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 보고 싶다 - 사랑과 우정의 경계선 |
DrBuG | 등록일 : 2007.09.24 (16:33:16), 조회 : 365 |
어쩌다가 만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와의 관계를 깊게,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자연스럽게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멀어지니까 그녀가 조바심을 내고 연락을 하더라구요. 저는 별 관심도 없었던 터라 답을 하지 않았죠. 그렇게 멀어져만 가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별 것 아닌 취급을 받아 상심하고 있을 때, 우연히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듣게 되었습니다. 단 한번 듣고는 그대로 K.O 되어버리고 말았죠. 예전의 그녀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고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했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죽을 만큼 잊고 싶을 뿐입니다. 김범수 미워요. - 이재민 (30세, 회사원) 정과 사랑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일찍이 피노키오 선지자가 '사랑과 우정 사이'경에서 '사랑 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어색한 사이'라고 정의한 이래, 그 정의는 포지션 선지자와 K2 선지자가 리메이크 할 정도로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렇다, 구별하기 힘들다! 재민씨의 경우를 보자고. 사랑은 첫눈에 홀라당 반해야 하고, 정은 슬슬 지나가면서 쌓여야 하는 건가? 사실 정의 본질은 슬슬 지나가면서 쌓이는 것 맞는 듯 하다.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부대끼고 싸우고 난리치고 화해하고 이해하면서 정은 그렇게 쌓이는 게 맞는 것 같다. 근대까지는, 그러한 정이 동성간에 쌓이면 그것이 우정이었고 이성간에 쌓이면 연정이라고 하여, 사실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정들어 사는 인생'이라고 이무송 선지자가 주창하기도 한 바, 사실 사랑이라는 말이 전국적으로 통용되기 전까지는 정이야말로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따스함의 전부였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개념이 젖은 하늘에 날구름처럼 우리들 마음에 환상을 심어 준 이래, 사랑과 우정을 구별하고자 시도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오늘도 그 해답을 찾아 다니고 있는데... 솔직히,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려는 사람들, 그냥, 상대가 마음에 쏙 들지 않기 때문에 우정으로 묶어두려는거 아닌가? 잘 생각해보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굳이 우정을 주장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자신을 왜 우정이라는 말뚝에 묶어두려 했던 것인가를... DrBuG는 한때 '첫사랑은 첫키스다'라는 명제로 사랑과 우정을 구분했었다. 즉, 정은 다 정이다, 연정이든 우정이든 다 마음과 마음의 상호작용이다 라고 해놓고는 성적인 접촉이 있어야 사랑이고 그런 접촉이 없다면 우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썩 마음에 드는 명제 아닌가?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해도, 우리 곁에는 '동성애'가 있다. '사랑'이 드디어 양성차별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진정 사랑한다면 성 차이가 무슨 상관이람! 바로 이 '동성애'가 우리 곁에 있어서 '성적인 접촉'만으로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가 있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 구분하지 말자. 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인가 너무나 절실한 그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다보니 '수첩 속에서 칸을 채운' 사람 정도일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랑이란게 얼마나 위험하냐면, 룰라 선지자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보자. 만약에, 56억 7천만가지의 '스킬'을 가지고, '이성'을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사로잡는데 프로가 있다면, DrBuG는 그런 사랑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볼 때에, 진정한 사랑은 '정'이 포근히 쌓여 서로 위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 그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우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어딨고 사랑이 우정 없이 오래 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 어딨냐 말이다. (스파이스 걸스 선지자 가라사대, '내 연인이 되려면 먼저 나와 영원한 친구가 되자'했다.) 그러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 "친구와는 사귈 수 없다"는 명제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친구와는 왜 사귈 수가 없을까? 