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 보고 싶다 - 사랑과 우정의 경계선
DrBuG 등록일 : 2007.09.24 (16:33:16), 조회 : 365
 

어쩌다가 만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와의 관계를 깊게,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자연스럽게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멀어지니까 그녀가 조바심을 내고 연락을 하더라구요.

저는 별 관심도 없었던 터라 답을 하지 않았죠.


그렇게 멀어져만 가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별 것 아닌 취급을 받아 상심하고 있을 때,

우연히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듣게 되었습니다.


단 한번 듣고는 그대로 K.O 되어버리고 말았죠.

예전의 그녀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고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했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죽을 만큼 잊고 싶을 뿐입니다. 김범수 미워요.


- 이재민 (30세, 회사원)









정과 사랑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일찍이 피노키오 선지자가 '사랑과 우정 사이'경에서 '사랑 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어색한 사이'라고 정의한 이래,

그 정의는 포지션 선지자와 K2 선지자가 리메이크 할 정도로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렇다,

구별하기 힘들다!


재민씨의 경우를 보자고.

사랑은 첫눈에 홀라당 반해야 하고,

정은 슬슬 지나가면서 쌓여야 하는 건가?


사실 정의 본질은 슬슬 지나가면서 쌓이는 것 맞는 듯 하다.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부대끼고 싸우고 난리치고 화해하고 이해하면서

정은 그렇게 쌓이는 게 맞는 것 같다.


근대까지는, 그러한 정이 동성간에 쌓이면 그것이 우정이었고

이성간에 쌓이면 연정이라고 하여, 사실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정들어 사는 인생'이라고 이무송 선지자가 주창하기도 한 바,

사실 사랑이라는 말이 전국적으로 통용되기 전까지는 정이야말로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따스함의 전부였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개념이 젖은 하늘에 날구름처럼 우리들 마음에 환상을 심어 준 이래,

사랑과 우정을 구별하고자 시도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오늘도 그 해답을 찾아 다니고 있는데...


솔직히,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려는 사람들,

그냥, 상대가 마음에 쏙 들지 않기 때문에 우정으로 묶어두려는거 아닌가?


잘 생각해보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굳이 우정을 주장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자신을 왜 우정이라는 말뚝에 묶어두려 했던 것인가를...


DrBuG는 한때 '첫사랑은 첫키스다'라는 명제로

사랑과 우정을 구분했었다. 즉, 정은 다 정이다, 연정이든 우정이든

다 마음과 마음의 상호작용이다 라고 해놓고는

성적인 접촉이 있어야 사랑이고 그런 접촉이 없다면 우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썩 마음에 드는 명제 아닌가?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해도, 우리 곁에는 '동성애'가 있다.

'사랑'이 드디어 양성차별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진정 사랑한다면 성 차이가 무슨 상관이람!


바로 이 '동성애'가 우리 곁에 있어서

'성적인 접촉'만으로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가 있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

구분하지 말자.


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인가 너무나 절실한 그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다보니 '수첩 속에서 칸을 채운' 사람 정도일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랑이란게 얼마나 위험하냐면, 룰라 선지자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보자.

만약에, 56억 7천만가지의 '스킬'을 가지고,

'이성'을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사로잡는데 프로가 있다면,

DrBuG는 그런 사랑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볼 때에, 진정한 사랑은

'정'이 포근히 쌓여 서로 위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 그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우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어딨고

사랑이 우정 없이 오래 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 어딨냐 말이다.

(스파이스 걸스 선지자 가라사대, '내 연인이 되려면 먼저 나와 영원한 친구가 되자'했다.)



그러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

"친구와는 사귈 수 없다"는 명제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친구와는 왜 사귈 수가 없을까?


첫째, 친구에게는 성적인 흥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은 성적인 흥미를 느낀 사람과는 친구로 남을 수 없다.

