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의 뻬이쓰볼] DIPS로 보는 프로야구 FA & 외국인 투수들의 2009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끝났지만, 각 구단 단장들은 여전히 쉴 틈이 없다. 곧바로 '스토브리그'라는 새로운 리그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구단의 FA 대상자들과의 협상, 외국인 선수 계약, 트레이드 교섭 등으로 단장들은 오히려 정규시즌보다 더 숨가쁘고 긴장감에 넘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토브리그 기간은 다음 시즌 팀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행여 FA 먹튀를 거액에 영입하거나 '제 2의 숀 헤어'라도 데려오는 날에는 팀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미래로 시간여행을 해서라도 내년 시즌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은게 단장들의 솔직한 심정일 게다.

그런데 타자는 몰라도 투수의 경우에는, 내년 시즌 성적을 미리 예측하는게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세이버 메트리션들이 고안해낸 DIPS(수비 무관 추정 방어율)라는 스탯을 활용하면 투수의 올시즌 성적에 얼마만큼 거품이 끼었는지는 물론, 다음 시즌에 올해와 비교해 나은 성적을 낼지 여부까지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의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이 방법을 활용해서 주요 FA들의 다음해 성적을 거의 정확하게 예언해 내기도 했고, 많은 판타지게임 유저들 역시 DIPS를 사용해 좋은 성적을 기록한 사례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DIPS란 무엇인가? DIPS는 수비수의 지원이나 경기중 생기는 각종 '행운(불규칙 바운드, 호수비, 쉬프트 적중 등)'의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투수 개인의 능력만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스탯이다. 이 스탯은 일단 투구가 타자의 배트에 맞아 '인플레이'가 되면 그 이후는 투수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는 이론을 토대로 삼는다. 다시 말해 맞아나간 타구가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 불규칙 바운드가 될지 라이너가 될지, 쉬프트에 걸려들지 아니면 수비수 사이로 빠져나갈지 등의 요소는 투수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DIPS는 이런 요소들은 순전히 '운'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 제외하고, 투수가 통제 가능한 항목인 삼진과 볼넷과 HBP, 홈런 등의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DIPS 구하는 공식 - ((피안타-피홈런)*0.49674+(피홈런)*1.294375+(볼넷-고의4구)*0.3325+(고의4구)*0.0864336+(삼진)*(-0.084691)+(사구)*0.3077+(타석수-사구-볼넷-삼진-피안타)*(-0.082927))*9/(투구 이닝)

본래는 파크 팩터를 적용해야 하지만 한국 구장들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공식에서 제외함

이렇게 해서 구한 DIPS를 투수의 방어율과 비교하면 투수가 방어율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있는지, 또는 투구내용에 비해 얼마나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등을 밝혀내는 게 가능하다. 가령 어떤 투수가 2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했지만 DIPS는 3점대였다면, 이 투수의 실제 투구내용에 기초한 방어율은 3점대이지만 수비 지원이나 운(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따위의)에 의해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누군가가 5점대 방어율을 기록중이지만 DIPS는 4점대 초반이라면, 실제 투구내용이나 구위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투수의 다음 시즌 성적을 예측해볼 수 있다. 방어율에 비해 DIPS가 나쁜 시즌을 보냈다면, 그 투수는 다음 시즌 올해보다 성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DIPS가 방어율보다 좋은 시즌이었다면, 다음해 성적은 올해보다 향상될 공산이 크다. DIPS를 통한 성적 예측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DIPS를 활용한 예상이 언제나 100%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사실 100% 적중률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현재도 타구의 방향이나 타구질이 과연 투수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DIPS를 개발한 세이버메트리션들도 현재는 처음의 완고했던 이론을 일정부분 수정해 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이 스탯을 통한 예상은 리그나 팀을 옮기는 변화, 구장 변경, 새로운 구종의 추가와 부상 등의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무력화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DIPS를 이용한 예상이 실제 성적에 대부분 잘 들어맞았고, 다른 스탯들에 비해 적중률과 효용성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프로야구 투수들의 2008년 성적과 2007년 DIPS를 비교해본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번 2007년 DIPS가 방어율보다 나빴던 투수 10명의 2008년 성적을 살펴보도록 하자.


DIPS와 방어율의 차이를 퍼센테이지로 구했을 때, 1.00 이상을 기록한 투수 상위 10명을 도표로 나열해 보았다. 한 눈에 볼 수 있듯이 성적이 나아진 투수는 채병룡과 손민한 두 명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대폭 하락하거나 아예 리그에서 쫓겨나는 결과를 맞았다. 여기서 손민한의 경우 방어율 자체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피안타율이나 탈삼진율, WHIP 등과 같은 다른 투구 지표들은 2007년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2007년 DIPS가 방어율보다 좋았던 투수 10명의 2008년 성적이다.


DIPS%가 1.00 이하를 기록한 투수 10명 가운데 이닝수가 75이닝 이상인 선수들만을 추려 보았다. 여기서 실제 성적이 하락한 선수는 조용훈과 이대진 두 명이다. 이 중 조용훈의 경우에는 소속팀의 사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눈여겨볼 선수는 임창용이다. 임창용은 2007년 생애 최악의 기록을 남겼지만 실제 DIPS를 통해 본 투구내용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대성공으로 드러났다고 해도, 지나친 확대 해석은 아닐 것이다.

