-07-31 14:57 | 최종수정 2007-07-31 15:16
상단/ 리피-클린스만-카펠로 하단/ 데샹-울리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핌 베어벡 감독이 결국 임기 1년 여를 남기고 대표팀 지휘봉을 놓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공석이 된 국가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후임 감독 자리를 메우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올림픽 축구는 당장 8월 22일에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을 치러야 하며, 국가 대표팀은 내년 2월 동아시아 대회를 치러야 한다. 언론과 팬들 역시 차기 감독 인선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년 7개월간 외국인 감독만이 고려 대상이던 대표팀 감독직은 최근 적절한 외국인 감독 후보를 추려내기 못한 가운데 국내 감독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올림픽 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코치였던 홍명보가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고, 대표팀 감독직에도 몇몇 국내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 중인 박지성이 아직은 유럽 감독이 맡아야 하고 선진 축구로 부터 전수 받을 것이 많다는 뜻을 밝힌 것을 비롯, 국가 대표 선수들 역시 베어벡 감독의 지난 1년을 높이 평가하며 외국인 감독을 유지하는 것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 간 한국 축구의 오랜 과제였던 수비 라인의 안정과 포백의 정착에 성공하며 코치 생활에 이어 감독 생활에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은 베어벡은 여전히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에 전수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인 현재, 유럽에도 거취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명장들이 있다. 유럽 유수의 빅클럽들과 세계 각지의 국가 대표팀들로 부터 언제나 러브콜을 받는 이들 감독들을 영입하기 위해선 한 시라도 빠른 접촉이 필요하다. 이들의 영입은 지금이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쉬고 있는 명장들, 리피-클린스만-카펠로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뒤 자진해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두 감독은 1년 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베테랑' 마르첼로 리피(59)와 독일을 3위에 올려넣은 '젊은 피' 위르겐 클린스만(43).

유벤투스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를 공수 밸런스가 가장 안정된 팀으로 조련시키며 월드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지도자 경력이 일천했던 클린스만은 독일 축구가 오래간 이루지 못한 세대 교체 작업에 성공하며 대회 직전까지 받았던 비난을 본선 무대에서 시원스런 경기력으로 날려보냈다. 우승도전에는 실패했으나 깔끔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두 감독 모두 무리뉴의 위기론이 불자 첼시의 영입 대상이 되기도 했고, 미국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 받기도 했으나 현재까지는 야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06/07 시즌 스페인 리그에서 부임 첫 해에 레알 마드리드에 4년 만의 우승을 안긴 파비오 카펠로(61) 역시 후보가 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고도 스타 플레이어들과의 마찰과 데이비드 베컴이 떠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해임을 통보 받은 카펠로는 AC밀란, 유벤투스, AS로마 등 가는 곳마다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을 구축해 유럽 축구의 정상에서 활동해왔다. 강한 카리스마의 카펠로는 표류하고 있는 한국 축구를 빠르게 휘어답을 수 있는 감독이다.

매력적인 프렌치 커넥션, 데샹과 울리에

한국 축구에는 히딩크의 성공 이후 네덜란드 감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1998 월드컵을 기점으로 브라질 축구의 아성에 도전하며 세계 축구의 열강으로 재정립한 프랑스 축구의 명장들 역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축구를 경험한 안정환은 "이탈리아는 수비, 독일은 힘을 중시했지만 프랑스는 전체적인 능력에 있어서 고루 갖췄다"고 표현한 바 있다. 밸런스와 기술을 중시하는 프랑스 축구는 한국 축구를 보다 탄탄하게 조련해줄 수 있는 선택.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뒤 현역 은퇴와 함께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은 디디에 데샹(38)은 AS모나코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스타 선수들을 잃고 승점 감점과 함께 2부리그로 떨어졌던 유벤투스는 다시 세리에A로 올려놨다. 하지만 승격 성공과 함께 팀으로 부터 토사구팽을 당해 불쾌한 심기 속에 새 팀을 물색 중이다. 프랑스 축구의 주장이었던 데샹은 강한 카리스마로 팀을 규합시키고, 제한된 자원으로 조직적인 팀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

프랑스 대표팀과 리버풀, 올림피크 리옹의 감독을 맡아 성공 시대를 이어온 제라르 울리에(59) 역시 새 팀을 알아보고 있다. 울리에는 리옹을 이끌고 압도적인 리그 2연패를 맛 본 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리버풀 시절 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UEFA컵과 FA컵, 리그컵 등 토너먼트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이러한 명장들 외에도 현재 지휘봉을 놓고 있는 실속파 감독들이 있다. 세리에A에서 팔레르모 돌풍을 이끈 귀돌린, 98년부터 2004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었던 비엘사(올림픽 금메달), 첼시와 뉴캐슬, 페예노르트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던 네덜란드 축구영웅 뤼트 훌리트 (FA컵 우승), 일본 축구의 절정기를 이끈 트루시에(아시안컵 우승)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준 기자

사진=쉬고 있는 명장들, 리피-클린스만-카펠로-데샹-울리에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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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네크와 베어벡의 2DM 전술

2007/07/29 02:00
네이버 게시판 댓글에서 보고 우연히 보게 된 글이었는데,
사커월드를 잘은 모르지만, 우선 글쓰신 분의 내공이 상당하다는데 동의...