여자도 어느정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왜냐면, 우리 나라 상황에서 "Friendship With Sex"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Friendship With Sex"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프렌즈] 경을 보자.

친구들끼리도 우정을 유지하며 얼마든지 한다! -_-;;;)

즉, 성적인 흥미를 느끼면 그것을 사랑으로 포장해야

그 흥미를 달-_-성할 수 있기 때문이거니와,

아직도 '첫사랑은 첫키스다' 즉 사랑과 성 접촉을 같이 가져가야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 육체순결주의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둘째, 친구는 보통 '그룹'으로 결성된다.

그러다보니 친구 그룹에 있어서 누군가가 사귄다고 그러면

아무래도 그 커플은 '축출'될 가능성이 높거니와

(이건 '스따'의 성격이 짙다. 둘이 좋아 죽겠는데 누가 그 사이에서 눈치밥 먹고 싶을까?

알아서 피해주지)

사랑이냐 우정이냐를 놓고 많은 만화와 소설의 주인공들이 날밤을 까 잡숫고 계시는데,

지금까지 쌓아 온 친구관계가 허물어지지 않을까(그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고민해서

친구와는 아무리 마음이 통하고 좋아도 사귀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깨진 후를 생각해보면, 어이구...


셋째, 사랑은 환상이 있어야 한다는 맹신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라면 할 말 못 할말 가릴게 없다. 오히려 가림없이 정직할수록 우정은 쌓인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잘 알면 환상은 없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랑은 환상이 필요하다고 해대니!

무언가 신비해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하고

(솔직히, 남자는 자극하고 여자는 감동시켜야 하는게 맞긴 맞다)

그러다보니 볼 거 못 볼 거 다 보여준 친구와는 사귄다는게

정말로 어지러운 일일 수가 있는 거다.


그리고 몇가지 더 생각해보자면, 친구와 사귀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긴다,

(아무 생각없이)원래 친구와는 안 사귀는거 아닌가요?,

또는 '오빠로는 좋은데 애인으로는 부족해서'라거나

'동생으로는 좋은데 애인삼기엔 못생겨서(반성하라 남자들!)' 라든가.


결국 맘에 들면 사랑이고 안 드는데 남주긴 아까우면 우정이란 이야기인가.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친구로는 남자'인데,

남자들에게 집단 매도(?) 당하기 싫다면, 고백해온 남자가 맘에 안 든다면

아무리 인간적으로 매력있다 해도 놓아줘라. 특히 나이 어린 남자일수록

맘에 들어하는 이성과 친구로 남기 싫어한다.


여기서 잠시!


어린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와 친구로 남기 힘들고

나이 든 여자는 맘에 들어하는 남자와 친구로 남기 힘들며


어린 여자는 맘에 안 드는 남자라도 친구로 남기고 싶어하고

나이 든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라도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이것은 2003년 5월 DrBuG의 공동연구논문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밝혀 낸 결과인데,

이런 결과가 통계로 입증되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성과 중 하나이다.


잘 보자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만 상대에게 상처를 덜 줄수 있는지.


여기서 '어린'이란 대학 3학년까지, 그 이상은 '나이 든'인데,

정확한 통계를 위해 이렇게 설정했을 뿐,

현실(사실은 혼인)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은 나이 든 거고,

현실(사실은 경험)에 대한 내공이 심대한 남성은 나이 든 거다.



친구랑 사귈 수 없는가?


그냥 남들이 그러니까 그런가보다 하는거 아닌가?


실제적인 이유, 특히 친구와 못 사귀는 두번째 이유는

정말로 친구와 사귈 수 없는 실질적인 이유를 제공해주지만

다른 것은 별로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그 두번째 이유도, 자신이 처세를 잘 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사귈 수 있다.



그냥 우정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재민씨처럼 피눈물 흘리지 말고,

오늘이라도 다시 수첩을 펴들고 정든 얼굴들에게 연락해보자.