FA와 외국인 투수들, 내년에 어떨까

DIPS를 통한 예측이 어느 정도 적중률을 보이는지, 위의 도표를 통해 어느정도 증명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러면 이제 앞서 언급했던 FA 투수들의 내년 시즌 성적을 예측해볼 차례다. 이번 FA 대상 24명 가운데 투수는 총 10명, 그 중 올시즌 75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는 7명 정도다. 이들 가운데는 정민철이나 김수경처럼 FA 신청을 포기한 선수도 있고, 이상목처럼 은퇴 수순을 밟게 될 투수도 있지만, 그에 상관없이 모두 목록에 포함시켰다. 또한 8개 구단에서 올해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7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들도 함께 포함해서 시즌 DIPS와 방어율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롯데의 에이스인 손민한은 매우 위험하다. 올시즌 2점대 방어율에 12승을 따내기는 했지만, 후반기 그의 투구는 1선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DIPS는 3.56으로 시즌 방어율 2.97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일본 진출과 롯데 잔류를 놓고 저울질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DIPS를 통해 드러난 바로는 그와 다년간 고액 계약을 맺는 것은 시한폭탄을 떠안는 것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특히 그의 나이나 최근 몇년간의 투구 이닝, 현재 구위 등을 따져볼 때 특별히 '리바운드'될 만한 요인이 없기에 더욱 불안감이 크다. 롯데는 단순히 에이스의 자존심이나 팬들의 성화 등에 좌우되지 말고, 냉정하게 그의 미래가치를 평가해서 계약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일본행을 한창 타진중인 이혜천은 정확한 예측을 하기 힘든 DIPS% 값을 보여주고 있다. 대개 1.00에 근접한 값을 보이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다음 시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큰 폭의 변화(향상이든 추락이든)를 보여주는 예가 많은데, 이혜천의 경우도 성적만을 놓고 보면 전혀 예측 불허다. 다만 구위 자체에 몇년간 큰 쇠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독특한 팔 각도의 좌완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리그 진출 시에는 의외의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그가 플라이볼 피처이고 넓은 잠실구장의 덕을 봤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리라 본다.

또 올해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정민철의 경우 의외로 내년 시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사실 올해 그의 소속팀 한화가 수비율 .989에 수비범위 6.56으로 리그 최하위급의 수비력을 보여준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은퇴 쪽이 유력한 이상목 역시 생각과는 달리 내년 시즌 리바운딩 가능성이 큰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올해 활약한 세 외국인 투수들의 전망이 굉장히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레이번은 올해 방어율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이닝 소화 능력이나 피안타율, 삼진율 등이 모두 크게 저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SK는 재계약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LG 역시 올해의 활약만을 갖고 옥스프링을 3년째 데리고 가기에는 껄끄러운 점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투수력이 약한 팀이기 때문에 쉽게 재계약을 포기하지는 못하겠지만.

내년 성적이 향상될 투수들 & 나빠질 투수들

이번에는 올해 DIPS가 방어율보다 좋았던 투수들과 나빴던 투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올시즌 방어율보다 나은 DIPS를 보여준, 다시 말해 내년 성적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투수들의 목록이다.


히어로즈 황두성이 눈에 띈다. 황두성은 올시즌 팀 사정상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마당쇠' 노릇을 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확실한 보직을 얻을 수 있다면 내년 시즌 그의 성적은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윤성환과 LG의 정찬헌, 두산 김명제 등의 젊은 투수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특히 윤성환은 위력적인 직구와 커브 조합을 구사하는 투수로서, 선발 전향 첫 해임에도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내년 시즌에는 더욱 안정감 있는 선발투수로서의 투구를 기대할 만 하다. 고졸 1년차인 정찬헌은 선발 전향 뒤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투구 내용 자체가 기록만큼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다. LG 팬들에게 내년 시즌 정찬헌의 맹활약을 기대해 보도록 주문하고 싶다.

삼성 정현욱의 경우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거의 필리핀 나이키 공장 어린이만큼의 혹사를 당한데다, 부상 경력과 공백기가 있어 몸 상태가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팬들은 그가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투구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내년에는 상식적인 주인을 만나게 되기를 염원해야 할 듯하다. 두산 김선우의 경우는 내년 시즌에는 확실히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다.

다음은 DIPS가 방어율보다 나빴던 투수들, 즉 내년 성적이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큰 투수들의 명단이다.


올시즌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한 팀은 롯데가 아닌 SK였다. 하지만 위의 기록에서 드러나듯 내년 시즌에도 SK가 올해와 같은 선발진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레이번의 경우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고, 채병룡과 김광현도 올해같은 투구를 다시 선보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LG 팬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올해 원투펀치 역할을 해준 봉중근-옥스프링 역시 내년에는 올시즌만 같지 않을 것이다. 팀내 다른 투수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롯데도 선발진 중 세 명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손민한의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 구단의 냉정한 계산이 요구되는 대상이고, 장원준은 올해가 최고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송승준은 올해 다소 떨어진 직구 구위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까지 DIPS를 통해 간단하게나마 투수들의 내년 시즌을 예상해 보았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세상에, 특히 야구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기록이란 어제까지의 것일 뿐이며, '오늘-지금-여기'에 대해 기록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팬들이 위의 내용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마음 같아서는 부정적인 예상은 다 빗나가고, 긍정적인 예상만 전부 들어맞았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년 시즌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드러난 선수들이 겨우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약점을 보완해서, 이 글을 '펠레'의 저주로 만들기를, 세상 모든 숫자놀음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Posted by Yagoora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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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시즌 롯데 최고의 선수들

2008/11/05 11:44
단일 시즌 롯데 최고의 선수들

*단일시즌 타격부문 1.단일시즌 최고타율-마해영(1999년) .372


...99년은 롯데 역사상 가장 완벽한 클린업 트리오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시즌입니다. 박정태-호세-마해영으로 이어지는 3-4-5번은 정교함과 파워의 밸런스에서 당대 어떤 클린업 트리오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었던 선수들이었죠. 특히 마해영은 99시즌에 3할 7푼 2리로 1994년 이종범의 .393 이후 최고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했고,그 이후 아직까지 단일시즌에 3할 7푼대를 기록하는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마해영의 .372라는 타율은 KBO 역대 순위로는 5위 이며, 그 이상의 타율을 찍어낸 선수는 백인천,이종범,장효조 단 3명에 불과합니다.

