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7’ 국가 과제와 차기대통령 리더십>李 단호·신중, 昌규범 중시, 鄭 정확·매너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과 문화일보가 공동으로 기획한 ‘국가과제와 대통령 리더십’시리즈 세번째 ‘대통령의 퍼스낼리티와 리더십 유형’편은 한국의 5년을 담당할 차기대통령 후보자들의 성격과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각 후보의 경력과 성격, 리더십 스타일은 바로 미래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각 후보진영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각후보들의 외형적으로 드러난 성격과 보여주고 싶어하는 성격, 그리고 내면에 숨겨진 성격의 차이와 그 영향을 분석했다.

[대표집필=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알리려고 한다. 반면 유권자들은 그 후보들의 진실된 모습, 아니 성격이 어떤지를 궁금해한다. 후보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 성격이나 행동 간에 차이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어느 후보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더 잘 어려움을 극복할 성격인지, 어떤 모습의 리더십을 보일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가 여기서 형성된다.

우리는 누구라도 대통령이 되면 학습을 통해 새롭게 뭔가를 배우거나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학습속도가 빨라서 경험이 다양하지 않더라도 많은 것을 배워 대통령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살아온 경력이나 성격이 현재, 혹은 미래에 행동을 예측하게 하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 된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해도 어떤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바꾸기는 힘들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이 과거에 어떻게 행동해왔으며, 또 현재 그의 성격이 어떤지를 치밀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 완벽주의 성향 리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자기보고’만 분석해 보면 ‘분명한 결과를 지향하고 강력한 추진력과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성격’을 가진 인물을 연상하게 했다. 반면 ‘심리검사’에서 나타난 성격은 ‘아주 치밀하며 정확하게 일하면서, 사실에 기초하여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려는 특성이 높은 신중하고 치밀한 사람’이었다.

이 후보는 ‘자기보고’에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늘 새로운 도전정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한다.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고 썼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일이나 생활에서 주도적이다. 저돌적이며 때로는 ‘독불장군’처럼 비칠 수 있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검사에서 드러난 이명박 후보의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후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신중할 뿐 아니라, 일이나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는 스타일이다. 정확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려는 성향이 높다. 조직에서 유능하고 이상적인 간부 사원의 모습이다. 치밀하고 정확하게, 또 차분하게 일을 처리한다. 신중하고 분석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 때 계산이 많다. 보통 안정적인 관료조직에서 높은 성과를 낸다. 이런 성격은 분명한 목표나 과제가 있을 때에는 쉽게 어려움을 극복한다. 다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복잡한 과제를 처리할 때에는 상반된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결단력을 기대되는 순간에 때론 너무 신중함에 치우칠 수 있는 유형인 것이다.

이 후보의 ‘자기보고’와 ‘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하면, 자신이 보여주는 행동과 보여주고 싶은 모습 사이의 간극이 실제 리더십을 특성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보여진 이 후보의 삶은 49%의 낮은 승률 속에서도 자신이 의도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명박 성공신화’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심리검사’에서의 이 후보는 80%의 높은 승률에서도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이다. 치밀하고 분석적이며 신중한 성격의 사람은 어떤 시대를 살았든, 비즈니스를 하든, 공무원 생활을 하든, 자신의 삶을 강박적일 정도로 관리한다. 외적으로 보이는 강한 추진력과 함께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심리검사에서 나타난 이 후보의 모습은 현재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일 수 있다. 도전적이며 강력한 추진력은 이미 지니고 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이 치밀하고 신중한 성격의 인물이라고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후보의 성격은 삶의 최우선 ‘가치’로 ‘긍정적 태도’, ‘배려’, ‘진실성’, ‘창의’, ‘감사’를 골랐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이 후보 만의 가치는 ‘진실성’, ‘창의’, ‘감사’였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개인의 가치는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이자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회창 - 엘리트 선비형 리더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자기보고’와 ‘심리검사’ 결과가 비교적 일치했다. 최우선 가치로 선택한 항목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자기보고’에서 언급한 분명한 특성은 바로 ‘원칙을 지키는 강직함’이었다. 이와 함께 “따뜻한 마음이 스며있어, 강할 때는 강하고, 부드러울 때는 따뜻함이 스며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런 표현은 현재 “따뜻함과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신의 강한 욕구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심리검사’에서 나타난 이회창 후보의 성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사람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주도성과 공격성을 보인다. 이와 동시에 일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수행하며 분석적인 성향이 높다. 하지만 타인과 쉽게 동화되거나 어울릴 수 있는 친화적인 성향은 상대적으로 낮다. 사람을 좋아하고 편하게 대하며 유머러스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후보의 성격은 자신이 선택한 최우선 가치들로 인해 생활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날지 잘 보여주었다. 그는 중요한 가치들로 ‘정의’, ‘정직’, ‘장유(長幼)’, ‘신념’, ‘인권(인간존엄성에 기초한 배려)’을 선택했다. 이후보가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가치들은 바로 장유와 인권이었다. 사대부 엘리트 선비의 가치와 유사한 유교적 질서에 기초한 인간됨과 사회적 규범을 가장 중시하는 삶의 족적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엘리트 법조인으로 살아 온 모습이 바로 성격이 된 것이다.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선거 유세 방식도 이 후보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점퍼 차림으로 ‘서민형 리더’를 강조하려는 변신은 이 후보가 스스로 성찰한 성격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자신의 고유한 성격 문제 때문에 과거에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각고의 노력으로 성격과 이미지에 변화를 줌으로써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단점을 보완하면 뜻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 그게 엘리트 선비가 보이는 삶의 모습이다.