너무 얼굴만 보지 말고, 너무 몸매만 보지 말고,

외모는 3개월이고 몸매는 3일이라는데


정작 중요한 '나를 향한 진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주위를 맴돌아왔던 사람이 있다면,


그대가 가볍게 손을 내밀어줌은 어떨지.



사랑과 우정의 구별이 없어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지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이거 상당히 야한 이야기라서...)

사랑과 우정의 구별이 없이,

진심으로 다가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그날까지,




DrBuG의 연애 상담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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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감 찾는 심리, 나이별로 차이 커


[머니투데이 김경원기자]“여성들은 일정 나이를 넘기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자감을 찾는데 불리한 사항이 하나 둘 늘어가게 됩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 손동규 대표의 주장이다. 11월 2일 현대캐피털과 현대카드의 미혼 여직원 312명을 대상으로 1시간 반씩 3차에 걸쳐 실시한 ‘최적의 배우자 찾기 전략’이라는 강의내용의 일부이다.

그는 특히 여성의 경우 배우자를 찾는데 있어서 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연령에 따라 짝을 찾는 심리 상태나 행태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가 약 8년간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며 많은 회원들의 심리 및 행태를 관찰하여 분류한 ‘나이별 배우자 찾기 행태’이다.

1단계는 ‘장기포석기’로서 일명 ‘유유자적기’라고도 한다. 여성 나이 25세 이하(남성은 27세 이하)로서 여유있고 자유롭게 이성과 교제하는 시기이다. 주변친지의 소개도 많고 또 단체 이벤트 등에 참여할 기회도 잦다. 많은 이성을 부담없이 만나는 가운데 좋은 배필감을 찾으면 2~3년 정도의 교제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상대를 자세히 파악할 시간적 여유도 있어 가장 이상적인 시기이다.

다음 2단계는 ‘본격탐색기’로서 ‘자급자족기’로도 불린다. 여성은 26~28세, 남성은 28~31세가 해당. 결혼에 관심이 가장 많은 결혼 적령기로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배우자감을 만난다. 결혼관도 뚜렷하여 자신이 설정한 이상적 조건에 따라 깐깐하게 배우자를 고른다.

3단계는 ‘위기인식기’인데 ‘민폐초래기’이기도 하다. 여성 나이 29세에서 32세까지가 여기에 속한다(남성은 32~34세). 결혼을 고려 중인 여성은 보통 29세가 되면 마음이 가장 초조해진다. 주변 친지의 결혼에 대한 성화와 관심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 시기가 되면 본인뿐 아니라 친지들도 수수방관만 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여 결혼 도우미로 적극 나선다.

그리고 여성은 33~34세, 남성은 30대 중후반이 되면 ‘위장안정기’, 일명 ‘숨고르기단계’를 맞는다. 본인이나 주변 친지들 모두 아직 결혼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자를 찾는데 지쳐서 몸과 마음이 위축된 상태이다. 따라서 본심과는 달리 겉으로는 결혼을 포기했거나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 시기에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나게 되면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가장 뜨겁고 성숙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마지막 제 5단계는 ‘최후발악기’로서 ‘조건재조정기’가 된다. 여성의 나이 35세 이후, 남성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 여기에 속한다. 이때가 되면 자신의 입장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관조해 볼 수 있게 된다. 여성의 경우 배우자 후보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조건을 하향 재조정해야 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나이 차이가 크거나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도 수용하게 된다.

비에나래의 손 대표는 이날 강의를 통해 현대 여성의 결혼관과 파생되는 부작용에 대해 지적하고, 최적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생각하는 배우자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사전에 대비해야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즉 자신의 내재가치를 키워야 결혼시장에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여성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종교, 신장, 형제관계, 직업, 출신지, 혈액형 등등 이런 저런 제한을 두다보면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과도한 배우자 조건을 설정한다든지 시기를 놓치는 경우, 감나무 밑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식의 수동적, 소극적 자세 등은 평생 배우자를 찾는 자세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맞선을 가질 때의 주의할 점도 빼놓지 않았다. 즉 첫눈에 상대를 사로잡는 방법, 한 시간내 승부, 여성 맞선 5계명, 평생을 좌우할 3번째 데이트시의 주의할 점 등이다.