나름 FM이나 CM 건드리면서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발렸구나..-_-;;;

읽어보고는 설득당해버렸는데,
문제는 우리 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과연 프랑스에 미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수비 지향적 전술은 상당히 싫어하는고로..
상대방한테 발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한 골 더 넣어서 이기는 경기를 좋아하는 박군..-.-;;

전술의 호불호를 떠나서,
일단 우리나라 국대를 위해서 계약기간만큼은 지켜줘야 한다는 이 분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계약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갑자기 법률적 관점이..ㅡㅜ)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일단 맡긴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기다려보고 판단하잔 말이다..
냄비 근성..-0-

어쨌든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래도 열심히 해 준 우리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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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occer1.ktdom.com/bbs/zboard.php?id=soccer4u2&page=1&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785

도메네크와 베어벡의 2DM 전술
 P.Cocu  | 2007·07·27 01:57 | HIT : 37,968 | VOTE : 858 |
사실 우승하면 두 감독의 전술 비교를 하려고 했는데, 뭐 포털까지 가지 않아도 싸월만 봐도 경질하지 않으면 한국축구 당장 망하는 분위기인것 같고...
써놓은 글을 묻어두기는 뭐해서 재미로 보시라고 간단하게 남겨둡니다.

이글은 베어벡의 경질 찬반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베어벡 전술이 프랑스처럼 좋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베어벡 전술을 이렇게도 볼수 있다...정도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일부에서 베어벡을 무뇌전술, 막장축구라고 하는데 아무리 싫고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자신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베어벡의 전술도 색깔이 있었습니다. 단지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뿐이죠.

베어벡 전술은 크게보면 4-3-3이지만 제가보기엔 4-2-3-1의 변형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분들은 월드컵때 이탈리아를 참고한 것으로 보시는 분도 계실것 같습니다)

사실 베어벡호는 전술상으로는 도메네크보다는 공격적인 포메이션이었는데, 실제로는 더 수비적인 경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난감합니다....)

즉 도메네크호를 발전시킨 공격형 모델을 원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이것이 베어벡이 실패했다면 실패한 부분입니다.
이글은 그러한 제 개인적 판단을 바탕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 대부분의 전술에 대한 지식은 프랑스내의 축구 잡지와 신문을 통한 것이고, 예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 전경기와 프랑스 팀의 월드컵 전경기에 대한 개인적 분석을 바탕으로 합니다.  

단...다시 말씀드리지만 전문식견이 아니라 일반팬의 의견이라서 주관적입니다.
읽기 싫으신 분들은 제발 패스해주세요. 읽지도 않고 이상한 댓글 남기지 마시고...

사실 프랑스의 선수진과 우리나라 선수진의 수준 차이를 무시할 수도 없고,
아직 강등제도 없는 짧은 역사의 우리나라 K리그와 프랑스의 리그1을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만...
그저 도메네크호와 베어벡호의 일부 전술적인 공통점 측면에서만 바라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분석은 분석하기에 따라서 정반대가 될 수도 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재미로만 읽어주세요.



제가 기억하는 Domenech감독은 정말 줄창 욕만 먹는 감독입니다.
진짜 뭘해도 밉상이라는 표현이 딱일정도로 제 주위 프랑스인들은 욕만합니다.
프랑스인들 중에 도메네크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는 도메네크 축구가 재미가 없는 것에 근거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나마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선수들이 폭발하면서 준우승을 하자 비판론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아직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감독도 베어벡처럼 경기중에 포메이션 변화 없이 밸런스를 유지한체 계속 그대로 갑니다.

