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구] 패스트볼, 라이징 패스트볼의 환상
송민구 기사전송 2009-08-25 11:37
시속 100마일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에 대한 환상, 이것은 스피드 측정을 하기 시작한 이래 항상 존재해 왔던 것이다. 99마일과 100마일, 단 1마일(시속 1.6km) 차이인데, 왜 99마일이 아닌 100마일에만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홈쇼핑을 보면 비슷한 현상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물건을 단돈 9만 9천 9백원에! 10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달랑 100원 차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더욱 끌려버린다. 잠시만 충동을 억누르면 ‘10만원에서 단돈 100원을 뺀 가격일 뿐인’ 것을 싸다고 생각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리수의 차이다. 10만원은 100,000의 6자리 숫자고, 99900원은 5자리 숫자다. 100마일 또한 마찬가지. 99마일은 2자리고 100마일은 3자리 숫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100마일 짜리 공은 어떤 구종일까? 커브볼? 스플리터? 슬라이더? 아니다. 이 공은 주로 직구라 불리는 ‘패스트볼’의 범주에 속한다. 오늘, 그리고 몇 차례에 걸쳐 이 패스트볼의 다양한 모습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공의 회전
투수가 공을 던지면, 그 공이 너클볼이 아닌 이상은 적게나마 회전을 하게 된다. 그 회전각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서 공의 움직임이 다양해지는 것인데, 아래의 그림은 그중 우완 투수가 던지는 패스트볼의 회전 각도를 표현해 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투구폼에 따라, 투수 시점에서 보이는 회전 각도를 표현한 것이다(우완투수 기준이며, 실제로 저렇게 ‘정확한’ 회전각을 이루도록 던지는 투수는 없다. 투수가 기계는 아니지 않는가). 일단 회전각을 보면 여러분도 공이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대충은 짐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버핸드 투수가 던지는 공은 주로 직선 궤적을 그리며, 그나마 ‘라이징 패스트볼’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고(김광현 선수가 던지는 패스트볼을 떠올려보라) 사이드암 투수가 던지는 공들은 좌우 무브먼트가 심한 공을 던질 것이라는 것. 대표적으로 임창용 선수가 던지는 ‘뱀직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국내에 알려진 자료가 얼마 없기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위의 그림에 해당하는 각도의 공들 약 2만개를(2009시즌 기준, 우완투수가 던진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로 제한) 조사해 본 결과, 대체로 분당 2200회전(최대3760회전, 초당 62.67회전), 초당 약 38회 회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수가 공을 던진 직후부터 홈 플레이트 앞까지는 실제로 약 15~16회 정도의 회전을 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무브먼트가 비슷한 공일 경우 구속이 빠를수록 회전수가 높으며, 구속이 비슷할 경우 무브먼트가 심할수록 공의 회전수는 높다.
직구, 또는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나 있을 것인데, 실제로는 공의 회전을 통해 공기의 저항을 ‘뚫고’ 나간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회전수가 높은 공일수록 속도도 빠른 것이다.
라이징 패스트볼?
패스트볼의 구위라 하면, 역시 라이징 패스트볼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위에서 본 ‘오버핸드’ 투수의 회전각을 가지는 공이 초속 110마일(176km/h)에 3600RPM(분당 회전수) 이상일 경우(두 조건 모두를 만족해야 한다!)에는 실제로 야구공이 중력을 이겨내고 떠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야구선수 중 릴리즈 포인트에서 105마일 이상을 던지는 선수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에(스피드건에 찍히는 속도가 100마일이라면, 투수가 공을 뿌린 직후의 속도는 약 102마일 이상이다), ‘실제로 떠오르는’ 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자들이 ‘공이 떠올랐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보통 자신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덜 떨어진 공을 두고 하는 말로, 실제 오버핸드 투수가 던지는 각도(지면과 거의 수직을 이루는 백스핀 – 굳이 오버핸드 투수가 아니더라도 메커니즘의 변화에 따라 공의 회전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의 공이라면 백스핀에 의한 상승효과로 인하여 회전을 받지 않는 공에 비해 떠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 방망이의 최대지름(가장 두꺼운 곳)이 약 7CM(2.75인치)정도인 것을 감안하고, 아래의 그림을 보자.
즉, 오버핸드 투수가 공을 던지게 되면, 그리고 공이 충분히 빠를 경우에, 똑 같은 폼에서 던진 회전이 없는 공에 비해 저만큼 더 ‘뜬’채로 계속해서 이동하게 된다. x축이 0인 지점에서 회전에 의한 영향이 없는 공의 경우 회전이 있는 공과 약 20인치(48센티미터)정도의 차이가 나게 된다. 라이징 패스트볼이란 것은 정말 뜬다기 보단, 덜 가라앉는 데에서 나타나는 효과라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가상 궤적
아래는 다른 두 가지 회전각도에 따른 가상 궤적과, 두 구질에 회전력이 없었을 경우 그려질 궤적을 도시해 놓은 것이다. 먼저 보일 그림이 횡적인 역스핀을 받는 류의 공, 그리고 두번째 그림이 위에서 쓰리쿼터라 제시한 회전각을 보이는 공의 수직적 움직임이다.(각각에 대한 회전효과를 제거한 무브먼트 또한 첨부하였다.)
마지막으로, 오버핸드/쓰리쿼터/사이드암이라 밝힌 세 가지 구종이 포수시점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그려보고자 한다. 원근감 처리에 있어 다소 미숙한 점이 있었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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