[관련기사]
☞ "법률상 아닌 사실상 배우자에게 연금 줘야"
☞ 남성근로자도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 배우자 찾는데 걸림돌, 男 ‘직업’-女 ‘외모’



김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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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부부 싸움 줄이는 대화의 기술


▼ 부부 사이 멀어지는 대화법
부부 사이에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말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배려받기만을 바라고 자기 중심적으로 말하거나 비난하며 함부로 말하는 잘못된 대화 방식이 부부 사이를 멀게 만든다.

CASE 1 맞벌이 부부로 아내는 남편에게 종종 공과금 납부를 부탁한다.
아내 당신, 내가 부탁한 것 했어?
남편 아차! 깜빡했네.
아내 뭐? 또 안 했어? 오늘 납부 안 하면 연체료 물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남편 (미안해하며) 미안해.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그만…….
아내 지난번에도 관리비 안 내서 연체료 물게 하더니, 도대체 당신이 제대로 하는 일이 뭐 있어?

♥ 무시와 비난의 말을 들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그럼 네가 해!’라는 반발심만 생기게 된다. ‘당신이 집안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해’라는 식으로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CASE 2 오랜만에 고교동창회에 참석한 남편이 과감히 술값을 계산했다.
남편 어제 무리했더니 몸이 안 좋네.
아내 그렇게 술을 퍼마셨으니 멀쩡할 리가 있나. 술값은 누가 냈어?
남편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다들 어려운 것 같아 내가 냈어.
아내 기가 막혀. 생활비도 제대로 못 주는 주제에 카드를 그렇게 긁어?
남편 남자가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아내 돈도 못 벌어오면서 사회생활 좋아하시네!

♥ 자존심을 건드리며 경멸하는 투로 말하면 서운한 마음은 물론 반발심까지 갖게 된다. “당신이 폼 한번 잡고 싶었구나. 근데 다음달 우리 아이 학원비는 어떻게 하지?”라며 남편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준다.

CASE 3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 아내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사겠다고 말하자 남편은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이유를 10가지나 대며 말했다.
아내 (기막혀하며) …….
남편 왜 그래?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아내 됐어. 그만 하자.(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 상황을 회피하고 포기하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감정의 곬만 깊어진다. 힘들더라도 서운하다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CASE 4 맞벌이 부부로 아내가 토요일에 일이 있어 오랜만에 남편이 혼자 아이들을 돌보게 됐다.
아내 아이들 밥은 먹였어?
남편 (자랑스럽게) 그럼. 배불리 먹이고 공원도 데려갔다 왔어. 그리고 방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깨끗하게 했어.
아내 (못마땅하다는 듯) 그래서? 난 그거 매일 하거든.

♥ 아내의 삐딱한 말 한 마디는 남편의 정성을 한순간에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머, 그 많은 걸 다했어? 고마워~ 덕분에 오늘은 편하게 쉬겠네”라고 남편의 노력을 인정하며 격려해준다.

CASE 5 바쁜 회사일로 토요일에도 집에서 일하는 남편. 아내는 힘들어하는 남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웃으면서 대화를 시도한다.
아내 점심에 뭘 먹으면 좋을까?
남편 (대뜸) 넌 먹는 생각밖에 없냐?

♥ 남편을 배려하려던 아내는 남편의 짜증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남편과 똑같이 막말을 하게 된다.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쌓이네. 나중에 얘기하자”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다.

CASE 6 갑작스런 회식이 생긴 남편, 전화도 없이 밤늦게 귀가했다.
아내 지금이 몇 시야? 꼭 2차, 3차까지 가야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애들이랑 씨름하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 당신, 내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지?
남편 미안해. 갑작스러운 회식이라…….