제 생각엔 베어벡이 월드컵을 참관하면서 결승전까지 진출한 두팀, 이탈리아-프랑스의 전술을 현대축구의 흐름이라고 판단한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자체로서는 그다지 틀린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나 과거나 위상이 다르지만 두 감독...제가 보기에 차이점 만큼이나 공통점도 많습니다.
(도메네크에 대한 내용은 2006년도 월드컵을 치룰때의 내용들이니까 현재와는
다를 것입니다. )


1. 도메네크와 베어벡, 두 감독의 경력 논란

도메네크는 변변한 1부리그 클럽 감독 경력도 없습니다.
과거 암울했던 시기의 올림피크 리용이 1부리그로 올라올때, 2부리그 컵대회를
차지했던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때도 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국대도 1993년에 프랑스 축구협회를 거쳐서 유망주 국대라고 할수 있는 청대감독 정도의 팀을 통해서 유망주를 발굴하던 것이 내세울만한 경력의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선수 출신으로 대단한 감독도 아니죠.

이 분이 프랑스 국대감독 될때도 이 문제로 큰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이 사람에 비하면 그나마 베어벡은 여기저기 다니기라도 했다는 점에서 경력이 오히려 더 낫습니다. 결과는 제쳐두고 도메네크는 클럽을 오래 맡은 적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경력자체 때문에 경질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언론이나 잡지등도 비판은 해도 경질하자고 하는 글은 못봤군요.

그러나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왔었고, 월드컵 이후에 이런 우려는 다소 감소되었습니다만 아직도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2. 선수 선발에서의 계속되는 잡음과 감독의 고집

2006년에 아넬카와 지울리가 빠지고 비카쉬 도라수가 국대에 선발되었을때만 해도
분위기는 험악 그 자체였습니다.
별자리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재미있는 분석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팬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세대교체를 열망하는 팬층에게도 노장 튀랑의 재기용으로 욕을 먹었습니다.

당시 첼시에서 측면수비를 보던 윌리엄 갈라스를 중앙수비로 기용하고, 앙리를 원톱으로 놓고 트레제게를 벤치로 빼는등등 프랑스 축구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많이하면서 비판여론은 늘어만 갔습니다.
게다가 철옹성 리용의 쿠페를 2인자로 돌리고, 경험과 지단, 튀랑등 베테랑들과의 호흡등을 중시해서 바르테즈를 주전 골키퍼로 기용했다는 점에서 베어벡과 더욱 유사합니다.

아무튼 이 감독은 정말 오래 살겁니다. 욕많이 먹는 감독이죠....

결과론적으로는 도라수 기용만 빼고는 성공했습니다만,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욕먹는 것은 똑같습니다. -.-;;;;;;

베어벡의 조재진, 이호나 김진규에 대한 무한 신임과 마찬가지로
도메네크는 앙리 원톱고수, 시드니 고부, 비카쉬 도라수와 같은 선수들을 줄기차게
선발하면서 비판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전술을 머리속에 그리고
거기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는 감독이라는 것을 확인시켰습니다.
이런 감독들은 언제나 리그 최고의 선수를 뽑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책임하에 그 선수들을 기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즉 이 두 감독은 리그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거나, 네임벨류만으로 선발하는 감독과는
다른 감독들입니다.
확실하게 자신의 철학은 있는 사람들이죠. 그것이 옳건 그르건...

팬들과 언론에게 두들겨 맞지만, 정작 뽑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감독을 매우 신뢰하는 것도 두 감독의 공통점입니다.
이론가적인 성향과 경험부족도 둘이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자신의 4-2-3-1이 막혔을때는 대책이 없다는 융통성의 부족도 똑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승부나 승부차기로 갈 확률이 큰 이유입니다.

3. 절대불변,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원톱체제



도메네크 전술의 기본 틀은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출발합니다.
그냥 아무나 세우는게 아니라, 수비력이 훌륭한 미드필더가 필수인 전술이죠.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프랑스의 유명한 마-비라인이 그들이었습니다.
한명만 세워도 부담스러운데, 줄곳 마케렐레-비에이라 2명이 같이 섰습니다.

특히나 마케렐레는 국대를 은퇴했던 선수지만, 도메네크가 기필코 설득해서 다시 선발할 정도로 집착을 했던 핵심 선수입니다. 그만큼 도메네크는 머리속에 확실한 팀의 아웃라인이 그려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케렐레와 같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드가 있어야 비에이라가 공수를 넘나들면서 지단의 고립을 풀어줄수가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전술은 약팀과 강팀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사용되었고, 이 두명은 하프라인에서
좀처럼 전진하지 않아서, 폼이 떨어진 지단을 고립시켰고, 지단의 고립은 결국 원톱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던 앙리도 고립시키면서 재미없는 프랑스식 수면제 축구를 탄생시켜버립니다.
이후 팬들과 언론은 트레제게를 이용한 4-3-3이나 4-4-2를 요구하면서 비판을 가했지만 도메네크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베어벡이 약팀인 아시아 상대로 2DM 전술을 고집하자, 소심하다느니 무전술 뻥축구라는 악플들이 난무하는데 이것은 국가대표 감독의 전술을 제대로 확인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베어벡에 대한 개인적 편견이 더해진 비난의 결과물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베어벡의 전술이 도메네크의 전술과 같은 맥락이라면, 약팀 강팀 가리지 않고 2DM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보기엔 베어벡 전술과 도메네크의 전술의 근간이 너무나도 유사합니다.  