2.단일시즌 최다안타-마해영(1999년) 132경기 187안타

...타율에 이어 최다안타 역시 99년의 마해영이 차지했습니다. 마해영 개인으로서도 이 시즌이 커리어 하이였으며, 용병타자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타고투저가 시작된 해이기도 했죠.

3.단일시즌 최다 득점-마해영(1999년) 111득점

...이 시즌의 마해영은 도루를 제외한 거의 공격 전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해였습니다. 그의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100득점이 넘긴 해였으며, 이승엽,이병규에 이어 시즌 3위를 기록했던 때였죠. 공교롭게도 현재 KBO 단일시즌 최다 득점이 이 시즌에 세워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승엽이 세운 128 득점입니다. 마해영은 롯데역사상 유일하게 100득점을 넘긴 선수로 기억되는데, 2위는 김응국이 같은 해에 세운 98득점입니다.

4.단일시즌 최대 출루율-호세(2001년) .503

...롯데가 낳은 최고의 용병 펠릭스 호세의 한국무대 두번째 시즌입니다. 2001년은 괴물용병 호세에 대한 각 구단의 엄청난 견제가 있었던 시즌으로, 그로 인해 호세는 출루율 5할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참고로 프로야구 26시즌 동안 단일시즌 출루율 5할을 기록한 선수는 호세가 유일하며,2위는 백인천이 원년에 기록한 .497입니다.

5.단일시즌 최다볼넷-호세(2001년) 127개

...이 기록 역시도 역대 KBO 최다입니다.2위는 심정수가 2003년에 세운 124개입니다. 6.단일시즌 최고 장타율-호세(2001년) .695

...팀내에서는 2위가 99년 마해영의 .672이고 KBO 전체로 따지면 호세의 기록은 역대 5위에 랭크되어있습니다.1위는 82 백인천의 .740입니다. 7.단일시즌 최고 OPS-호세(2001) 1.198

...2001년의 호세는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였습니다.최종 OPS는 1.198로 롯데에서는 당연히 1위이고 KBO 역대로 따져도 2위입니다. 참고로 역대 1위는 82년 백인천이 세운 1.237이며,지금까지 OPS가 1.2가 넘었던 시즌을 기록한 선수는 백인천이 유일합니다. 8.단일시즌 최다 홈런-호세(1999년,2001년) 36개

...역대로 롯데는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과는 인연이 그다지 없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99년 호세는 한국무대 첫 해에 36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35개를 때려낸 팀동료 마해영(마해영은 롯데 단일시즌 최다홈런 2위)과 함께 리그홈런순위 상위권에 오르면서, 롯데가 소총부대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2001년에도 36개를 때려냄으로서 롯데 단일시즌 최다 홈런 타이를 이루게 됩니다. 호세의 36홈런은 KBO 역대로는 공동 19위에 해당합니다. 당시 리그 1위는 아시아 홈런 기록을 경신한 이승엽의 56개입니다. 9.단일시즌 최다 타점-호세(1999년) 122타점

...단일시즌 누적기록에 관해서는 롯데에서 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1999년은 122타점으로 그 해에 이승엽의 123타점에 단 1타점이 뒤져 2위를 차지했으며, 그로인해 호세의 122타점은 KBO 통산으로 따져보면 6위에 해당합니다. 1위는 백인천 이후 가장 괴물같은 시즌이라고 평가받는 이승엽이 2003시즌에 세운 144타점 입니다.

10.단일시즌 최다 2루타-박정태(1992년) 43개

...92년 롯데는 주전라인업 중 5명이 3할 이상을 쳤던 소총타선의 극을 보여줬던 시즌입니다.그리고 그 중심에 롯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2루수였던 박정태가 있었습니다.
박정태는 92년에 43개의 2루타를 침으로서 롯데의 단일시즌 최다 2루타이자, KBO 역대 단일시즌 최다 2루타의 기록도 세웠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은 박정태 외에도 2명의 선수가 공동 1위인데, 그들은 바로 99년 이병규와 2003년 이종범입니다.

11.단일시즌 최다 3루타-이종운(1992년) 14개

...박정태,김응국,김민호와 같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견실한 수비와 빠른 발, 정교한 타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던 92년 우승의 또다른 주역이었던 우익수 이종운입니다. 이종운은 이 해 14개의 3루타를 쳐내면서 역대 1위에 올라와있으며, 동시에 KBO 전체에서도 1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2위는 같은해 팀동료 김응국이 세운 12개이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시즌 두산의 이종욱이 12개를 쳐냄으로서 이 부분 공동 2위에 올라 있습니다.

12.단일시즌 최다 도루-전준호(1993년) 75개

...롯데 팀 역사상 전체를 통틀어서도 전준호만큼 뛰어난 리드오프는 없었으며, 아니 그것은 KBO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준호는 프로 3년차인 1993년에 75개의 도루를 성공시킴으로서 롯데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 도루를 달성하며 도루왕을 차지합니다. 2위는 단 2개 차이로 아깝게 1위를 놓친 1993년 이종범의 73도루 였으며, 이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이종범은 이듬해인 94년 84개의 도루로 당당히 KBO 역대 단일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하게 됩니다. 전준호의 75개는 한국프로야구 전체로 봐서는 2위이고, 롯데 내에서는 95년 69개로 단일시즌 2위의 기록도 그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후 롯데의 최다 도루는 2004년 김주찬이 세운 44개입니다. *단일시즌 투수부문



