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재판관, 그들은 왜 간통죄에 반대했나


“특정인을 정치·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함정 또는 재물을 갈취하기 위한 미인계(美人計)가 가능하며, 어쩌다 우연히 실수를 저지른 부녀에 대한 폭력배 등의 계속적인 성적 침해나 재물 갈취 등 더 큰 해악이 발생할 수 있다.” (김양균 헌법재판관, 1990년)

“간통에 대한 처벌은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어진 상대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그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함으로써 성적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권성 헌법재판관, 2001년)

서울북부지법 도진기 판사에 이어 대구지법 경주지원 이상호 판사도 형법 241조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고 나섰다. 헌재는 지금껏 3차례 간통죄를 ‘합헌’으로 판단했지만 모든 재판관이 동의한 ‘전원일치’ 결정은 아니었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본 역대 4명의 재판관 중 위에 소개한 김양균·권성 두 전직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특히 유명하다.

◆“인간에겐 사생활 은폐권이 있다”=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처음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1990년 9월10일의 일이다. 한해 전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89헌마82)을 심리한 결과였다.

결과는 6 대 3의 합헌. 위헌 진영 재판관이 3명이나 된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소수의견에 속한 3명 중 2명은 간통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한 규정에 반발한 것이니 ‘간통 처벌 = 위헌’이란 논리에 온전히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다. 간통죄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한 이는 고검장 출신 김양균 재판관이었다.

당시 김 재판관은 ‘사생활 은폐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간주한 뒤 간통죄가 이를 억누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소수의견에선 “간통의 형사처벌을 성질서 또는 성도덕이라는 가치의 보호만을 앞세워 감행한다면 자칫 ‘과잉처벌’의 폐단이 생겨날 우려가 있다”며 “간통죄는 사생활 은폐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 발족 이래 4번째로 간통죄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의 광경.


◆간통죄 처벌, 왜 징역형으로만?=김양균 재판관이 사생활 은폐권을 들어 간통죄에 위헌 의견을 낼 때 동료인 한병채·이시윤 재판관은 다른 논리를 전개했다. 한 재판관은 4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고, 법원장 출신의 이 재판관은 훗날 감사원장에까지 올랐다.

두 사람은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엔 이의를 달지 않았다. 다만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해 ‘간통 처벌 = 징역’으로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소수의견을 통해 “간통죄에 징역형만 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처벌로 기본권 최소침해 원칙에 반한다”면서 “입법자는 앞으로 징역형만을 둔 현행 형법 24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통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할 만큼 중죄는 아니라고 봤다는 점에서 폐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우선시돼야”=헌재가 간통죄를 놓고 다시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2000∼2001년의 일이다. 그 사이 부산지법 김백영 판사(현 동의대 법대 교수)의 위헌제청 사건(90헌가70)이 있었지만 헌재는 90년 결정례를 그대로 따랐다.

“간통죄는 위헌”이라며 재차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2000헌바60)에서 헌재는 2001년 10월25일 8 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때 ‘유일한 반대자’ 권성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간통죄 폐지론자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권 재판관은 간통을 범죄가 아닌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그는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의 추궁은 계약법의 일반 원리에 따라 계약 해소와 손해배상으로 그쳐야 하고 형벌을 포함해선 아니된다”고 전제한 뒤 “간통에 대한 제재는 부부관계의 해제, 즉 이혼에 의한 가정에서의 추방과 부양 종결 그리고 위자료 징구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재판관이 가장 중시한 것은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 그는 “(간통죄는)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진 상대 배우자만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하여 성적 예속을 강제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10조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bodo@segye.com, 팀 블로그 http://net.segye.com



* 제17대 대선 특별 사이트 http://17daesun.segye.com

`빠르고 통쾌한 세상이야기-펀치뉴스`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간통죄 위헌이냐 아니냐' 위헌심판 제청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9-09 16:09
 
서울북부지법 판사 "실무적으로 수명 다한 법"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간통죄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형법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됐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포함해 이번이 4번째로 지금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를 놓고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9일 밝혔다.

도 판사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형법 제241조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헌적 조항이라고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 판사는 "그 동안 가정 보호와 성도덕 보호의 관점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나 간통이라는 것은 부부간의 계약 위반으로 민사소송이나 도덕적 책임으로 봐야지 이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려는 것은 개인의 자율권 보장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유부남 A씨와 미혼의 30대 여성 B씨가 간통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심리 중인 도 판사는 최근 1년간 간통죄에 관한 판결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6%도 채 안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간통죄가 `실무적으로 수명이 다한 법'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도 판사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근에는 간통 자체만으로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터키나 우간다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는 추세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존치할 이유가 없는 법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 판사는 결정문에서 "간통죄의 위헌성 판단이 곧 간통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간통 행위에 대한 민사적, 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며 간통 행위의 부도덕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