♥ 아내는 남편의 행동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얘기를 하지만 남편은 비난하거나 추궁하는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늦어서 많이 걱정했어”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말하면 남편은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며 개선하게 된다.


▼ 부부 사이 가까워지는 대화법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려면 말 자체에만 신경 쓰지 말고 배우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평소 애정을 갖고 서로를 지켜보며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CASE 1 아내는 소문난 TV광이다. 남편이 스포츠 뉴스를 즐겁게 보고 있는데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남편을 급하게 불렀다.
아내 여보. 아까 친구들하고 점심 먹고 식당에서 나오다가 말이야. 그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있잖아. 그게 몇 번에서 했지? 아무튼 거기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사람, 나 그 사람 봤다.
남편 어, 그래. 실제로 봤어?

♥ 이렇듯 상대방이 두서없이 말을 하면 대부분 “나, 뉴스 보고 있어” “뭐라는 거야 도대체?”라는 식으로 면박을 준다. 잠시 귀 기울여 얘기를 들어주면 “나를 배려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애정관계도 돈독해진다.

CASE 2 사내 커플로 결혼한 부부는 회사 직원들이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대화도 잘 통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임신해 회사를 관두게 됐다.
남편 오늘 월요일이라 차가 막혀서 지각을 좀 했더니, 이부장이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런 정신으로 회사 다닐 거면 그만두라잖아. 그러면서 지난 번 낸 보고서가 후배들 것보다 못하다나?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공부 좀 하래. 그러니까 열이 확 오르잖아.
아내 아니,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줬단 말야? 나 같아도 기분 나빴겠다. 당신 정말 화났겠다.

♥ 부부 사이에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단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한 마디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뭐, 그런 걸로 화내고 그래. 그냥 잊어버려”라고 대꾸하면 별거 아닌 일로 투덜댄다는 걸로 들려 오히려 부부간에 싸움이 될 수 있다.

CASE 3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 아내에게 늘 미안했던 남편. 저녁식사 후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러 간 사이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깼다.
아내 당신, 뭐 해?
남편 (난처해하며)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깼어. 미끄러워서 그만.
아내 : 그 접시 또 깨졌어? 그 접시가 원래 잘 깨지나보네. 나도 지난번에 설거지하다 하나 깼거든.

♥ “조심 좀 하지 그랬어”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부주의함을 탓하면 남편은 괜히 도와줬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얘기해주며 상대방의 실수를 덮어준다.


CASE 4 친정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아내는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우울해하고 있다.
아내 (울먹이며) 여보, 우리 아버지 더 나빠지시면 어떻게 해? 그동안 신경도 못 써드렸는데 어쩌면 좋아.
남편 아버님이 빨리 좋아지셔야 할 텐데. 고혈압엔 양파즙이 좋대. 당장 이번 주말에 양파즙 사서 한번 찾아뵙자.

♥ 이럴 경우 보통 “걱정 마. 약 드시면 괜찮아지실 거야”라고 말하기 쉽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들릴 수 있다. 말로만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감사와 신뢰가 쌓인다.

CASE 5 학원 강사인 아내는 생일을 맞아 남편과 외식 약속을 했다. 하지만 강의가 길어져 약속시간을 1시간 넘겼고, 기다리다 지친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 어 난데. 아직 안 끝났어?
아내 어, 여보. 수업은 끝났는데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를 자꾸 물어봐서 말이야. 두 명만 더 대답해주면 돼. 끝나는 대로 다시 전화할게.

