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도입 사례 없어...금감원 "관련 규정 파악중"]
 

이 기사는 09월02일(11:4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조원 규모의 KB금융지주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지난 27일 마감한 결과 37만여주의 실권주 및 단수주가 발생했다. 실권율 1.24%로 발행가격 3만7250원을 적용하면 실권 규모는 140억원 가량.
 
예정대로라면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네 곳의 주관사가 인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중 외국계 증권사 두 곳은배정 물량(1500만주)의 20%를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사전에 인수토록 했다. 이른바 서브언더라이팅(Sub-underwriting)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외 딜에서 이 같은 서브언더라이팅 기법을 통해 인수 위험을 분산해 왔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금융감독원 등의 규제로 인해 시도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골드만·모간의 서브언더라이팅 배경은?
 
업계에선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아예 처음부터 실권주를 인수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로부터의 주관사 제안을 받자마자 동양종금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속성상 소액주주들로 인한 일부 실권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각 본사에서는 소량의 실권주라도 인수를 허용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세계 1,2위를 다투는 이들 글로벌IB 입장에서 140억원 정도의 실권주 인수는 사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실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발생한 실권주 37만여주 가운데 각각 15%(5만5921주)만을 인수했다. 당초 인수했어야할 잔여 물량은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각각 10%(3만7280주)씩 가져갔다.
 
증권사 IB관계자는 “자신들이 참여한 딜에 실권주가 발생해 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들 두 회사의레퓨테이션 차원에서도 서브언더라이팅을 통해서 해당 인수 물량을 넘길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의 서브언더라이팅에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딜에 주관사로서 참여했다는 트랙레코드(인수 실적)가 바로 그것. 더구나 그 고객은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였다.
 
업계 관계자는 “두 증권사는 인수위험은 하나도 지지 않은 채 5600억원 규모의 인수 실적을 올렸다”며 “이 같은 결과는 증권사의 IB실적을 가늠하는 리그테이블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수수료의 경우 당초 60bp에서 10bp로 줄어들긴 했지만 어차피 덤핑에 가까웠던 수수료였던 만큼 큰 의미가 없다”며 “KB금융지주 유상증자와 같은 대형 딜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실리를 얻은 셈”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권업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
 
서브언더라이팅은 국내 증권사로서는 생소한 기법이다. 지금까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서브언더라이팅을 시도한 국내 증권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국내에선 발생한 실권주를 인수한 이후 지점을 통해 매각하거나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하이닉스 전환사채(CB)에 발목을 잡힌 신영증권과 같은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서브언더라이팅에 대해 안 하는 것 보다는 못 하는 것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원이 인수 업무를 어디까지나 해당딜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인수사 혹은 주관사에만 한정시키고 있다는 것.
 
이번에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이 서브언더라이터(Sub-underwriter)로서 참여하긴 했지만 이들의 이름은 KB금융지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서브언더라이팅을 드러내놓고 시도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작 금융감독원이 서브언더라이팅에 대한 어떤 명문화된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서브언더라이팅 이슈에 대해 금융감독원 측은 “추후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수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IB부서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서브언더라이팅과 같은 실질적인 위험 분산 기법의 도입은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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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경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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