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펀드’가 뭐길래

2007/11/07 00:33
‘인사이트 펀드’가 뭐길래
1조6000억 빨아들인 미래에셋 펀드 들여다보니…
투자지역·방법 제한없어 “헤지펀드다” “아니다”
박현주회장이 직접운용? 회사측 “그게 말이되냐”
주가하락 대비용 분석도 6개월은 돼야 실적 예측
최흡 기자 po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에 무려 1조6000억원이 몰렸다는 집계 결과가 나오던 지난 1일, 경쟁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화를 감추지 않았다. “어디 투자하는지도 모르는 ‘묻지마 투자’ 펀드에 어떻게 이렇게 돈이 몰리는 거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22일부터 판매, 1일부터 운용에 들어간 ‘인사이트 펀드’가 펀드 시장에 돌풍과 격론을 일으키고 있다.

‘인사이트 펀드’란 한마디로 지역이나 투자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되는 펀드다. 이론적으로는 100% 채권만을 사들일 수도 있고, 중국 주식에 전액 투자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사전에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다.

이 펀드가 사전 판매되던 10월 말에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입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 펀드가 시중 자금을 다 빨아들여 버린 것이다.

◆ 헤지펀드처럼 외환투자?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대상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이다. 다른 회사가 만든 펀드나, 어음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처럼 펀드회사가 투자 상품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운용하는 방식은 해외의 헤지펀드(hedge fund)와 비슷하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지역과 투자대상을 가리지 않고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외국의 일부 헤지펀드와 비슷한 상품”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원자재에 직접 투자는 할 수 없고, 외환투자는 위험회피(헤지) 차원에서만 할 수 있으므로 헤지펀드로 분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운용은 어디에?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계획은 밝혀진 것이 없다. 어느 주식에 투자했는지는 물론이고, 국내와 국외 비율, 해외 투자의 지역별 배분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의 공식입장은 “앞으로도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후진적인 묻지마 투자’라는 비난도 이 때문에 나온다. 다만 지난 1일과 2일 전체 자금의 약 4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385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인 것만이 공시를 통해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승길 이사는 “해외 주식은 나라별로 실력이 검증된 대표주에만 투자할 것이고, 채권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국공채 위주로 안전 투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 박현주 회장이 운용한다?

이렇게 투자 방향을 알 수 없는 펀드인데도 거액의 자금이 몰린 것은 ▲미래에셋이 그간 좋은 성적을 거둬 온데다 ▲미래에셋이 ‘신개념 상품’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그 동안 인기를 모으던 중국펀드가 ‘버블 논란’으로 투자하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국내외 주가가 급등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맡겨만 주면 상황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 먹혀 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직접 운용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 임명재 홍보실장은 “회장이 종목까지 운용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일축했다.

◆주가하락 내다본 포석?

미래에셋 김승길 이사는 “전 세계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 펀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 경우 선진시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아시아시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투입하려다 보니, ‘자유롭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펀드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주가 조정(하락)기를 예측한 포석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A자산운용사 상무는 “5년간의 전 세계 주가 상승이 끝나고 주가 하락기가 시작될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한 펀드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펀드가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좋은 실적 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지금까지의 성공만으로 ‘인사이트 펀드’의 성공을 점치기는 아직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투자대상을 알 수 없는 만큼, 수익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미래에셋은 중국·인도·한국 시장에서 실적이 검증됐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투자 대상을 모르는 만큼 중국펀드보다 훨씬 위험이 큰 펀드라는 것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6개월 정도 지나 펀드의 투자 지역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실적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7.11.05 22:23 / 수정 : 2007.11.0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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