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의 집중분석] 김진우 혹시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
스포츠서울 | 기사입력 2007-06-21 11:41 | 최종수정 2007-06-21 12:56    기사원문보기


밸런스 문제로 뒤늦게 로테이션에 합류했던 KIA 김진우가 갑작스럽게 제구력 난조를 보여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의심받고 있다.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란 잘 던지던 투수가 어느날 갑가지 이유 없이 제구력을 잃어 버리는 것을 말하는데. 영문 모를 제구력 상실로 은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메이저리그 비운의 투수 스티브 블레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김진우는 20일 광주 한화전에서 1이닝 무안타 5사사구(4볼넷)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 왔다. 1회 볼넷 두개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2회들어 선두타자 이영우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이어 백재호에게도 볼넷. 심광호에게 사구를 허용한 뒤 구원투수에게 공을 넘기고 말았다. 이영우백재호는 스트레이트 볼넷. 심광호도 1구 볼에 이어 2구 사구였다. 2회 스트라이크 한개도 없이 볼만 10개 연속 던진 것이다. 교체 없이 투구를 지속했다면 더 험한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유는 모른다

김진우의 갑작스런 난조에 대해 KIA 김봉근 투수코치는 20일 “부상도 없다. 원인을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정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뿐이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엊그제 불펜피칭을 하는데 아주 좋았다. 그래서 내심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갑자기 무너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우도 김 코치에게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스티브 블레스와 닮았다

제구력이 난데 없이 실종돼 버리고. 그 이유도 불분명한 것이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과 유사하다.

스티브 블레스는 1964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1968년 18승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이후 72년(19승)까지 매 시즌 10승 이상을 올리며 피츠버그의 주력투수로 활약했다.

그런데 1973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폭투와 사구. 볼넷을 남발하면서 그해 3승9패 방어율 9.81을 기록했다. 1974년 블레스는 단 한 게임에 등판해 5이닝 5안타(2홈런) 8실점 볼넷 7개를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다시 밟지 못하고 75년 은퇴했다.

이에 대해 ‘더 잘해야 겠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원인인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이후 아무런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제구력을 잃어 버리는 투수에게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따랐다.

최근 사례 하나 추가하면 릭 앤키엘을 들 수 있다. 20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좌완 투수 릭 앤키엘은 2000년 첫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33게임에서 11승 7패를 기록했고. 삼진을 무려 194개나 잡아내는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해 디비전시리즈 애틀랜타와의 1차전 3회 무려 5개의 폭투로 자멸했고. 다시는 제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2004년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이후 타자로 전향했지만 메이저리그 복귀에는 실패했다.

◇우선은 지켜봐야

지금 상황에서 김진우가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구력을 회복하는지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하루 이틀 지나 불펜 피칭에서 다행히 공을 원하는 지점에 던질 수 있게 되면 자신감 등의 결여에 따른 일회성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피칭에서도 제구력을 살리지 못하고 다음 등판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김봉근 코치는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별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찾지 못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고민스러워했다.

희귀한 증상인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에 걸린 메이저리거들이 의외로 많았다. 불행하게도 헤어나오지 못한 선수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심리치료의 발달로 이 증상을 극복한 선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 이렇다할 사례가 없어 김진우가 판정을 받게 되면 적잖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승옥기자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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