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버린 사랑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가지고 떠난 것 같아
숨만 쉬기에도 아픈 시간이 있었다.

나는 단지 그 사람을 잃어버린 것 뿐이었는데
내 손은 그리고 마음은 텅 비어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얼 하게 되리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곱씹으면서도
시간의 무게에 눌려 먼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세상에 좋은 사람은 그 사람 하나인 것 같았다.
바깥세상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 있다고 누군가 말해줘도
내 세계에서 그 사람이 최고였다.
그래서 나는 모든 기회를 상실한 사람처럼 내내
나를 학대하고, 그 사람을 원망하고
하루는 울고, 하루는 나를 다독여 밥을 먹고
그 다음날은 폭음으로 모든 것을 게워내는 나날을 반복했다.

남들이 다 괜찮아진다고 하니까
마음이 아프다고 죽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당연한 말들로 나를 위로해도
그래...
어느 한순간은
나만은, 우리의 사랑은, 또 나의 이별은, 나의 미련은
너무나도 특별한 것이라
남들처럼 괜찮아지지 않을거라 스스로를 저주했다.

얼마나 미련한가..
한치 앞도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인 주제에
나는 무엇을 속단했던가..

몇 번의 사랑 몇 번의 이별.
사람은 또 사랑은 나이를 먹어가며 성숙해지는 법.

나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시련을 주신다는 지극히 종교적인 말에
말도 안되는 말 하지 말라며
너의 신이 내 사생활따위에 관심을 가지겠냐며 친구에게 소리를 질러버린 날도 있었지만

그래 상처는 나를 키운다.
아픈 만큼 성숙하다.

사람을 바로 마주보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많이 돌아왔던가.
여전히 나는 또 나와 같이 걸어가는 사람은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이고
그 수많은 고비 중 한곳에서 주저 앉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의 가장 약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보이고
생생한 날 것의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것이 기적이다.

하지만 그 기적은
그 사람과 내가
아픈 눈물들과 잠 못드는 밤들을 수업료로 지불한 대가로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의 선생님이요 가르침이다.
상심하지 마라.
스스로를 상하게 하지 마라.

눈부신 봄날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