2006년 월드컵 당시의 도메네크호의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진영입니다.
(오른쪽은 베어벡호의 수비와 미드필드 진영의 한가지 예시입니다.)
  
                   지단                                                  박지성

      마케렐레 - 비에이라                              김상식 - 김남일      

아비달  -  튀랑  -  갈라스  -  사뇰              이영표 - 김진규 - 강민수 - 송종국

                바르테즈                                              이운재


이 전술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일단 무조건 수비가 6명은 박혀있다는 점입니다.
양쪽 사이드 미드필더까지 가세하면 8명이 공간을 다 틀어막게 됩니다.
훌륭한 오버래핑 능력을 가진 아비달과 사뇰은 전략적으로 우선수비를 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오버래핑은 자제하는 편이었고, 공격능력도 출중한 비에이라도 중앙에서 좀처럼 전진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답답하게 고립된 지단의 원맨쇼에 의존하게 되고말았고, 답답하니까 자꾸 앙리는 원톱에서 빠져나와서 측면으로 가거나 미드필더까지 후진하게 되면서 포메이션은 완전히 꼬여버리고, 좌우 측면 미드필더들은 윙인지 미드필드인지 구분이 안가는 묘한 포지셔닝으로 답답한 경기에 한 획을 더 그어버리더군요.

상대팀들은 이런 전술에 맞서서 공격을 해나가지는 못해도, 막기는 쉬웠습니다.
지단을 몸빵으로 지우고 양쪽 측면의 말루다나 고부나 리베리등을 봉쇄하기만 하면
일단 무승부는 기대할 만한 전술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원톱의 앙리가 스피드를 낼만한 공간도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타겟맨은 더더욱 아니었죠.

이것이 제가 판단한 도메네크의 초기전술의 문제점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와의 예선전부터 조금씩 풀렸나갔는데, 스페인과 브라질의 경기에서부터는 이 전술의 잠재력이 폭발해 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4. 도메네크 전술의 핵은 바로 지단과 비에이라



이 전술의 근간은 강력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단단한 4백수비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틈도 주지 않는 것이고, 상대방이 어떻게 해볼 역습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공격력을 희생하더라도 수비 밸런스는 반드시 지켜지는 수비우선형 전술입니다.
마케렐레와 비에이라는 달려들어서 공의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절대로 먼저 덤비지 않았습니다. 이 두선수는 덫을 쳐놓고 기다렸습니다.
그 결과 상대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마-비라인을 뚫어보려다가 결국 빼앗기고 역습을 허용하거나 줄곧 백패스만 하게 됩니다.
그러한 백패스의 길목에는 빠른발의 말루다와 리베리, 앙리가 잠복해 있었죠.

이러한 장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골이 바로 지단의 스페인전 골입니다.
스페인이 무리하게 달려드는 것을 놓치지 않고 미들에서 강력한 압박후에 역습에 들어가는데 스페인 수비밸런스가 완전히 허물어져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압박후에 재빨리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프랑스 선수를 보시는게 키포인트입니다. 이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 스페인으로서는 경기 마지막에 동점골을 뽑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이 상황에서 덫을 놓고 기다리는 것, 바로 이 전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상대팀에게 똑같은 전술패턴을 보임으로서 중원 힘에서 밀리면서도 결정적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지능적 승부를 펼쳤고, 후반 체력적, 정신적으로 압박에 시달린 프랑스를 몰아붙여서 극적인 무승부를 일궈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프랑스에게 달려들다가 망한팀이 브라질이고, 패스로 주변을 서성이다가 무너진 팀이 스페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대팀의 공격이 어떤 선을 넘어가지 않는한 프랑스의 수비 조직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즉 중앙을 장악하려고 시도해도 마-비라인에 대항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좌우 측면으로
롱볼을 날리려고 해도 강한 수비력의 측면 수비수들이 자리를 비켜나지 않고, 중앙에서는
노련하고 지능적인 수비수 튀랑과 강한 피지컬과 폭발적 스피드를 자랑하는 갈라스가 있었죠. 이 두선수가 공격은 자제하고 수비만 했으니 틈 자체가 없었습니다.

