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큰 사진) 레미 본야스키가 지난해 K-1 WGP파이널에서 스테판 레코에 로블로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작은 사진) 마네킹에 착용시킨 실제 파울컵의 모습]
지난 18일 서울의 한 격투기 체육관. 전적 5전 미만의 아마추어들이 모여 경기를 갖고 있었다. 몸을 보호하는 장구라고는 정강이 보호대와 낭심 보호대뿐. 경력 10개월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경기는 격했다. 코피가 터져 피범벅이 된 선수가 미들킥을 차려는 찰나 상대 선수가 거리를 좁혀왔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킥은 복부가 아닌 낭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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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을 찬 선수는 놀람과 미안함이 섞여있는 표정으로 중립 코너로 갔고 낭심에 충격을 받은 선수는 그대로 링 바닥에 쓰러져 대굴대굴 굴렀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통을 분담하듯 다리를 움츠렸다. 3분간 휴식을 취한 선수는 일어나 경기를 재개했지만 상대의 로킥이 자신의 허벅지에 들어올 때마다 로블로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인상을 썼다.
파울컵 있어도 맞으면 죽음
당시 로블로를 맞은 선수는 링에서 내려와 "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다. 어떻게든 경기를 마치긴 했지만 한 번 맞고 나면 경기에 지장이 많다 " 라며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렇듯 로블로는 입식격투기와 종합격투기를 막론하고 킥을 사용하는 격투기 경기라면 흔히들 발생한다. 때로는 경기가 지연되기도 하고 때로는 닥터스톱이나 레프리스톱으로 경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큰 부상을 막기 위해 파울컵을 착용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수련한 선수들의 킥의 파워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일단 제대로만 맞으면 고통은 여지없이 밀려온다.
지난 8월 K-1 홍콩대회에서 무사시의 경우 박용수의 인사이드 로킥(서있는 상태에서 상대의 앞다리 앞쪽 허벅지를 차는 기술)에 두세 차례 급소를 맞고 쓰러져 내출혈을 일으키기도 했다.
언제 주로 발생하나?
경기 중 발생하는 로블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니킥에 의해서다. 니킥은 주로 상대의 복부나 옆구리 또는 안면을 노리는 공격이지만 때때로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인해 혹은 신장의 차이로 인해 복부로 가야할 니킥이 상대의 급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킥에 의해서다. 무사시와 박용수의 경기처럼 주로 인사이드 로킥에 의해 많이 발생하는데 킥의 목표점이 높을 경우, 또는 상대의 신장이 작은 경우 로킥이 낭심에 꽂히기도 한다. 그리고 뒤돌려차기나 미들킥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뒤돌려차기에 의한 로블로의 경우 상대의 복부나 옆구리를 노리고 차지만 거리나 위치 조절의 실패로 발생한다. 미들킥에 의한 로블로는 두 선수가 동시에 킥을 차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격렬한 공방 중에 드물게 발생한다.
그리고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고의적인 로블로도 있다. 우발적인 사고로 가장해 상대의 급소와 허벅지 근처를 한두 차례 공격을 하는 경우다. 야구로 치면 빈볼과 비슷한데 심판에게 큰 주의를 받지 않으면서 상대를 흥분시키고, 상대는 낭심에 가해진 충격으로 경기력에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반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절대로 쓰여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로블로에 의해 역사도 바뀌어
실제로 2006년 K-1 WGP와 지난 홍콩 예선은 로블로의 효과(?)가 꽤나 컸다. 2006년 대회 8강에서 스테판 레코에게 낭심 공격을 당한 본야스키는 8강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부상에 의해 잔여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고, 대신 올라간 피터 아츠가 준우승을 거뒀다.
올해 홍콩 GP도 마찬가지였다. 박용수와 왕캉에게 두 번씩 로블로를 맞은 무사시는 준결승이 끝난 후 다리를 절뚝거리며 결국 경기장을 떠나야했다. 그 대회의 우승은 무사시의 후배인 후지모토 유스케가 차지했다. 당시 사고로 무사시는 고환이 붓고 내출혈을 일으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열린 K-1 WGP 개막전, 최홍만과의 마이티 모의 경기에서도 로블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홍만의 킥이 마이티 모의 급소를 스쳤고 마이티 모가 로블로 어필을 하면서 쉬려고 하자 심판은 복부 충격 누적으로 판단하고 다운을 선언했다. 마이티 모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 다음 경기 때에는 거대한 파울컵을 착용하겠다 " 며 분통을 떠트리기도 했다.
일반적인 로블로 사고의 경우는 잠깐의 회복 시간을 준 이후 경기를 속행하지만 부상의 강도가 심할 경우는 경기를 무효처리 하거나, 그 전 공방을 바탕으로 채점해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로블로를 가한 선수에게도 일반적으로 첫 번째의 경우는 주의를 주고 이후 다시 발생한 사안의 경우는 경고를 줘 감점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지극히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반칙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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