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번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학번때까지만 해도 신림동 그날이 오면 앞에 포스트잇으로 만날 장소를 적어놓는게 꽤나 남아있었더랬다..
날적이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다만, 저런게 다 기록의 가치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그 때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는 연애는 불변의 문제인듯..ㅎㅎ
고딕으로 처리한 부분은 꼭 읽어보시라..
얼마나 실망하셨길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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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날적이’ 대학 풍속 생생…성대 앞 카페 ‘창고’ 기증
입력: 2007년 10월 31일 18:31:36
 
‘1987년 6월22일. 학사일정으로 따지자면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 그런데 방학 이전에 있어야 할 시험을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은 방학 거부로 이어졌고 우린 학교엘 나와야만 했다. 맥빠진 아이들의 술렁거림과…대자보의 난무하는 활자 활자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요동치던 1980년대 후반, 대학생들의 삶은 치열했다. 밤이면 학생들은 학교 근처 단골카페나 술집으로 모여들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쏟아내고 그래도 못다한 말들은 노트를 펴고 밤늦게까지 낙서처럼 끼적거렸다.
성균관대 앞 카페 ‘창고’에서 20년간 대학생들에 의해 작성된 ‘공동일기장’ 날적이들(왼쪽), 1980년대 후반 작성된 ‘가계부’ 페이지엔 자취생의 생활고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성균관대 앞 작은 재즈카페 ‘창고’도 그런 곳이었다. 학생들은 삶의 한조각을 매일 노트에 적어나갔다. 8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그렇게 씌어진 20년 손때 묻은 ‘날적이’(공동일기장)가 무려 434권이다. ‘창고’를 인수한 김인숙씨(54)는 이 날적이들을 성대 학술정보관에 그대로 기증했다.

날적이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 시대적 고민에서 소소한 일상까지 가감없이 기록돼 있다. ‘1987년 12월. 자취생의 한달’이라는 제목이 붙은 페이지를 보면 생활고를 한탄하는 자취생의 모습이 생생하다.

‘생활비 3만5000원, 세금 1만원, 학원비(토플) 2만5000원, 방세 4만원, 차비 1만원, 용돈 3만원, 합계 15만원.’ 노트 말미에 적힌 ‘내무부장관도 한달 15만원 가지고 살아봐라!(cf. 건설부장관도 닭장 속에서 살아봐라)―자취생 생활비 인상 위원회―’라는 푸념엔 사회에 대한 냉소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패기가 엿보인다. 90년대 한 페이지엔 도시재개발 열풍 속, 한 대학생이 철거민촌에서 느껴야 했던 각성과 무력감이 휘갈긴 필체로 전해진다. ‘학생들이 백골에게 끌려가는 모습, 절규하는 철거촌 아주머니…무기력한 내 모습을 보았다.’ ‘백골’은 데모진압을 전담하던 전경들에게 붙여진 별칭이었다.

애절한 연애담도, 미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1991년 3월. 오늘 도서실 와서 마음먹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웬 남자가 꼬시지므야.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눈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어~.’ ‘1993년 3월26일. 사상 최악의 날이 된 것 같다. ○○여대 보건체육학과와 미팅을 하여 버렸다. ~미팅이 무섭다. 이제부터 여자보기를 돌같이 해야겠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외환위기 후 ‘알바’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여학생의 한숨, 월드컵 열풍 속 사회의식에 눈뜬 대학생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아, 이 월드컵의 광기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정녕 루즈한 집구석밖에 없더란 말이냐….

레드 콤플렉스→국가의 상징색으로, 80년 금남로, 87년 시청→월드컵의 승리로 다시 서는 해방구로, 게양대, 교실 벽면에 있던 태극기→두건으로, 탱크탑으로…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단 것이지?’

성대 중문과 92학번 김완준씨(35)는 “내가 썼던 메모를 10년 만에 발견했다”며 “‘학보 교환’을 했던 여대생이 떠올라 기분이 묘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다슬기자 amorfa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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