상대팀에서 보기엔 이건 정말 숨막히는 겁니다. 어디에도 틈이 없죠.
결국 상대팀이 프랑스를 이기려면 세트플레이에 기대하거나 개인기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프랑스 수비수들의 실수를 기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월드컵 전 예선에서는 튀랑과 갈라스가 전진패스를 풀어내지 못하고, 지단과 비에이라의 부진이 겹치면서 팀은 수비는 훌륭한데 공격은 안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 수비형 선수인 마케렐레가 공격을 풀어줄리 만무했죠.

2006 월드컵 프랑스vs스페인전과 브라질전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경기들부터 비로소 비에이라가 완벽하게 부활하면서 놀라운 활동량으로 공-수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비에이라의 부활과 동시에 지단은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게 되고, 지단이 전진하면서 공격을 풀자 양쪽의 말루다와 리베리도 덩달아 탄력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상대팀에 공간이 생기자 양쪽 풀백도 오버래핑을 적절히 해주고...
그러나 무리한 공격이 아니기때문에 역습 공간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바로 이 전술의 최대장점이죠.

스페인은 특히 중앙에서 마-비라인에게 짓눌린 상황에서 역습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반만 보면 패스가 멋지게 들어가는 것 같은데 전부 겉도는 상황에서만 패스가 들어가고
중앙은 절대로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도메네크 전술의 키는 지단과 비에이라가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지단이 은퇴한 후 지금 유로2008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도메네크는 이러한 전술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지단대신 젊은 선수인 나스리(Nasri)선수가 들어갔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우승확률이 높은 이유는 도메네크의 전술이 이제 완전히 팀에 정착을 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프랑스를 상대할 다른 유럽팀들은 도메네크가 이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은 없습니다.
유럽에 마케렐레-비에이라의 벽을 뚫어낼 팀이 과연 몇팀이나 되고, 좌우 사뇰과 아비달을 맘대로 공략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가 과연 몇명이나 됩니까?
중앙에서 마-비라인에게 공 커트 당하는 즉시 바로 앙리, 말루다와 리베리에게 스피드에서 밀려서 역습당하기 쉽상입니다.
정말 알고도 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약팀은 그냥 프랑스를 상대로는 뻥축구가 답입니다.

아래 유로 2008을 대비한 프랑스의 베스트 11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바르테즈와 지단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포메이션 그대로 가는 것을 볼수 있으며, 나스리는 아주 빠르게 이 전술에 적응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는 http://fr.wikipedia.org/wiki/Équipe_de_France_de_football)



5. 대한민국은 왜 뻥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베어벡은 젊은 수비수 4명과 함께 2명의 DM을 배치하면서
아시안컵에 출전합니다.

               김정우

          손대호 - 김상식

김치우 - 김진규 - 강민수 - 오범석


일단 쳐다보기만해도 프랑스에 비해서는 무게가 확연히 떨어집니다만, 도메네크의 전술과 일치시켜보면 왜 케이리그 최고선수인 김두현이 빠지고 김정우가 들어가는지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불안감이 잠재된 어린 포백들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쇄작용으로 김두현보다 수비가 뛰어난 김정우를 써야했고, 순발력이 뛰어난 김용대를 두고 심리적으로 팀을 안정시켜줄 경험많은 이운재가 중용되는 겁니다.

공격면에서도 이런 문제가 연쇄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에게는 비에이라에 해당하는 선수인 김남일 선수가 빠지면서 공-수 연결고리가
하나 빠져버린 상황이 되고, 이렇게 되면 김상식 선수는 본인의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게 되어버립니다.
그 상황에서 김두현 선수가 컨디션 난조인지 자신의 장점마저도 찾지못하면서 계속 김정우를 투입하게 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해외파보다도 김남일의 결장이 더 아쉽습니다.
김남일이 있었으면, 김두현도 기용되었을 것이고, 오장은도 나올수 있었습니다.
김남일과 김두현의 전진패스는 더 많은 기회를 보장했을 것이구요.

베어벡도 프랑스같은 좋은 스쿼드의 팀조차 비에이라나 마케렐레, 지단등 핵심선수가 빠지면 허우적대는 이런 전술을 바로 적용하면 해외파를 비롯해서 5명이상이나 빠진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공격력이 부진할 거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을 했을 겁니다.

아마 김남일-김상식 라인이 가동되고 좀더 안정된 포백이 나왔으면 김두현 선수가 더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많이 남습니다.
그러나 결과에 연연하는 선발을 하지않고, 미래를 보고 젊은 4백을 과감하게 기용한 베어벡의 용기와 결단에는 그의 사퇴여부에 상관없이 박수를 보내야합니다.
단기로 성과를 내려면 더 경험많고 소속팀에서 4백에 익숙한 수비수들을 뽑을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우도 공격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손대호는 수비에만 급급했습니다.
당연히 미드필드는 고립되고, 원톱도 고립되고...좌우 돌파는 되지도 않고....