1.단일시즌 최저방어율:최동원(1986년) 1.55

...롯데가 낳은 불세출의 투수...선동렬과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선발투수인 최동원은 비록 롯데에서 6시즌밖에 뛰지 못했지만 그 기간동안 너무나도 강렬한 기록과 인상을 남긴 탓에 지금도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하면 제일 먼저 최동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어율 1.55는 KBO 역대로 따지면 고작(?) 8위에 그치고 있지만, 그의 엄청난 소화 이닝을 감안해 볼때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규정이닝이상 투구한 선수 중에서 86 최동원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아무도 없으며, 유일하게 근접한 이닝 수를 기록한 선수는 바로 같은 해 선동렬이었고, 그는 이 해에 262.2이닝을 투구하면서 방어율 0.99로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역대 KBO에서 활동한 투수 중 0점대 방어율이 나온 적은 3시즌인데 모두 선동렬이 달성 했습니다. 선동렬은 1993년 마무리투수로 활약, 126.1이닝을 던지면서 0.78의 방어율을 기록했고, 최초로 10승-30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이기도 합니다. 롯데 내에서는 최동원 이후 1992년 고졸슈퍼루키 염종석이 2.33이라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최저방어율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2.단일시즌 최다승:최동원(1984년) 27승

...84년은 롯데팬들이라면 절대로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입니다.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고, 당시 최강이었던 김시진-김일융의 원투펀치를 이겨내고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영광의 해 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시리즈 4승'의 신화 최동원이 있었습니다. 최동원은 84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7승을 따냈고,2위 김시진을 8승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며 다승왕을 차지합니다. 84 최동원의 27승은 83년 장명부가 세운 30승에 이은 역대 단일시즌 최다승 2위이며, 또한 그는 롯데역사상 처음이로 20승을 차지한 투수로 기록됩니다. 그 후로는 아직까지 롯데에서 시즌 20승 투수는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3.단일시즌 최다이닝:최동원(1984년) 284.2이닝

...1980년대는 지금처럼 선발과 불펜의 뚜렷한 보직 구분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만큼 투수 분업화가 제대로 정착이 덜 되었던 시절이었죠. 오늘 선발투수로 뛰었던 선수가 이틀 뒤 구원투수로 나오는 일도 허다했고,초창기의 야구가 다 그랬듯이 한국 프로야구 역시도 선발투수는 엄청난 수의 공을 던지며 긴 이닝을 먹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최동원은 1984년 선발투수로는 단 20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지만,그 외에 구원투수로 31경기를 출장했고,284.2이닝이라는 지금 기준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투구이닝을 기록합니다. 롯데 투수들 중 90년대 이후에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는 주형광과 윤학길이 유일합니다.나머지는 전부 80년대에 던지던 투수들이었으며,그 기록의 대부분은 최동원에 의해 달성되었습니다. 284.2이닝은 같은 해 모든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이닝수였으며, 역대로 따지면 60경기 등판 44선발이라는 말도 안되는 등판을 한 83년 장명부의 427.1이닝이 단일시즌 최다 이닝수입니다. 최동원의 기록은 역대 2위입니다.

4.단일시즌 최다탈삼진:최동원(1984년) 223개

...최동원이 이 해에 세운 탈삼진은 역대 KBO 단일시즌 최다탈삼진으로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그는 284.2이닝을 투구하며 22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팀내에서 역대 2위는 주형광이 96년에 세운 221개입니다.이 두 사람은 KBO 역대기록에서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2001년 에르난데스(215),2006년 류현진(204) 두 선수만이 200탈삼진을 넘어섰습니다.

5.단일시즌 최저 WHIP:최동원(1985년) 0.94

...최동원은 85년 86년 2년 연속 0점대 WHIP을 기록한 유일한 롯데 투수이며, KBO 통산으로는 15위에 해당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분에 있어서 선동렬은 다른 레전드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데, 그는 그의 커리어에서 무려 8시즌이나 0점대 WHIP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1위는 선동렬이 93년에 기록한 0.53. 롯데 내에서는 최동원에 이어 92년 염종석이 1.01으로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6.단일시즌 최다 세이브:박동희(1994년) 31세이브

...롯데는 전통적으로 항상 뒷문이 불안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나마 가장 솔리드하게 막아주었던 마무리 투수는 바로 94년의 '슈퍼베이비' 故 박동희 투수였습니다. 그는 롯데 팀 역사상 최초로 30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로 남아있으며, 그것은 현재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마무리 부재에 허덕이던 롯데였던 까닭에 KBO 역대기록으로는 17위에 해당될 뿐입니다, 이 부분 1위는 2006년 오승환이 세운 46세이브 입니다. 20개 이상 세이브를 기록했던 투수가 박동희를 비롯,강상수,카브레라 밖에 없다는 것은 그간 롯데의 마무리들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또한번 확인시켜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7.단일시즌 최저 피안타율:박동희(1990년) .203

...박동희는 롯데의 원조 '와일드씽'으로서 엄청난 강속구에 비해 항상 컨트롤이 불안한 투수였습니다. 그렇기에 삼진도 많았고 아울러 볼넷도 많았던 투수였죠. 그리고 때로는 이런 불안한 컨트롤을 가진 투수들이 반대로 안타는 더 많이 맞지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1990년의 박동희는 이런 전형적인 모습의 투수였습니다. 145이닝을 투구하면서 볼넷을 무려 114개나 내줬지만 반대로 안타는 101개 밖에(?) 내주지 않은,'3자릿수 피안타-3자릿수 볼넷-3자릿수 삼진'을 기록한 유일한 롯데 투수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역대 최저 피안타율은 93년 선동렬이 세운 .120이며,놀랍게도 이 기록은 126.1이닝을 투구하고 세운 기록입니다. (기록-statiz.co.kr)

(사진 - 롯데 자이언츠)

by 예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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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칼럼

[박동희의 Mail Bag] 롯데 정영기 2군 감독은 왜 해임됐나

기사입력 2008-10-21 15:42

정영기 롯데 전 2군 감독 해임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프로야구 사상 2군 감독의 해임이 이처럼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한편에선 "팬들이 구단의 인사권까지 개입하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다른 한편에선 "그만큼 야구계의 담론의 범위가 넓어진 게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사진=롯데)

Q. 정영기 롯데 2군 감독이 해임되고 그 자리에 양상문 LG 투수코치가 영입됐습니다. 올시즌 2군 남부리그에서 2위와 16.5경기차로 우승을 거두고 많은 유망주를 발굴한 2군 감독을 해임한다는 게 좀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정 전 감독이 펑고 도중 해임소식을 접했다고 하는군요. 여기다 해임 배경이 특정고교의 파벌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코칭스태프 선임이 구단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유능한 감독을 이토록 무참히 교체하는 건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소문의 진상을 알고 싶습니다.                            - 정경화 외 130 명 -




 

“아이고, 이게 누구여. 잘 지냈어요.” 정영기 롯데 2군 감독이 휴대전화를 들며 환하게 웃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모 프런트 팀장이 전화를 건 참이었다.
“아, 네….” 그러나 상대의 대답은 영 밝지가 않았다. “저, 감독님 지금 어디십니까.”