첫째, 친구에게는 성적인 흥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은 성적인 흥미를 느낀 사람과는 친구로 남을 수 없다. 여자도 어느정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왜냐면, 우리 나라 상황에서 "Friendship With Sex"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Friendship With Sex"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프렌즈] 경을 보자. 친구들끼리도 우정을 유지하며 얼마든지 한다! -_-;;;) 즉, 성적인 흥미를 느끼면 그것을 사랑으로 포장해야 그 흥미를 달-_-성할 수 있기 때문이거니와, 아직도 '첫사랑은 첫키스다' 즉 사랑과 성 접촉을 같이 가져가야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 육체순결주의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둘째, 친구는 보통 '그룹'으로 결성된다. 그러다보니 친구 그룹에 있어서 누군가가 사귄다고 그러면 아무래도 그 커플은 '축출'될 가능성이 높거니와 (이건 '스따'의 성격이 짙다. 둘이 좋아 죽겠는데 누가 그 사이에서 눈치밥 먹고 싶을까? 알아서 피해주지) 사랑이냐 우정이냐를 놓고 많은 만화와 소설의 주인공들이 날밤을 까 잡숫고 계시는데, 지금까지 쌓아 온 친구관계가 허물어지지 않을까(그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고민해서 친구와는 아무리 마음이 통하고 좋아도 사귀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깨진 후를 생각해보면, 어이구... 셋째, 사랑은 환상이 있어야 한다는 맹신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라면 할 말 못 할말 가릴게 없다. 오히려 가림없이 정직할수록 우정은 쌓인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잘 알면 환상은 없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랑은 환상이 필요하다고 해대니! 무언가 신비해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하고 (솔직히, 남자는 자극하고 여자는 감동시켜야 하는게 맞긴 맞다) 그러다보니 볼 거 못 볼 거 다 보여준 친구와는 사귄다는게 정말로 어지러운 일일 수가 있는 거다. 그리고 몇가지 더 생각해보자면, 친구와 사귀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긴다, (아무 생각없이)원래 친구와는 안 사귀는거 아닌가요?, 또는 '오빠로는 좋은데 애인으로는 부족해서'라거나 '동생으로는 좋은데 애인삼기엔 못생겨서(반성하라 남자들!)' 라든가. 결국 맘에 들면 사랑이고 안 드는데 남주긴 아까우면 우정이란 이야기인가.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친구로는 남자'인데, 남자들에게 집단 매도(?) 당하기 싫다면, 고백해온 남자가 맘에 안 든다면 아무리 인간적으로 매력있다 해도 놓아줘라. 특히 나이 어린 남자일수록 맘에 들어하는 이성과 친구로 남기 싫어한다. 여기서 잠시! 어린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와 친구로 남기 힘들고 나이 든 여자는 맘에 들어하는 남자와 친구로 남기 힘들며 어린 여자는 맘에 안 드는 남자라도 친구로 남기고 싶어하고 나이 든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라도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이것은 2003년 5월 DrBuG의 공동연구논문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밝혀 낸 결과인데, 이런 결과가 통계로 입증되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성과 중 하나이다. 잘 보자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만 상대에게 상처를 덜 줄수 있는지. 여기서 '어린'이란 대학 3학년까지, 그 이상은 '나이 든'인데, 정확한 통계를 위해 이렇게 설정했을 뿐, 현실(사실은 혼인)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은 나이 든 거고, 현실(사실은 경험)에 대한 내공이 심대한 남성은 나이 든 거다. 친구랑 사귈 수 없는가? 그냥 남들이 그러니까 그런가보다 하는거 아닌가? 실제적인 이유, 특히 친구와 못 사귀는 두번째 이유는 정말로 친구와 사귈 수 없는 실질적인 이유를 제공해주지만 다른 것은 별로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그 두번째 이유도, 자신이 처세를 잘 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사귈 수 있다. 그냥 우정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재민씨처럼 피눈물 흘리지 말고, 오늘이라도 다시 수첩을 펴들고 정든 얼굴들에게 연락해보자. 너무 얼굴만 보지 말고, 너무 몸매만 보지 말고, 외모는 3개월이고 몸매는 3일이라는데 정작 중요한 '나를 향한 진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주위를 맴돌아왔던 사람이 있다면, 그대가 가볍게 손을 내밀어줌은 어떨지. 사랑과 우정의 구별이 없어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지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이거 상당히 야한 이야기라서...) 사랑과 우정의 구별이 없이, 진심으로 다가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그날까지, DrBuG의 연애 상담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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