중앙에서 뻥뻥 지른것도 문제지만, 중앙에서 볼을 키핑해주지 못하고, 패스의 질도 형편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윙포지션에서 볼을 멍하니 기다리고, 원톱은 가운데 콕 박혀 있었죠.

정작 비판받으면서도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은 뻥축구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크로스는 정확도가 거의 절망적이였죠.
그러나 팬들은 무조건 왜 뻥축구 하냐고 욕만 하는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은 그라운드 사정에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실력의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이 딱 프랑스 대표팀의 예선 졸전 경기력과 판박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5. 재미없는 4-2-3-1 전술, 장점은 있을까?

4-2-3-1은 정말 잘 안풀리면 수면제 축구인데...장점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강력하고 기복없는 공-수 밸런스입니다.

일반적으로 약팀은 강팀을 맞이해서 선수비후 역습작전을 쓸것이고, 강팀은 맞불을 놓습니다.
그런데 이 4-2-3-1이 제대로 정착만 되면 강팀과 약팀에 따라서 전술을 바꿀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도 최대 장점중의 하나입니다.
약팀은 중앙 다 내주고 뻥축구만 해야하고, 강팀은 스페인, 브라질처럼 튕겨나갑니다.
재미없고 골은 많이 안터지지만, 강한 팀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두 팀이 붙은 이탈리아-프랑스의 월드컵 결승전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이 된것은 두 팀모두 이러한 전술에서 완성된 팀들이었기때문입니다.

현재만 봐도 도메네크는 경기중에 전술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베어벡도 똑같죠.
이런 단조롭다면 단조로운 전술은 비판의 도마에 자주 오르지만 상대방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알고도 못이기는 절망적인 상황이 오는 겁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인데, 백전백승이 안되는 거고, 백중세를 유지하려면 상대팀도 무리한 공격으로 밸런스를 깨서는 안되는데, 그러니까 또 결국은 경기가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전술을 싫어합니다. -.-;;;;;)

저 프랑스 대표팀은 4-2-3-1만 죽도록 고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죠. 마치 벽에다 대고 춤을 추는 형국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우리나라 아시안컵 베어벡호로 돌아와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어제 일본과 사우디의 4강전 경기 재미있게 보셨을 겁니다.
저도 재미있게 봤죠. ^^
그러나 제가보기엔 양팀 모두 전술적으로는 엉망인 경기를 했습니다.  

두 팀 모두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경기지만, 양팀 모두 난타전을 펼치면서
팀밸런스가 무너져서 측면에서 많은 공간들을 허용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득점이 터져나왔고요.
팀 전술의 공수 밸런스라는 시점으로 보자면 엉망인 경기였습니다.
두팀 모두 아주 제대로 전술이 헝클어지면서 더 많은 득점도 나올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반면 베어벡호의 예선 3경기중 사우디 전을 보시면, 그 경기는 사우디가 뭐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행운의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무승부를 만든 경기입니다.
물론 무승부에는 우리나라의 골결정력 부족도 한몫을 단단히 했죠. .

즉, 사우디는 대한민국을 맞이해서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었습니다.
중앙에서 대한민국의 2 DM이 틀어막고 있었고, 우리의 양쪽 측면도 공간이 없었죠.
더불어 어쩔수없이 우리의 공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였구요.

아시안컵의 대한민국의 전 경기 모두 이런식이었습니다.
2차전 바레인은 우리를 이겼지만 수비진 실수로 이긴거고, 어떻게 제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밸런스는 그럭저럭 잘 유지되었습니다.
공격진은 여전히 답보상태였고요....
2실점이 전술적인 문제를 드러낸 실점이 아니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아시안컵 전 경기를 통틀어서 우리가 수비가 다 털렸던 적은 한번도 없었고 대량실점을 예상했던 팬들의 예상과 달리, 이란조차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왜 우리와 경기하면 상대팀도 같이 막장이 되는가에 대한 답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에게는 상대팀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없었고, 상대팀이 이리저리 공을 돌려도 뺏으려고 덤비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 과거처럼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존 압박축구에 익숙한 선수들은 아직도 언제 압박들어갈지, 밸런스와 전형을 유지할지에 대한 판단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 와중에서 축구팬들은 압박의 실종에 한탄했는데, 일단 저는 전술적인 움직임이라고 봤습니다. 긍정적으로 본거죠.  실상은 어떤것인지 잘 모르지만....

공격에서 베어벡호는 백패스를 하면서까지 상대팀을 끌어내려고 했는데, 상대팀은 그러질 않았죠.
대한민국에게 무리하게 공격들어갔다가는 뒷공간이 열린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의 경기는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악순환이었습니다.