정 감독은 이날 2군 훈련을 마친 뒤 귀가를 준비하던 참이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1군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2군 선수들은 5일 훈련 뒤 2일을 쉬는 훈련패턴을 이어가고 있었다.

“감독님.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할 듯합니다.” 모 팀장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정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쳐다봤다. 오후 1시 5분이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다음해 재계약이 어려울 듯합니다. 구단 방침이 새 감독을 영입하자는 쪽입니다.”

모 팀장의 목소리가 귀를 솜으로 틀어막은 것처럼 정 감독에게 아득하게 들렸다. 2007년 강병철 전 감독의 천거로 롯데 2군 감독을 맡은 뒤 2시즌을 보낸 정 감독이었다. 부산 사직동의 자취방과 상동훈련장을 오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낙이었던 그에게 해임통보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래요? 어쩔 수 없지요. 알겠습니다.” 정 감독이 휴대전화의 종료버튼을 눌렀다. ‘원래 프로가 이런 게 아닌가.’ 정 감독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손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정 전 감독의 체념과 달리 많은 롯데팬들과 일부 야구인들은 정 감독의 해임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춘추>가 정 전 감독 해임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심 쟁점 3가지와 관련돼 집중 취재했다. 2군 남부리그에서 16.5경기 차로 1위를 차지한 팀의 감독이 해임의 대상이 된 이유와 구단 내 특정파벌과 관련된 소문 그리고 구단의 고유영역인 인사권과 관련된 이의들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2군 독주의 빛 VS 그림자

6월 중순 부산 사직구장에서 사복차림의 정영기 당시 롯데 2군 감독을 만났다. “로이스터 감독께 보고 차 왔다”는 게 그의 사직구장 방문 이유였다. 정 전 감독의 손에 들려져 있는 A4지에 관심이 갔다.

정 전 감독은“로이스터 감독이 이해하기 편하시라고 2군 선수들을 미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처럼 트리플A, 더블A, 싱글A 3단계로 나눠 정리했다.”

정 전 감독은 그렇게 말한 뒤 “트리플A는 언제든 1군 무대에 투입될 수 있는 즉시전력감이고 더블A는 1, 2년 육성해 1군으로 올릴 선수들이다. 싱글A는 3, 4년을 내다보고 기초체력훈련부터 시작하는 루키들”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감독이 2군 선수들을 3단계로 정리한 이유는 로이스터 감독의 이해를 돕기 위함도 있지만 스카우트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정 전 감독은 과거 한화 스카우트 시절 이범호, 김태균 등 지금은 한화의 간판스타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을 직접 영입했다. 특히나 1999년 무명의 대구고 내야수 이범호를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로 지명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도박도 그런 도박이 없다”는 우려와 지적을 동시에 받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카우트한 선수 모두를 성공시키겠다고 마음먹어선 안 된다. 그러면 모두 실패한다.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에 맞춰 순차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롯데 2군 선수를 3단계로 나눠 로이스터 감독에게 보고했다.” 정 전 감독의 말이다.

승부사 정영기 2군 감독(사진=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정 전 감독의 브리핑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정작 2군에 바란 건 육성보다는 즉시전력감의 공급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마이너리그 베테랑 감독답게 신인선수 육성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2군에서 1군으로 바로 선수를 올릴 수 있도록 2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2군에선 보기 드문 5인 선발체제를 갖추도록 했고 투수들의 투구수 역시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롯데 모 코치의 설명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대개 2군 선발투수의 경우 경기당 70구, 불펜투수는 30구를 던지도록 했다. 1군 승격 시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투구수는 월별로 조정했다. 모 코치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자.

“선발투수 투구수는 4월 70, 5월 80, 6월부터는 90개로 늘어났다. 투수가 1회부터 난타를 당해도 정해진 투구수는 끝까지 지키도록 했다. 그런 까닭인지 2군 남부리그 투수들 가운데 김유신, 허준혁, 김휘곤, 이상화 등 롯데 투수 4명이 77이닝 이상씩을 던져 최다이닝 10위 안에 들었다.”

육성보다 즉시전력감을 배출하기 위한 투수운용은 1군뿐만 아니라 2군에서도 성적에 있어서만큼은 효과를 발휘했다. 올시즌 롯데는 2군 남부리그에서 55승 11무 24패로 2위 삼성에 16.5 경기차로 앞서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북부리그에서 각각 1, 2위에 오른 상무, LG와 함께  2군의 ‘빅3’로 통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모 팀의 관계자는 “롯데나 상무와 2군 경기를 치르면 워낙 팀 전력이 좋기 때문에 다른 팀들과 할 때보다 더 많이 긴장했다”며 “롯데는 흡사 1군 경기를 하는 것처럼 2군 경기를 치렀다”고 회상했다. 무슨 뜻일까.

“대개 2군은 자신에게 부여된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주안점을 둔다. 포크볼을 시험하기로 했으면 연속해 포크볼만 던지는 식이다. 그러나 롯데 2군은 시험보다는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이번 이닝엔 이 공을 이렇게 던져야지’하는 게 아니라 ‘이 이닝은 어떻게든 (타선을)막아야지’하는 식이었다.”