♥ 두루뭉술하게 얘기하거나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전화를 끊으면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화가 나게 된다. 간략하지만 구체적으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면 편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CASE 6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한 아내는 남편과 함께 면허시험장에 갔지만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내 (멋쩍어하며) 어휴. 오늘 따라 실력 발휘 안 되네.
남편 그러게. 차가 못 따라주네

♥ 어설프게 위로하거나 이와 반대로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무시하면 싸움만 벌어진다. 아내가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차가 문제였다는 말로 장단을 맞추면 아내의 기분도 풀리고 다시 시험에 도전할 용기도 생기게 된다.

CASE 7 몇 년간 저축하며 새 차를 구입한 부부. 운전이 서툰 아내는 차를 갖고 외출하던 중 차에 흠집을 냈다.
아내 저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 내가 좀 실수를 해서…….
남편 무슨 실수?
아내 :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범퍼에 흠집을 냈는데, 어떻게 하지?
남편 당신 그것 때문에 걱정 많이 했나 보네. 걱정 마. 범퍼는 원래 부딪히라고 있는 거야.

♥ 어떤 사건이나 일이 벌어졌을 때 별거 아닌 듯이 말하며 걱정을 덜어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상대방에 대해 고마운 마음까지 생긴다. 원망하거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기 전 한 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기획·강현숙 기자 / 사진·현일수‘프리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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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없어 더 좋아요” 낭만 실은 공항철도 [중앙일보]
용유·무의도 갯벌 체험
“섬 나들이 최고” 입소문
주말 40%가 연인·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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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낮 인천공항철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는 여행 가방을 지닌 해외 여행객이 많지 않았다.

대신 휴일을 맞아 등산·낚시 장비를 갖추고 나들이에 나선 승객들이 눈에 띄었다. 한적한 객차 한쪽에서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젊은 연인도 더러 보였다.

 일행과 웃음꽃을 피우던 이임숙(45·여·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아파트 부녀회 친구들과 용유도로 생선회를 맛보러 간다”며 “잠시 짬을 내 바람 쐬러 가기에는 공항 철도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첫 민자철도로 3월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에 뜻밖의 승객이 타고 있다. 영종도와 인근의 섬을 구경하러 나온 수도권 인근 나들이객이다.

 인천공항철도는 부분 개통(김포공항∼인천공항)된 탓으로 아직은 하루 이용객이 1만3000여 명 선에 그친다. 애초 건교부가 예상한 수치의 6%에 불과하다. 개통된 구간이 짧은 탓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사람들이 공항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공항철도는 도심 지하철과는 판이하게 호젓하다. 여기에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이색적 경치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철도는 섬 나들이 가는 열차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김순근 팀장은 “주말에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의 30~40% 정도는 바다 경치와 먹거리를 즐기려는 승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볼거리 가득=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 구간은 30분이면 갈 수 있다. 열차가 영종대교에 접어들어 바다 위를 달리는 구간에 이르면 승객들은 모두 차창으로 다가간다. 갯벌에만 서식하는 염생(鹽生)식물 홍초가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거대한 군락지를 이루고 있어 나들이객의 눈길을 끈다. 갈매기떼도 열차를 따라 날아오른다.

 주말이면 등산복 차림의 승객도 늘어난다. 배를 타고 무의도로 들어가 서해바다를 보면서 산을 타는 ‘섬 등산’을 즐기기 위해서다. 무의도의 호령국산과 국사봉은, 높이는 300m 남짓이지만 능선을 타고 일주하려면 세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지난달 말 이곳을 다녀온 신현국(52·인천 부평구 부개동)씨는 “썰물 때에 맞춰 하산해 모래톱을 걸어 실미도로 들어가 싱싱한 회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했다.

 ◆놀거리와 먹거리도=철도 안팎의 풍경이 ‘그림’이 된다는 소문도 나면서 공항 철도는 광고·뮤직비디오·TV 드라마·영화 등의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영화 ‘해피버스데이’와 마부스의 뮤직비디오 ‘처음 그 웃음을 부탁해’가 철도 안에서 차창 너머의 해질녘 갯벌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을왕리·마시란 해변에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도 널려 있어 낚시꾼들도 즐겨 열차를 탄다.

