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법관, 300년 전통 가발 벗는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영국 법관들이 300년 전통의 흰색 말총 가발을 벗는다.

니콜러스 애디슨 필립스 대법원장은 12일 "형사 재판을 제외한 민사, 가사 재판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법관들은 더 이상 윙칼라로 장식된 무거운 법복과 말총 가발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가발 착용을 둘러싼 수 년 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17세기 이래 영국 법정의 전통으로 이어내려온 복장 규정을 폐기한 것이다.

법관들은 현재 입고 있는 화려한 법복과 가발을 벗고, 내년 1월 1일부터 간편한 새 법복을 입게 된다. 아직 새 법복의 디자인은 결정되지 않았다.

필립스 대법원장은 "현재 일심법원 판사들은 재판이 열리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다섯 종류의 다른 법복을 입는다"며 "폭넓은 협의를 거쳐 법복 규정을 단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3년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2 이상은 민사재판에서 가발을 벗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대부분 형사재판에서는 가발을 쓰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발 착용 반대론자들은 가발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비싸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짧은 가발은 개당 400파운드 정도지만,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리의 가발은 개당 1천500파운드가 넘는다.

반면 일부 법관들은 가발이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권위 있는 이미지를 주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가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립스 대법원장은 "법복에 대한 만장일치 견해를 얻을 수는 없지만,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이런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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