정 전 감독의 승부욕도 롯데 2군 우승에 한몫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정 전 감독은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승부욕이 대단했다. 3연전 가운데 우리팀이 2연승을 하자 구단버스를 막으며 ‘내일은 우리가 이길 테니 기대하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말은 농담이었지만 눈빛은 진심이었다.”

정 전 감독도 자신의 유별난 승부욕을 인정한다. “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하고 분발을 강조한 건 사실이다. 주위에서 보면 ‘2군에서까지 저럴 필요가 있나’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2군이라도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게 낫지 않나.”

1군식 2군 마운드 운용과 1군식 경기운영 여기다 정 전 감독의 승부욕이 더해져 롯데는 2군 남부리그에서 시즌 내내 독주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군 리그에서의 압도적인 승리가 정 전 감독에겐 독으로 작용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2군은 선수를 육성하는 곳이지 우승이 목적이 아니다”며 “정 전 감독이 즉시전력감 배출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지만 육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랐던 게 사실”이라고 솔직한 평을 했다. 이 관계자는 한 예로“신고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했는데 2군에서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구단의 고위관계자 역시 정 전 감독이 “유망주 육성에 다소 미흡했던 점”을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정 전 감독도 구단의 평가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자세다. “만약 구단에서 육성과 관련돼 의문을 제기한다면 부인하고 싶지 않다. 사실 2007년 강병철 전 감독이 나를 2군 감독으로 부른 건 1군 성적을 내기 위해서였다. 1군 승격이 가능한 선수들을 2군에서 잘 골라 준비시키는 게 내 역할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정 전 감독이 승리를 위해 유망주 육성은 뒤로 하고 당장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1군급 선수들을 경기에 총동원했다면 모르지만 지금껏 그런 혐의를 입증할만한 구체적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수도권 모 팀의 2군 관계자는 “롯데 2군의 선전은 1군급 선수들이 아니라 유망주들의 맹활약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탐나는 선수들은 죄다 롯데 2군에 모여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후반기 무리하면서 2, 3경기 차로 2군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면 ‘저 감독 우승에 연연하네’라는 소릴 듣겠지만 16.5 경기차라면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2군 감독치고 우승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대개 2군 감독은 리그 2, 3위를 가장 선호한다. 만약 2군 리그 우승이라도 하면 “누가 육성하랬지 우승하랬나”하는 비판에 시달려야하고 꼴찌를 하면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냐”는 꾸지람을 듣기 때문이다.

정 전 감독이 이끄는 롯데 2군의 독주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데서 찾는 게 온당하다. 만약 그렇다면 정 전 감독은 육성을 등한 시 했다는 비판보다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게다가 ‘2군에서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했다’는 비판도 수정돼야 할 것이다.

수도권 모 팀 2군 관계자는 “이기는 경기를 통해 육성하는 게 더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만약 정 전 감독이 육성보다 즉시전력감 배출에 주력한 게 흠이라면 그 비판은 1군 감독이 받는 게 정상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부산고 득세 VS 금시초문

이상구 롯데 단장은 정 전 감독의 해임 배경을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면평가를 실시한 결과”라며 “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로이스터 감독과의 협의에 대해서는 “충분한 교감을 나눴으며 로이스터 감독이 ‘구단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취재결과 이 단장의 다면평가에는 육성 부분을 제외한 몇 가지 문제도 걸림돌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정 전 감독과 모 코치가 투수운용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빚었고 이것이 해임의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정 전 감독은 “2군에 좋은 투수가 많다보니까 모 코치와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 사실이지만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도 “감독과 코치간의 건전한 의사충돌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 문제가 (해임의)직접적인 배경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 전 감독과 모 코치의 갈등이 구단 고위층에 보고됐고 어떤 의미에서든 그것이 정 전 감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감독과 함께 그 코치 역시 유니폼을 벗었기 때문이다.

정 전 감독의 해임을 구단 내 파벌싸움의 희생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정고교 출신들이 구단을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산고 출신들이 코칭스태프를 독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단 내부 관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들이다. 롯데를 잘 아는 인사들도 “과거 경남고라면 모를까 부산고의 득세는 처음 듣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춘추>에서 롯데 1, 2군 코칭스태프의 출신고와 대학을 정리했다.




<표>에서 보듯 부산고 득세의 뚜렷한 혐의는 발견할 수 없다. 양상문 2군 감독과 주형광 재활군 코치가 영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코칭스태프 가운데 부산고 출신은 박계원 2군 수비코치가 유일했다. 오히려 마산상고 3명, 인천고 2명 등으로 비부산고 출신이 눈에 띈다.

혹여 양상문 2군 감독, 주형광 코치 영입이 부산고 파벌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조현봉 롯데 운영팀장은 “주 코치가 현역에서 은퇴한 뒤 구단에서 지바롯데 마린스로 코치연수를 보냈다”며 “프랜차이즈 스타를 코치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원안대로 이행하는 것 뿐”이라며 출신고와 코치영입은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 영입도 출신고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양 감독을 “전임감독이라 팀을 잘 파악하고 지도자로서도 이미 검증된 분”이라고 평가한 뒤 “장기적인 안목에서 모셔온 것”이라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장기적인 안목이란 장기간 2군을 맡겨 선수 육성에 애쓰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포스트 로이스터’로 양 감독을 의중에 뒀다는 소리일 수도 있다.