 올 7월 잠진도 선착장 입구에 문을 연 공항신도시회센터도 공항철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천시가 조성해 상인들에게 임대한 3층 건물의 이 회센터에는 현재 50여 개의 횟집이 성업 중이다.

 한 업소의 주인은 “4인 가족이 4만∼5만원이면 바다를 바라보며 생선회를 즐길 수 있어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철도 관계자는 “서울역∼인천공항 간 전 구간이 개통되고 용유·운북지구에 대규모 국제관광단지가 문을 열면 나들이객이 더 많이 공항철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2007.11.02 05:12 입력 / 2007.11.02 0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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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죠?

2007/10/16 09:19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죠?

[한겨레] 기원에서 생리학까지 키스 앞에서도 심각한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저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키스에 관해 유명한 명언을 두 개나 남긴 바 있다. 대중 강연이 끝난 뒤 한 청년이 그에게 다가와 “아인슈타인 박사님, 상대성 이론이 도대체 뭔가요?”라는 당돌한 질문을 했는데, 이에 아인슈타인은 “사랑하는 여인과 키스를 하면 3분도 3초처럼 짧게 느껴지지만, 난로 위에 손을 얹어놓으면 3초도 3분처럼 길다”라는 말로 시간의 상대성을 명료하게 설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 하나는 그가 ‘키스를 하며 운전을 하는 연인’을 보자 혀를 차며 했다고 전해지는 말인데 다음과 같다. “예쁜 여성과 키스를 하며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것은 키스에 온당히 바쳐야 할 예의를 다한 것이 아니다. ”

이처럼 아인슈타인은 종종 ‘키스의 황홀함’을 빗대 과학을 설명하길 좋아했는데, 흥미롭게도 키스의 본질과 특성을 파헤치기 위해 인생을 건 과학자들이 있다.

‘키스학’(Philematology)이라 불리는 이 분야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내용은 키스의 기원에서부터 키스의 생리학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도 다양하다.

인류 조상의 10%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사랑의 도장’이라고 불렀던 ‘키스’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키스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일까, 문화를 통해 형성된 것일까? 키스의 기원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1992년 인류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168개의 민족과 문화 중 약 87%에서 ‘낭만적 사랑’의 증거를 발견했으며, 약 90%에서 키스를 했다는 흔적을 찾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문화에서 입을 맞춘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히려 놀라운 것은 그것이 100%가 아니라 90%라는 사실일지 모른다. 10%의 인류 문화에서 키스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키스가 본능적 행동이 아니라 학습된 문화 행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키스가 모성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치아가 없는 어린 아기를 위해 음식을 씹은 뒤 입으로 건네 먹이던 어머니의 행동이 아이의 치아가 자란 뒤에도 비슷하게 반복하면서 친밀감과 사랑의 표현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성애 입맞춤이 이성 간 사랑의 입맞춤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에스키모인들이나 시베리아 지방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입을 맞추는 키스 대신 코를 비비는 것으로 인사나 애정 표현을 대신해왔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모성애 입맞춤’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이 우리의 숨결에 자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키스나 코를 비비는 행위를 통해 숨결을 공유함으로써 영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과학자도 있다.

이에 반해, 키스가 타고난 본능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동물들도 애정 표현의 하나로 인간의 키스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는 데 그 근거를 둔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친밀감의 표현으로 코를 비비거나 서로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는 등 유사 입맞춤 행위를 보인다. 특히 보노보의 경우에는 싸운 뒤 화해의 표시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혹은 인간들이 그렇듯 ‘별 이유 없이’) 키스를 한다. 동물들의 이러한 행동과 인간의 키스가 유사한 기원을 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그들의 조심스런 주장이다.

일요일 키스는 안 돼! 아니 무조건 안 돼!

