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10명중 6명, ″노대통령 헌법소원 자격없어″
쿠키뉴스 | 기사입력 2007-06-21 17:49 | 최종수정 2007-06-21 20:49 기사원문보기

[쿠키 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경고조치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 헌법학자 10명 중 6명은 대통령은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중 70% 이상이 선거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본보가 21일 한국법학교수회 소속 헌법학자 중 무작위로 34명에게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21명(62%)은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응답했다.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자격은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일반 국민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가권력기관이자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대통령은 청구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오호택 한경대 교수는 "헌법소원은 순수하게 개인자격을 가진 일반 국민이 낼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도 "선관위 경고를 받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자연인이 아니라 대통력 자격으로 판단돼 이에 관한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대통령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해당 부처에 지시해서 개정을 하면 되지 직접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도 헌소 자격이 있다는 의견은 13명(38%)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 침해시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20명(58%)이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선거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은 26명(76%)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당연하지만 대통령이 특정인의 당선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등 무한정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경철 강원대 교수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완식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법적으로 인정되느냐 마느냐를 논하기 전에 이를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대통령은 정당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의 허용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에 대한 경고 조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24명(70.5%)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김수갑 충북대 교수는 "유권해석 이후 나온 경고이자 법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공권력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배원 부산대 교수는 "검찰에 고발했다면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지만 일종의 권고 수준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달리 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허윤 김현길 기자 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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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법적 쟁점과 靑 입장>-1-2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6-21 17:12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최근 참여정부평가포럼과 원광대 특강 및 인터뷰 발언 등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헌법소원 주체의 적격성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법리 논쟁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선관위의 이런 조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정치인인 대통령 개인이 갖는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논리를 펴면서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 대한 공무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9조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포괄적,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통령, 헌법소원 낼 자격 있나 =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그 피해자가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이 같은 청구 주체를 근거로 국가 공권력의 행사자인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게 야권과 법조계 일부의 논리다. 따라서 이들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심판 청구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부적합하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정치적 헌법기관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 또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라며 자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공권력에 해당되기는 하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라서 그런 기본권이 제한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헌소 자격 논란과 관련,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은 두 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다"며 "공권력의 행사자로서 또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위가 있고 기본권을 누려야 하는 주체로서도 지위가 있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지난 2004년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이 기본권을 가진 주체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때문에 헌법소원의 청구 주체를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개인 노무현'으로 했다. 전해철 수석은 "헌법소원의 기본권의 주체는 개인이 돼야 한다"며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으로서 제약이 있는 것은 실질적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하니까 개인으로서 헌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조처가 공권력 행사인가 =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요청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중립 준수 요청에 이은 선거법 준수 촉구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또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됐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선관위 조처에 대해 야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선관위가 법에 따라 판단을 내린 것일 뿐 기본권을 제한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해철 수석은 "선관위 조치는 사실상 경고에 해당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대통령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9조 위헌성 여부 =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9조를 적용,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결정했다. 공선법 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등의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인 대통령으로서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선거결과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9조는 지나치게 포괄적,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공무원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예견하기 어렵고, 오로지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선법 제9조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리인 명확성의 원칙, 필요 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많아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결국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 결정에서 적용한 법적 근거 자체가 위헌이고, 그로 인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됐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해석 = 공선법 9조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공무원법 3조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무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다.

특히 대통령은 정치적 활동과 선거 과정을 통해 선출됐고, 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를 비롯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체가 정치적 행위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정치'와 '선거'의 경계선이 모호한 게 사실이고,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최근 특강 발언 등을 계기로 공선법과 국가공무원법의 충돌성 논란이 심화됐다.

이 같은 해석 논란을 두고 야권 등에서는 "선거 국면이 되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규정의 입법취지는 관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거중립 위반여부는 대통령이 지위나 권한을 남용해 부당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느냐 여부로 한정,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대통령의 폭넓은 정치적 활동이 보장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입법 및 운용 사례를 들어 공선법 9조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관위 조치의 위헌성 논란 =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내리면서 '중립의무순수 요청'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청와대는 이 조치가 "선거법에도 없는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관위 조치가 대통령의 발언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선거법 9조를 위반했는지 적시하지 않은 채 추상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 허용범위에 대한 기준이 막연하다는 것. 이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 주장이다.

청와대가 "도대체 허용되는 발언의 기준이 뭐냐"며 "앞으로 선관위에 일일이 물어보고 발언하겠다"고 밝힌 점도 선관위 조치의 불명확성 때문에 불가피했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j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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