행간을 어느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기적 안목’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인사권은 구단의 고유영역 VS 인사권 비판은 팬의 고유영역

정 전 감독은 17일 해임통보를 받고 현재 경산 집에 머물고 있다. 자신의 해임을 둘러싸고 팬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에 대해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넨 뒤 “코칭스태프 인사권은 구단의 몫이라 전혀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며 “쉬는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해 좀 더 나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1985년 롯데에서 현역으로 뛸 때의 정영기(사진=롯데)




야구계 일부에서는 “인사권은 구단의 고유권한이다. 게다가 2군 감독의 교체가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 전 감독을 아끼는 분들의 뜻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노력은 되레 정 전 감독의 진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반대편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롯데팬 석영창 씨는 “인사권이 구단의 고유영역이라면 석연치 않은 인사권 행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은 팬들의 고유권한”이라며 “불명확한 이유로 일 잘하는 지도자를 해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감독은 자신의 문제와 관련돼 갖가지 억측과 오해가 난무하는 현 상황을 몹시 버거워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아내는 심장병 수술을 3차례나 받은 바 있는 환자다.

새로운 팀의 러브콜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 전 감독을 영입하겠다고 나선 팀은 아직 없다. 한화 복귀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아직까진 불투명하다. 정 전 감독도 이와 관련돼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껏 1군 감독 경질은 매번 야구계의 화제였다. 팬들의 비판과 저항도 심심찮게 있어왔다. 그러나 2군 감독 경질을 두고 팬들이 이처럼 이의와 부당함을 제기한 적은 거의 없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프로야구의 흥행과 함께 야구팬들의 시선이 1군뿐만 아니라 2군으로까지 확장된 느낌이다. 오해와 억측이 배제된다면 정 전 감독의 경질처럼 2군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충분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그것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한다면 야구계의 담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팬과 구단이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도 현명한 방법은 투명함과 예측가능한 행동들이다. 정 전 감독 경질을 둘러싼 논란이 야구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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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김광현을 통해 본 ‘투수의 면책특권’ (2)

야구규칙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뒤적거리다 보면 선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표현 하나가 앙금처럼 뇌리에 남게 된다.

애매하거나 아리송한 경우를 만나면 가급적 '투수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하라'는 말과 의심스러울 경우 '타자에게 유리하도록 한다'라는 말 때문이다.

서로 반대되는 논리로서 모순처럼 다가오는 이 표현을, 사심 없는 공정한 생각과 판단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식 기록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전자의 '투수에게 유리하도록' 이란 말은 자책점 결정 조항에, 후자의 '타자에게 유리하도록' 이란 말은 희생번트 판정관련 조항에 각각 명시되어 있는 표현들이다.

시간적으로는 많이 지난 감이 있지만, 시즌 막바지 광주에서 일어났던 김광현(SK 와이번스) 실점의 비자책점 처리과정에 대한 논란을 소모적인 논쟁으로 끝을 맺는 것보다는, 기록원이 그러한 판단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으려 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팬들에게도 야구기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보다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좀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투수의 첫 번째 면책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실책의 비자책점 처리' 이유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번에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그러나 그 첫 번째 문제가 풀렸다 해도 많은 팬들이 여전히 궁금해 하는 부분은 김광현의 홈 악송구와 3루주자의 아웃 타이밍에 관한 것이었다.

당일 현장에서 기록을 담당했던 공식기록원도 김광현의 홈 악송구와 3루주자의 아웃타이밍에 관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방어율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 당사자에 대한 판단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서 아웃이냐 세이프냐를 유추해 판단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쩌면 누가 먼저 들어왔건 눈 앞에서 확실하게 벌어진 상황을 놓고 판정하는 심판원의 처지보다 더 뜬 구름 잡는 얘기일 수도 있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중에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아웃타이밍을 유추해 본 결과로는 개운치 않은 느낌, 그 자체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투수의 송구가 주자가 들어오는 3루방향으로 정확하게 들어왔다고 가정할 때, 3루주자가 자연 태그아웃이 될 수 있는 타이밍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그 이외의 송구형태로는 3루주자가 홈에서 아웃 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든 타이밍이었다.

3루주자가 김광현의 악송구와 관계없이 홈에서 살았다(자책점)고 어필한 KIA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었다. 소속팀 선수인 윤석민의 타이틀이 걸려있어서 그렇지 평소라면 어필을 나올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상대팀 선수의 타구 기록에 대해 야수선택(F.C)으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어필을 나온 것은 이전에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초유의 일이었다.

다시 기록원의 생각 속으로 돌아와 3루주자의 타이밍을 아웃으로 간주, 비자책점으로 판단한 그 근거기준은 과연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통상적으로 안타성이 아닌 일반적인 땅볼타구를 잡은 야수의 악송구는 그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주자가 아웃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면 야수선택보다는 실책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추세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꺼냈던 투수의 면책특권 그 두 번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투수에게 유리하도록' 이라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규칙 10.18 자책점 규정, (f)항의 [실책이 있었을 경우, 실책의 도움 없이도 주자가 진루할 수 있었는가를 결정하는데 의문점이 있으면 투수에게 유리하도록 한다] 라는 바로 이 부분을 잣대로 삼은 까닭이다.

단, 만일 당시 김광현이 잡은 땅볼타구가 일반적인 땅볼이 아닌 희생번트(스퀴즈 번트 포함)의 성격을 담은 타구였다면, 김광현의 홈 악송구는 실책이 아닌 야수선택으로 기록되는 상황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것은 타자의 희생번트 기록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상 완전한 아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타자의 희생의도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쪽으로 기록해 주는 것이 규칙에 담겨 있는 기록정신에 더 부합되기 때문이다.

기록원 역시 순간순간마다 감(느낌)을 가지고 여러 가지 판단과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황상황에 맞는 이러한 규칙정신과 나름의 정도를 찾아내려고 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김광현의 자책점과 관련된 일을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보지만 확실한 것은 현장에서 또다시 이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면 누구라 해도 여전히 그 판단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악송구와 동시에 일어나는 주자의 보이지 않는 아웃 타이밍을 재는 일이란 늘 신기루와도 같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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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김광현을 통해 본 ‘투수의 면책특권’ (1)

시즌 막판까지 평균자책점(방어율)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두 올림픽메달리스트 김광현(20. SK)과 윤석민(22. KIA)의 소수점 낮추기 경쟁은 10월 4일 두산 전(광주)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윤석민의 승리로 결국 끝이 났다.