아마 이부분에서 베어벡감독도 매우 당황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수비로 쳐진 상황에서, 팀의 역습 속도는 매번 한발 늦었고,
엉거주춤한 포지션으로 효율적인 공격이 전개되지 못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서형욱님께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한 이유도, 뛰어난 개인능력을 가진 수비수의 힘이 아니라 전술에 의한, 팀에 의한 수비의 발전을 이뤄냈지만(불안했지만 실점은 적었던...), 공격은 전혀 되지 않았던 것때문일 것입니다.
전 이 부분의 분석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6. 베어벡에게 희망은 없는것인가?



결과적으로 어찌되었든, 베어벡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의 경기는 대한민국을 응원하던 축구팬들에게 재앙과도 같은 골결정력과 공격전개를 보여줬으니까요. 저도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답답해서요.

게다가 결과로 무마시켜야했을 선수선발도 도마에 오를 것입니다.
도메네크는 준우승이라는 결과물로 도라수 선발논란을 잠재웠지만 베어벡은 실패했죠.

과거 홍명보라는 훌륭한 수비수 개인의 능력으로 우리의 수비를 아시아에서 지켜냈다면, 이제는 패러다임이 전술적 수비의 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베어벡의 생각인것 같습니다.

이런 답답한 전략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거냐는 비난과 걱정도 틀린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임 1년만에 20대 초반의 어린 수비수들을 이끌고 나가서, 사우디와 이란등 탈아시아급 팀들과 오랜 합숙으로 강해진 아시아축구와 맞섰고, 어린 수비수들에게도 시간을 주면 희망이 있다는 것도 보여줬습니다.

그의 임기는 2008년 올림픽까지입니다.
남은 1년간에 공격이라는 실타래와 숙제가 남아있고, 시간을 줘도 될만 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개인적인 생각은 그랬습니다.
저는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임기를 보장하는 풍토를 만들어서 명장들이 오고싶어하는 국대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베어벡의 전술을 무개념 뻥축구로 보면 정말 무개념 뻥축구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분명한 색채도 지니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아직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녹아들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전술적으로 움직이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베어벡도 비판여론과 반대로 자꾸 만족한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눈에는 선수들이 자신의 전술 의도대로 해보려고는 하지만 아직 잘 안되는 것이 분명히 보였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형편없는 공격을 하고, 어처구니 없는 수비실수를 했는데도 선수들에게 만족할 리가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플레이 전체가 축구팬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은 축구팬들의 수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명장이 오지 못하고 비슷한 수준의 감독이 들어와서 제 목숨 보전하고자 노장들 다시 복귀시키고 잘나가던 3백으로 가자고 하시면 어쩔겁니까?

만약 베어벡이 교체된다면 베어벡을 선임한 부분에 대한 책임과 올대겸임을 맡긴 책임도 물어야 하고, 그를따르던 코칭스태프부터 모두 연쇄 책임을 지고 떠나야합니다.
왜 우리는 원정경기 사전조사가 형편없는지도 따지고, 선수관리 시스템도 다 공개해서 바꿔야합니다.
무조건 협회가 죄인이라고, 다 바꾸라는 말이야 말로 무책임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풍토가 나와야하고, 감독교체만이 아닌 본질적인 교체를 건의합니다. 그것도 싫다면 우리나라 평균 국대 감독 수명은 1년으로 법제화 해야합니다.
그러면 심심할때마다 바꿀수 있을겁니다.

감독 교체를 제대로 그렇게 할 것이 아니면, 교체를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도마뱀 꼬리만 맨날 잘라봐야, 도마뱀이 용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베어벡의 2 DM 전술이 제대로 정착되면 약팀을 만나던 강팀을 만나던 상대팀 감독은 두통약을 먹야야합니다.
해외파가 돌아와서 공격에 무게가 더해지고, 어린 포백이 더 강해질수있다면, 2010년이 절대 어둡지 않습니다.

베어벡이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술에 대해서 저렇게 당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비수 면면을 보세요.

김진규와 강민수가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 이란과 이라크등이 제대로된 공격을 풀어내지 못한 것은 수비전술적인 방어의 성공이었기때문입니다.
(축구는 상대적인 것이지만 사우디와 일본전, 사우디와 대한민국전을 비교해 보세요)

베어벡이 사퇴하건, 경질되던 모든 것은 협회와 베어벡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감독교체 자체가 우리에게는 슬픈일입니다.

그러나 베어벡이 교체되면 환호할 팬들이 많다는게 저는 더 슬프게 다가옵니다.
어떤 감독이든 조기에 교체되는 순간 우리 축구는 후퇴하게 되어있습니다.