정동영-자기확신 강한 리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자기보고’에서 자신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소탈하고 성실하며 가족에게 자상하다. 위기국면에서 더 적극적이고 집중력이 강하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정 후보의 경우에도 다른 후보들처럼 ‘심리검사’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심리검사’에서 확인된 정 후보의 성격은 다음과 같았다. ‘정확하고 바르게 일하는 것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을 매너 있게 대하면서 또 자신도 공격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또 가능한한 사실에 기초한 논리적인 주장을 하려고 한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이 높다. 하지만 자기가 왜 그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지, 또 무엇을 위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공감시키는 데 어려움을 가진다.’

정 후보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만큼 언제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자신이 보는 모습’과 ‘타인이 지각하는 자기모습’ 이 일치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성향이다. 자신은 스스로의 능력과 명석함에 대한 믿음이 크지만, 이를 주위의 사람들은 즉각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다. 그런 격차가 해소될 때까지 정 후보는 끊임없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후보 자신의 믿음과 주변이 동조화가 이뤄졌을 경우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삶의 최우선 가치로 ‘리더십’, ‘배려’, ‘신념’, ‘겸손’, ‘열정’을 선택했다.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가치는 ‘리더십’이다. 이는 자신의 믿음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한 단점 극복의 과제로 설정한 것일 수 있다. 좋은 태도와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를 지켜보는 관객이 그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모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기주도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한 방책을 끊임없이 궁리하는 성격이다.

문국현-과제지향적 리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경우 자기보고에서 두드러진 성격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문제가 생기면 현안의 원인부터 파악하며 혁신하려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혁신의 과정에서 인간을 중심에 두면서, 학습 및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한다.’ 이성적이며 과제지향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성격은 심리검사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다.

‘자기 표현을 억제하지만 독자적인 실적을 만들어내는 성향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와 과제를 계획, 주도한다. 업무나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진취적이며, 이성적인 따뜻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경우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제한받는 것을 힘들어 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주장만을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렇기에, 독자적인 행동을 고집스럽게 한다는 비평을 받기도 한다.’

문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차별되는 가치는 ‘교육’과 ‘공헌’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변화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보여주는 가치이다. ‘왜 이 사람이 성공적인 기업인에서 갑자기 정치인으로 변모하려고 하는가’라는 의구심에 대한 답을 줄 것 같기도 하다.

정치란 사회변화이며, 또 문 후보에겐 수행하고 해결해야 할 과업인 것 같다. 정치판에서 학습활동이 어떻게 일어나며, 또 이것이 얼마나 국민들과 공유될지 지켜볼 일이다.

권영길-원칙·자제력 강한 리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경우, 자기보고에서 나타난 성격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더디 가도 함께 가는 것을 선호한다. 귀는 있되 입은 없고, 침묵으로 발언하고 의지로 실천한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유형은 요령이 없는 갑갑한 사람이다. 이런 특성은 심리검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신중하고 자제력이 있으며,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성취하려고 한다. 나름의 엄격한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표현은 하지 않아도 당신의 호불호는 분명하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규정된 절차를 지나치게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알았던 사람과의 관계에만 몰두하는 편이다.’ 권 후보가 다른 후보와 구분되는 삶의 가치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헌신’이었다. 한국의 진보정치에 대한 책임, 민주노동당에 대해 헌신해야 한다는 그의 삶의 이력이 이들 가치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인제-개방적 풍운아형 리더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성격에 대한 자기 보고는 다음과 같았다. ‘부지런하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이나 원칙에 대해 확고하다.’ ‘낭만적인 문학 소년의 기질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성격 묘사는 일반적인 정치인보다 풍운아를 연상하게 했다. 다 좋은 성격 묘사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성격들은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성격의 사람은 분명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겠지만 무엇을 하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런 성격은 심리검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사람은 자신감을 강하게 표현하면서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간섭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하는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승부를 향한 경쟁심이나 지나친 성급함이 자주 보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신의 판단을 타인의 권한이나 공동의 약속보다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이인제 후보가 선택한 자신의 가치는 흥미롭게도 다른 다섯 명의 후보와 전혀 차별되지 않았다. ‘결단’, ‘긍정적 태도’, 의지’, ‘정의’, ‘열정’의 가치를 언급했지만, 모두 다른 후보들이 선택한 내용과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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