그간 단 두 명(선동렬, 류현진)에게만 허락되었던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다승, 방어율, 탈삼진)의 영예를 내심 기대했던 김광현으로선 바로 눈앞에서 사라진 방어율 타이틀이 못내 아쉬울 만하다 하겠다.

윤석민이 종지부를 찍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김광현은 당시 1위였던 윤석민(방어율 2.44)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 7이닝 동안 투구하며 2실점(비 자책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방어율을 2.39까지 끌어내리며 윤석민을 잠시 2위로 밀어내기도 했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날 김광현이 내준 2실점 모두가 비 자책점으로 처리된 것을 놓고 경기 전후에 상당한 논란이 일어났다. 김광현이 KIA전에 등판한다고 했을 때부터 염려스럽던 부분이었는데 결국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하필이면 윤석민과 경쟁구도에 있는 김광현을 같은 지역구(?)인 광주 마운드에 올린 김성근 감독의 결정이 일면 야속(?)하기도 했지만,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없는 최상의 상차림.

이날 논란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투수 자신이 잘못한 것이 왜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는가' 였고, 두 번째는 '3루주자의 타이밍을 과연 아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야구에서 자책점은 무척이나 복잡하고도 머리 아픈 존재다. 기록규칙의 양에서도 그렇지만, 안으로 파고 들었을 때의 서로 얽히고 설키는 문제들은 웬만한 조각수의 퍼즐보다도 더 공식기록원들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자책점을 이루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 뼈대는 있기 마련. 이야기를 풀기 전, 자책점을 판단하는 가장 쉬운 기준 몇 가지를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1) 실책으로 아웃 되지 않은 타자나 주자의 득점은 무조건 비 자책점이다.

2) 야구는 3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된다. 따라서 3번 아웃 시킬 수 있는 기회 (실제 아웃 + 실책으로 아웃을 면한 경우의 수)이후에 일어나는 득점은 무조건 비 자책점이다.

3) 이닝 중 발생한 실책과 패스트볼을 제외하고 이닝을 재구성한다.

이 정도가 자책점 규칙의 큰 축을 이루는 골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제를 기억하고 김광현이 투구하던 10월 3일 경기로 시간을 되돌려본다. 당시 상황은 기록지 (사진) 를 참고하도록 하자.

KIA의 4회말 공격, 1번타자 유재원이 안타를 치고 출루. 2번 이호신은 투수 앞으로 굴러가는 보내기 번트를 댔다. 그런데 김광현이 서두르다 번트타구를 놓치는 실책(첫 번째 실책)을 범한다. 실책이 없었다면 1사 2루가 되는 상황(이것이 이닝의 재구성 방법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었던 첫 번째 의문점을 풀고 넘어가도록 한다. '투수의 실책이 왜 자책점이 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규칙서부터 들이밀자면 10.18 (e)항에 그 근거를 둔다. '자책점을 계산할 경우, 투수의 실책은 다른 야수의 실책과 같이 취급한다'라는 문구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만국공통의 야구규칙이다. 나라마다 달아놓은 < 주 > 나 < 부기 > 의 차원이 아니라 골격을 이루는 대전제다. 그러면 그 이유가 뭘까?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다루는데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명 '면책특권'을 왜 투수에게 부여하기로 한 것일까?

투수는 타자를 향해 투구할 때에만 투수의 신분이 된다. 투구를 마치고 나면 투수는 더 이상 투수가 아니다. 제5의 내야수로 취급된다. 따라서 투구 다음에 일어나는 투수의 공을 던지는 행위는 모두 투구가 아닌 송구가 된다.

김광현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실책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됐겠지만, 만일 김광현이 물러나고 뒤이어 나온 투수가 똑같은 실책을 했다고 가정할 때, 김광현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책점과 연관된 투수의 실책에 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대전제를 깔아놓은 것이다.

다시 기록지로 돌아가자.

3번 나지완의 보내기 번트 성공으로 주자들 진루. 실제 상황은 1사 2, 3루지만 역시 재구성하면 2사 2, 3루가 된다.

여기서 4번타자 이재주가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친다고 가정했을 때, 3루주자의 득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닝을 재구성하면 희생플라이 타구는 이닝의 3번째 아웃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득점은 비자책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재주의 타구는 무심하게도(?) 또다시 김광현에게로 굴러갔고, 김광현은 이 타구를 잡아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를 잡기 위해 포수 쪽으로 송구했는데 그만 악송구(두 번째 실책)가 되고 말았다.

이 부분에서 재미있는 상황 한 가지를 떠올려 보겠다.

이재주의 타구를 잡은 김광현이 타이밍이 빡빡한 홈으로 던지지 않고, 아주 여유가 있었던 1루로 던져 타자주자 이재주를 잡았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1실점을 각오하고 1루에 던졌더라면 3루주자 유재원의 득점은 영원히 비 자책점이 된다. 왜냐하면 이재주의 아웃이 3번째 아웃기회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이고 팀이 꼭 이겨야 할 경기도 아니고, 다승왕은 이미 확보해 놓은 김광현이라면, 더더욱 방어율에 목을 맨 당시 상황에서라면 김광현은 1루에 송구하는 것이 보다 더 안전했다는 얘기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당시 김광현은 자신이 앞서 실책한 부분이 비자책점의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야구장에서 꽤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에게서도 이러한 투수의 면책특권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처럼 이슈로 떠오르면 모를까 당연지사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본론으로 돌아와 다음은 김광현의 악송구로 홈에서 세이프가 된 3루주자 유재원의 득점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홈에서의 타이밍이 세이프냐 아웃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 좀더 기록규칙의 깊은 내면세계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다음 편으로 미루고 쉬어가도록 하겠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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