재미없었지만 저는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기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잠시나마 행운도 있었고, 전술적으로도 볼것이 있는 대회였고....
우리나라 어린 청대선수들이 보여줬듯이 개인기량과 기본기도 일취월장 하고 있고...

전 우리나라가 절대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베어벡의 진퇴유무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시아팀들은 한국팀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월드컵에 진출할거고, 어떤 세대에는 원정 첫승이 아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거고, K리그는 계속 발전할 겁니다.
전 그렇게 확신합니다.


축구와 더위때문에 짜증나실텐데
쓸데없이 길어지기만 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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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소년의 집 출신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했음에도,
비뚤어지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분명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그의 어린시절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히딩크한테 찍히게 된 하프라인까지 끌고 나온 그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2002, 2006년 주전 골키퍼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그가 이운재보다 못한 골키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6년에 명단에서 탈락한 것은 분명 다른 실력 외적인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환이 대표팀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도,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도는 소문 아닌가..

암튼..이 기사를 보고 다시 한 번 김병지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더라는..

어려웠던 상황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안다..

후배에게 건넨 따뜻한 그 한마디가 그 후배의 일생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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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에세이] 따뜻한 남자 김병지가 전해준 감동

[마이데일리 = 조건호 기자] 한 팀에서 '제3의 골키퍼'라는 자리는 무척 슬픈 위치이다. 주전 골키퍼가 상대의 무릎에 찍혀 실신하고 그 다음 골키퍼는 기절해서 실려나가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 마지막 골키퍼의 운명이다.

지난 16일 프로 데뷔전을 치른 대전의 유재훈은 '제3의 골키퍼'였다. 주전 최은성이 부상으로 빠지고 '제2의 골키퍼' 양동원이 대표팀에 소집되자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축구장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생겨날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그라운드의 모습이다.

경기 초반 쏟아지는 빗줄기와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유재훈은 시간이 갈수록 안정감을 찾아가며 몇 번의 선방도 해냈다. 최종 스코어는 0-1 대전의 패배. 하지만 그 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후보 골키퍼의 데뷔전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시합이었다.

경기를 보면서 '오늘은 유재훈이라는 선수와 꼭 이야기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쏜살같이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아예 대전의 골문 앞까지 다가선 나는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전 선수들의 틈으로가 유재훈에게 말을 걸었다.

" 유재훈 선수 잠깐 이야기 좀... " 하지만 말을 더 이을 수는 없었다. 팬들에게 인사를 마친 유재훈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를 잠시 내버려 두기로 하고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함께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눈물을 훔치고 감정을 추스른 유재훈은 차분히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자신 때문에 팀이 졌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경쟁을 통해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필자는 그런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 축구장에서는 진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마시고요. 앞으로 행운을 빌게요 "

그로부터 잠시 뒤. 데닐손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유재훈에게 패배를 안긴 골키퍼가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16년간 K리그 446경기를 소화한 'K리그의 전설' 김병지였다. 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월드컵 출전도 경험한 베테랑과 데뷔전에서 패배한 제3의 골키퍼가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남자 김병지. 하지만 그에게서 상대를 내려보는 거만함이나 거들먹거림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유재훈에게 다가온 김병지는 자상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건넸다.

" 너 잘하더라 야… "

그 자리에 있던 유재훈과 기자들, 심지어는 경호원들까지 그런 김병지를 멍하니 쳐다봤다. 김병지의 목소리는 온화함이 스며있었고 그가 지어 보인 웃음에는 백만 불 아니 수천 만 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어떤 영화보다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유재훈이 잘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고 데뷔전을 치른 어린 후배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김병지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가 던진 한마디는 데뷔전을 치른 유재훈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힘이 됐을 것이 분명했다.

어느 신인 소설가에게 이문열이나 김훈 선생이 " 자네 글 잘 쓰더군 " 이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 소설가는 죽는 날까지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수 없이 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위치에 서있지만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잊지 않고 칭찬의 한 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남자 김병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훌륭한 인격체이자 최고의 프로페셔널이었다.

'제3의 골키퍼' 유재훈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데뷔전을 계기로 경기에 자주 나서게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골키퍼 양동원에게 밀릴 수도 있고 부상 중인 최은성이 돌아오고 나면 아예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지는 날이 더 많아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재훈의 미래가 어떻게 되건 간에, 김병지가 건넨 따뜻한 한 마디는 그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 힘을 북돋아 줄 것이 틀림없다.

유재훈 선수! 힘들 때면 김병지 선수가 건넨 말을 생각하세요.

" 너 잘하더라 야... "

[FC서울의 김병지. 사진〓마이데일리 DB]

(조건호 기자 pompey1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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