진화론적인 관점에선 키스를 ‘배우자의 적합성을 탐색하는 수단’으로 해석한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페로몬)를 맡으면 상대가 강한 자녀를 갖게 할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는지 아닌지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쾌한 냄새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로 인식될 테니, 이런 탐색 과정을 통해 더욱 튼튼한 자녀를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집단 생존의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키스는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주며 때론 ‘방금 누구와 은밀한 시간을 보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교묘한 행동이어서, 배우자끼리 서로 상대방의 부정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방식으로 키스가 시작됐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종교적인 기원을 찾는 인류학자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평화의 상징이자 종교의식의 한 과정으로 키스를 시작했다는 설이다. 널리 알려진 이론은 아니지만, 인간이 동굴에서 거주하던 원시 시절, 소금이 부족해 남녀가 서로의 입가에 묻어 있는 바닷물 소금기를 핥아먹은 데서 키스가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가설은 없으니, 너무 믿지는 마시라.

오늘날 키스는 ‘낭만적 사랑의 징표’지만, 키스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대 핀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매우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서, 심지어 발가벗고 섹스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키스만은 하지 않았다.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키스를 매우 공격적인 행위라고 생각해 남들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하면 사형을 언도할 정도였다.

지금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콧수염이 있는 남자가 습관적으로 사람들에게 키스를 퍼부으면 폭력 행위로 간주해 체포한다. 또 믿지 못하겠지만,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시에서는 아직도 남편이 아내에게 일요일에 키스를 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집트 카이로의 소아과 의사인 아델 애셔 박사는 최근 키스반대연합(anti-kissing association)이라는 국제시민단체를 조직해 ‘키스 안 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모토는 ‘더 이상 키스는 안 돼!’(No kisses after today). 이유는 단 하나. 키스가 조류독감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키스공포증(philephobe)이란 것이 있다. 그들은 키스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것이 사회생활을 하거나 연애를 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된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키스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고 상상해보라! 사실 그들이 키스를 꺼리는 이유는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라 키스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소수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게리 쿠퍼에게 했던 명대사. “저는 키스하는 법을 잘 몰라요. 잘 알았다면 당신에게 키스를 했을 텐데…. 키스할 때 코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지요?” 잉그리드 버그만이 던진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2년 반 동안 실험을 한 과학자가 한 명 있다. 독일 보훔에 있는 루르대학 교수 오누르 군투르쿤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는 동물과 사람의 ‘인체 좌우대칭’. 어느 날 그는 미국 시카고를 방문했다가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5시간이나 꼼짝없이 갇혀야 하는 신세에 처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던 그는 한 커플이 서로 키스를 할 때 얼굴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모든 사람들이 그럴까?’ ‘오른손잡이라서 키스를 할 때도 코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걸까?’ 그는 공항이야말로 키스를 연구하는 데 더없이 좋은 장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독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키스를 할 때 머리 기울임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다. 공항이나 기차역, 해변과 공원 등지를 돌며 짐을 들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입술을 맞닿아 키스를 하는 124쌍의 커플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들이 키스를 하는 동안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기울이는지 모두 상세히 기록했던 것이다.

공항은 키스를 관찰하기에 좋았네

결과는 매우 명료했다. 3분의 2 정도 되는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이며, 출산하기 바로 전 며칠 동안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 자세가 본능적으로 좀더 편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두 연인이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를 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가 우리에게 그토록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리라.

사랑하는 연인과 첫 키스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군투르쿤 교수의 연구 결과를 명심하시라. 사랑하는 ‘자기’가 갑자기 당신의 오른쪽으로 코를 들이댈 가능성이 3분의 2라는 사실을.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라면, ‘내 배우자는 어느 방향으로 키스를 하는지’ 무심코 지나친 이 문제에 대해 이 칼럼을 읽자마자 한번 확인해보시라. 아침에 아내와 키스를 하고 나오는 남편의 평균 연봉이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30% 가까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으니, 확인해본다고 해서 별로 손해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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