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와 정윤재 전 대통령 비서관의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잔뜩 구긴 검찰은 21일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반발 기류는 여전했다. 반면 법원은 검찰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투다. “구속은 수사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검찰이 구속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등등의 ‘잽’을 날리며 검찰을 압박했다. 결국 불구속 수사원칙이라는 달라진 패러다임을 검찰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들끓는 검찰=신씨 영장 기각 직후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던 검찰이 입을 굳게 다문 것은 지나친 ‘법·검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검찰에 자제를 요청했다. 정장관은 21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검찰은 법원 탓만 할 게 아니고, 법원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검찰도 어려움이 있지만 자성할 부분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하지 않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대검찰청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총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피곤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고만 짧게 답했다. 대검 차원의 공식적 입장 표명도 없었다.
검찰은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격앙되고 들끓었다. 일선 검사들은 법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어제 신씨가 몇시간 증발했다고 하던데 사건과 관련해 입을 맞추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지 않겠냐”며 “검찰이 구속을 남발한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 신속성과 밀행성이 생명인 수사의 목적상 구속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행법상 구속적부심, 구속집행 정지, 보석 등 구속에 불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20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구속수사하겠다고 하면 수사기관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여론이 예상과 달리 법원보다는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도 언론도 검찰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성의 목소리는 적었다.
◇“영장 제대로 하면 다 발부한다”=부글부글 끓는 검찰과는 달리,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며 신씨와 정전비서관의 영장 기각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해야 수사에 성과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데 구속은 수사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라며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영장이 ‘로또같다’고 하는데 검찰이 법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영장 다 발부해준다”며 “정윤재씨의 경우 계좌 등 금융자료 하나 없고 김상진씨의 진술만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신씨의 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이 횡령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불구속해도 수사 잘 하고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부지법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며 “옛날처럼 잡아다가 수사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법원 방향대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씨 영장 기각에 대한 법원의 이례적인 공식입장 표명에 대해서 “법원에 신씨 영장 기각에 배후가 있지 않냐는 등 항의전화가 많이 와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검찰과는 관계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경·이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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